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31] 화제의 동두천 '와칸다 극장'에 직접 가보니

[해보니 시리즈 31] 화제의 동두천 '와칸다 극장'에 직접 가보니

2018.05.23.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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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31] 화제의 동두천 '와칸다 극장'에 직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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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신경이 마블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 쏠려 있던 얼마 전.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와칸다 극장'이라는 게시물을 발견했다. 사진 속에는 전혀 어벤져스를 상영할 것처럼 생기지 않은 장소에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극장 내부는 반전이었다. 마치 와칸다 왕국처럼 겉모습과 다르게 내부에는 충전기, 테이블, 발 올리는 좌석 등 일반 극장보다 한층 발전된 것들이 곳곳에 있었다. 내가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확신이 들어 일명 '와칸다 극장'이라고 불리는 동두천의 '동광극장'에 직접 찾아갔다.

"그럼 한 번 와 보시던지요"

먼저 취재 요청을 위해 동광극장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곧장 부담스럽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에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너무 많은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영화라도 보고 갈게요"라고 말했고, 동광극장 대표님은 "그럼 한 번 와 보시던지요"라며 수락 아닌 수락을 했다.

[해보니 시리즈 31] 화제의 동두천 '와칸다 극장'에 직접 가보니

"어디 계세요?"

2시간 이상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동광극장. 사진 속에서 발견한 입간판을 보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자 오직 고요함만이 나를 반겼다. 매표소에도 매점에도 휴게실에도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결국,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동광극장 대표님은 "곧 갈게 기다려요"라고 말한 후 몇 초 지나지 않아 극장 안으로 뛰어들어 오셨다.

무려 예정된 영화 시간 시작 10분 전의 일이다. 조금 의아해하는 나에게 대표님은 동광극장에서는 상영 직전에 표를 끊는 것도, 상영 중에 표를 끊고 들어가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라 얘기해 주셨다. 그렇게 동광극장은 티켓 발권마저 특별했고, 낯설었다.

[해보니 시리즈 31] 화제의 동두천 '와칸다 극장'에 직접 가보니

"팝콘도 있어요? 버터 오징어도요?"

없을 줄 알았다. 음료수도 그냥 콜라, 사이다 정도? 그리고 마트에서 파는 시중 과자 몇 가지 정도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과 전혀 달리 팝콘도 버터 오징어도(무려 오징어는 여러 종류 판매 중) 얼음 컵도 있었으며, 음료수는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팝콘을 주문하자 대표님은 곧장 전자레인지에 팝콘을 넣으시곤, "음료 골라 봐요"라고 말씀하셨다. 종류가 많아 고민하는 나에게 "어떤 거요?"라고 재차 묻는 대표님 때문에 빠르게 알갱이가 든 코코넛 음료로 택했다. 그리고 뜨겁게 튀겨진 팝콘과 버터오징어 음료를 가득 안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 넓은 극장에 나 혼자?'

오래된 겉모습과 단관극장이라는 생각 때문에 작은 스크린과 작은 규모의 영화관을 생각했으나, 대표님의 말에 따르면 내부에는 총 283석의 좌석이 자리 잡고 있다. 관으로만 봤을 때는, 일반 상업 극장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라 하는 나를 본 대표님은 극장 내 특별한 좌석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셨다. 가장 먼저 SNS상에서 많은 사람이 가장 궁금해하던 2층 발을 올릴 수 있는 좌석을 보여주셨다. 2층 가장 맨 앞줄만 누릴 수 있는 이 좌석은 발을 올릴 수 있는 등받이 없는 방석 의자가 있어 두 다리 쭉 뻗고 영화를 볼 수 있다.

또 바로 옆에는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어, 휴대전화 충전까지 해결되는 동두천 속 골든 클래스였다. 또 1층에는 안마가 되는 쇼파 좌석과 VIP 극장 안에 있을 법한 가죽 좌석이 있었다. 이 두 좌석의 공통점은 모두 왼쪽 버튼을 당기면, 발 받침이 저절로 올라온다는 것.

좌석 앞에 놓인 테이블도 모두 대표팀이 따로 공수했다고 설명해 주셨다. 영화는 대표님의 상세 설명이 끝난 후 10분 늦게 상영됐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영화관을 전세 낸 나 홀로 영화 관람을 시작했다.

[해보니 시리즈 31] 화제의 동두천 '와칸다 극장'에 직접 가보니

'다음 관객이 벌써 들어와?'

나홀로 편안한 영화 관람을 마친 후 인증 사진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들던 차. 5~6명의 사람이 극장 안으로 들어왔다. '왜 벌써 관객이 들어오지?'라는 생각을 하며 빠르게 2층으로 올라가 극장 전체 사진을 찍으려던 순간, 갑자기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됐다. 다음 시간대 영화가 시작된 것이다.

