생존 소방관이 순직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 "형, 보고 싶어요"

생존 소방관이 순직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 "형, 보고 싶어요"

2018.08.23. 오후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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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강 하류에서 구조 출동 중 소방 보트가 전복돼 순직한 고(故) 오동진(37) 소방위, 심문규(37) 소방장와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생존한 한 소방관이 두 사람에게 애타는 마음의 편지를 보냈다.

페이스북 '소방의 시시비비'에 소개된 편지에서 김포소방서 지 모 소방관은 "동진이 형 문규 형, 나 오는 술 좀 마셨어요"로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지 소방관은 "그땐 왜 그렇게 형들한테 까칠한 동생이었는지, 내 까칠함 다 받아주던 동진이 형도, 아기 보느라 대회 준비하느라 운동하고 일하면서도 힘들다는 내색 한번 안 하던 문규 형에게도 너무 매몰찼던 거 같아 미안해"라며 아픈 마음을 전했다.

지 소방관은 "이번 일(두 사람 순직 사건) 있고 나서는 사실 구조대원 같은 거 다신 안 하고 싶었어요"라며 "내가 처음부터 구조대원이 아니었다면 형들 떠나보낼 일 같은 거 안 겪었을 테고 너무 힘들어서 구조대원이 싫었어"라며 괴로운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구조 밖에 할 줄 모르던 놈이 눈앞에서 형들을 구조하지 못했다"며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지 소방관은 그러나 "형들을 잃어버렸던 날, 형들을 찾겠다고 구조대원 수백 명이, 서울, 인천, 파주, 일산, 고양, 부천 등지에서 형들 찾겠다고 잠 안 자고 같이 달려와 줬고, 그래서 형들을 찾았다"며 "구조대원임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그 사람들이 내게 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아주 먼 일이라도, 다른 동료 대원들에게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그땐 나도 똑같이 구조대원으로서 달려가서 도와줘야겠다고, 내가 받은 만큼 도와줄 때까지 견디고 버텨서 함께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 소방관은 "그래서 나 구조대원으로서 좀 더 남아있을게, 형들 손 못 잡아줘서 너무 미안하지만 조금 더 이대로 남아있게 나 좀 이해해주고 도와줘요, 내가 받은 만큼만 갚고 갈게요."라며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동생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지 소방관은 마지막으로 "보고 싶고, 또 보고 싶다"며 두 동료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토해내기도 했다.

임용 동기인 고(故) 오동진, 심문규 소방관은 지난 12일 오후 민간인 보트가 위험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구조 작업을 벌이다 수난구조대 보트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 소방관은 순직 소방관들과 함께 출동했다가 한 소방관을 구조하고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상희 기자
(sa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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