보통 상업 영화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시간 간격이었다. 단관극장이기에, 동광극장이기에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영화가 모두 끝난 후 사진 촬영을 하기로하고 다른 관객들의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빠르게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해보니 시리즈 31] 화제의 동두천 '와칸다 극장'에 직접 가보니

'음향도 스크린도 일반 극장과 다를 게 없었다'

일명 '와칸다 극장'이라고 불리는 동두천의 '동광극장'에서 영화를 본 나의 소감은 이렇다.

특별하면 특별했지, 부족하거나 다른 건 없었다. 다른 영화관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발 올리고 영화 보기'가 가능했고, 편안한 의자에 스크린도 크고 선명했다. 음향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불편함이 없는 동광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이었다.

하지만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생각보다 큰 영화관에 더 좋은 시설을 추가해 운영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신지', 오늘 혼자 관람을 하게 됐는데 '평소 관람객 수는 어떻게 되는지' 등 말이다. 다른 관람객들이 영화를 보던 사이 동광극장 고재서 대표님과 휴게실에서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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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SNS상에서 '동광극장'이 화제다. 알고 계셨나?

난 인터넷에서 그런 글도 못 봤다. 우리 아들이 '아빠 뭐 페이스북에 뭐 많이 떴다.' 그래서 난 모르는데, 요새 좀 그렇다고 하더라고. 지금도 아직 못 봤다.

Q. 동광극장만의 별칭도 생겼다. 일명 '와칸다 극장'. 무슨 뜻인지 들으셨나?

나는 모른다. 와칸다가 뭔지도 모르겠고, 아직 어벤져스도 못 봤다. 동두천에 와칸다로 불리는지 몰랐다. 나는 '와~간다!', '내가 왔다' 이런 뜻으로 알고 있었다.

Q. 첫 영화라고 하기엔, 조금 늦은 시간대였다. 영화 시간은 어떻게 정해지나?

영화마다 시간이 정해지기 때문에 매일 다르다. 어떤 영화는 110분짜리고 어떤 영화는 134분짜리도 있기 때문. 동두천은 아침부터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다. 사람이 있으면 일찍 여는데, 상권이 죽고 다니는 사람이 없으니까 일찍 열지 않는다. 내가 오전 11시 50부터 해도 사람이 안 오니까 오후 1시 40분을 첫 영화로 한 거다. 그런데 오늘만 해도 첫 영화를 혼자 보시지 않았냐. 손님이 있으면 열고 싶다.

Q. 하루 평균 몇 명 정도 방문하나?

보다시피 이렇다. 보통 하루에 10명~12명 정도다. 어벤져스 때는 한 시간대에 40~50명도 차고 그랬다. 영화마다 편차가 커서 정확히 몇명이 온다고는 말할 수 없다. 어떤 영화는 하루종일 3명 올 때도 있다.

Q. 요즘 '동광극장' 인기를 실감하고 계시나? 관객이 늘었나?

여러 매체에서 우리 극장이 '핫하다'고 말하고, 취재가 와서 느끼고 있다. 하지만 화제가 됐다고 해서 사람이 많이 오는 것도 아니다. 하루에 한두 명의 관객들이 소문을 듣고 왔다고 말씀하시긴 하지만, 엄청나게 관객이 늘진 않았다.

Q. 화제도 화제지만, 어떤 점 때문에 관객들이 동광극장을 찾는 것 같나?

내가 손님들을 위해 충전기도 놔줬고, 다는 못 하지만 중간중간에 의자도 개조하고 그런 모습이 좋아 보였던 것 같다. 2층 발 올리는 좌석이 생긴 지는 7~8년이 지난 것 같은데, SNS 잘하는 관객이 방문하면서 뒤늦게 화제가 된 것 같다.

Q. 어쩌다 이렇게 오랜 시간 단관극장을 운영하시게 되었나?

운영하려고 마음먹고 했던 건 아니다. 동두천에도 상업 영화관이 들어오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걸 추진한 사람들은 영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 영화를 끌어들여서 부동산 임대를 하려는 목적이었다.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예정대로 상업 영화관이 들어왔다면 나도 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안 망했기 때문에 여태까지 버티고, 인건비를 줄이고, 내가 직접 운영을 해왔기 때문에 이 극장이 남아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애초부터 이렇게 계속 운영하려고 생각한 게 아니고, 어느 날 봤더니 나 하나 남게 된 거다. 하지만 아직도 생존의 위험은 있다. 앞으로 관객들의 내 극장을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다.

Q. 정확히 언제부터 극장을 운영하셨나?

나는 86년 문화극장부터 시작했다. 아버님이 55살에 갑자기 혈압 문제로 돌아가셨다. 장남이다 보니, 20살 때 갑자기 극장을 운영하게 됐다. 이후 동광극장까지,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

Q. 동두천 문화극장 대표 이름과 동광극장 대표님 이름과 비슷하더라. 어떤 관계인가?

가족이다. 내가 고재서, 동생은 고재승이다. 문화극장은 동생이 운영하고 있다. 문화극장도 옛날 극장이긴 하지만, 스크린이 2개여서 단관극장에 속하진 않는다.

Q. 좌석은 지정 좌석이 아니라, 자율 좌석이라고 들었다.

우리 극장이 알다시피 하루에 10명 이하로 방문할 때가 많다. 자율 좌석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지정석에 앉을 필요가 없는 상황인 거다. 그래서 표 드릴 때 '아무 데나 앉으시라'고 한다. 극장이 텅텅 비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자율좌석이다.

Q. 영화 중간에 입장한 경우, 다음 시간대 영화를 이어서 보는 게 가능하다고 들었다. 정말인가?

우리 극장이 익숙한 동네 사람들은 영화 중간에 극장에 온다. 동네 사람들은 '남아서 볼게요'라고 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라고 한다. 그냥 본인이 본다니까 그렇게 하라고 하는 거다. 이런 거에 익숙해진 동네 사람들은 제한을 많이 두는 상업 극장에서의 관람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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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곳에서 '응답하라 1998', '시그널' 등 많은 드라마 촬영이 있었던 게 맞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8', '시그널' 등 찍었고, 최근에는 SBS '기름진 멜로'도 촬영하러 왔었다. 사실 옛날에는 촬영 섭외 요청이 들어오면 기분이 나빴다. 70년대 찍을 장소가 없으니까, 후지니까 와서 회상 장면 찍으러 오나 했는데. 지금은 드라마에 우리 극장이 나오면 뿌듯은 하다.

Q. 이미 상영이 끝난 포스터도 붙어 있던데 기준이 있나?

내가 힘들 때 함께해준 영화 포스터를 붙여놨다. '신과 함께'와 '택시운전사'가 바로 그 영화다. 잘된 영화 포스터를 3개 정도 붙일 생각이다. 아직 한 자리는 남아 있다. 어벤져스는 문화극장과 나눠 상영해서 동광극장에서는 생각보다 관객이 많진 않았다.

Q. 극장 휴게실 곳곳에 수족관과 영화 관련 피규어들이 가득하다. 대표님 작품인가?

그렇다. 내 취미 활동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계실 때, 주로 수족관 청소를 하고 물고기를 관리한다. 우리 극장을 방문하면 손님들은 많은 물고기 중 피라냐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수입 금지가 되기 전에 들여놨던 피라냐다. 그래서 그런지 많이들 신기해 하신다. 스타워즈, 아이언맨, 쥐라기 공원 등 피규어는 영화 개봉 때마다 하나씩 사면서 이렇게 모아졌다.

Q. '앞으로 동광극장을 이렇게 운영해 가고 싶다' 이런 게 있나?

그냥 이대로 하는 데까지 하려고 한다. 계획은 하고 싶지만, 계획대로 되지도 않는다. 그냥 하는 데까지 하련다.

Q. 앞으로 동광극장을 방문할 미래의 관객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우리 극장만 와주면 되지. 우리 극장 와서 영화 보러 와주면 고맙지. 찾아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극장을 계속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게 감사하다. 그냥 좋은 느낌으로 왔다 가셨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좋다.

[해보니 시리즈 31] 화제의 동두천 '와칸다 극장'에 직접 가보니

"학생들 전철 타고 왔지?"

대표님은 인터뷰 도중 극장을 나서는 학생 손님들을 불러 세웠다. '영화는 재밌게 잘 봤는지', '전철 타려면 어떤 길로 가는 게 빠른지'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학생 손님들과 대표님의 대화는 찰나였다. 내가 동광극장에 있던 시간도 반나절에 불과하다. 하지만 잠깐의 대화, 짧은 머묾에서 내가 느낀 동광극장은 관객이 많진 않아도, 빈자리 만큼 많은 걸 얻어가는 공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만 빠르게 보고 나가는 공간이 아닌, 추억을 소환하고 추억을 만들고 따뜻함을 공유하는 공간 말이다. 앞으로 더 많은 관객에게 추억이 될 동광극장이 최대한 오래 우리 곁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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