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23] 내 마음은 건강할까? 그림으로 본 심리 상태

[해보니 시리즈 23] 내 마음은 건강할까? 그림으로 본 심리 상태

2018.01.03.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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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23]  내 마음은 건강할까? 그림으로 본 심리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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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소에 이어 경희대학교병원을 찾아 심리분석 해보니

상담, 문장 만들기, 유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심리분석 수행

우울증 진료 이력, 취업에 영향 없어

경희대 백종우 교수, "정신과 치료 사회적 인식 바뀌지 않는 것 안타까워"

[해보니 시리즈 23]  내 마음은 건강할까? 그림으로 본 심리 상태

지난번 심리상담소에 이어 이번에는 대학병원을 찾아 좀 더 다양한 방법의 심리 분석을 체험해봤다. 의사 선생님 한 분과 경희대병원 심리검사실에서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심리 분석을 수행했다. 선생님은 나무와 집 그리고, 남성과 여성을 각각 스케치북에 그려 보라고 요구했다.

[해보니 시리즈 23]  내 마음은 건강할까? 그림으로 본 심리 상태

미술학원을 조금 더 열심히 다닐걸... 유아 퇴행을 겪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닐까? 너무나 미달인 내 그림에 잠시 자괴감이 들었다.

[해보니 시리즈 23]  내 마음은 건강할까? 그림으로 본 심리 상태

그림을 통해서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예능(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MBC 무한도전)이나 아동심리를 다루는 책(그림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등)을 통해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나무와 집의 크기, 위치, 구성원, 연필 선의 겹쳐 쓰기 정도, 지우개를 자주 쓰는 흔적 등등... 그림 한 장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방법으로 피실험자의 현재 심리 상태를 유추할 수 있다고.

[해보니 시리즈 23]  내 마음은 건강할까? 그림으로 본 심리 상태

그림 테스트 이후에는 무의미한 자극을 보고 모양을 유추하는 테스트를 시행했다. 내가 했던 실험은 로르샤흐의 잉크 얼룩 테스트로, 모호하고 의미 없는 자극에 대한 피험자의 반응과 사고 체계를 알아보는 실험이다.

의사 선생님은 무의미한 자극이 어떤 문양으로 보였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문양을 묘사한 방법에 대해 동의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해보니 시리즈 23]  내 마음은 건강할까? 그림으로 본 심리 상태

다음은 문장을 완성하는 시험이다. 위와 같은 문장처럼 일부가 비어 있는 수십 개의 문장을 완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실험이 끝나고 이틀 뒤, 검사를 수행했던 교수님으로부터 약식으로 결과를 통보받았다.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와 추가 검사는 필요하지 않았다. 경희대학교 백종우 교수는 위 실험을 통해 내게 과거에 우울증이 있었지만 현재는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전했다.

"과거에 우울증이 있었지만 지금은 문제가 없고, 다소 공격적인 성향을 띄고 있는데 직업에서 기인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정 계층에 대한 반감도 보이고, 기존 체계를 신임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음이 심리 검사에서 드러납니다."

검사의 어떤 부분에서 과거 우울했던 경험이 드러난 걸까? 어린 시절이 우울했고, 학교에 가기 싫을 정도로 마음이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심리 검사 결과를 알려준 경희대학교병원 백종우 교수와 함께 우울증과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해보니 시리즈 23]  내 마음은 건강할까? 그림으로 본 심리 상태

Q. 우울증의 증상은 무엇인가?

우울한 감정, 의욕이 없는 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전에는 굉장히 즐겁던 것들-친구를 만나고, 드라마를 보고-하던 것들이 재미도 없고 동반되는 증상이 초조, 불안증, 불면증, 식욕 부진 등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이라 할 수 있다.


Q.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우울증 환자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다고 보는가?


편견이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아직 남아있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아픈 사람'이 아니라 '나쁜 사람'으로 보는 게 문제다. 우울증에 걸리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실수가 늘 수 있고 일이나 공부도 제대로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탓해선 안 된다.

기억나는 환자 가운데 산후우울증 환자가 있었는데, 몸에 멍이 심하게 들어 있었다. "어쩌다 이랬냐"고 물으니 남편이 "부인이 애도 잘 안 보고 게으른 줄 알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남편이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주변에서 아픈 사람을 돌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Q. 우울증 환자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가족은 증상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아픔을 표현할 수 있도록 잘 들어주고 격려해야 한다. 하지만 '살 날이 더 많다.', '너보다 힘든 사람이 많다.'와 같은 섣부른 위로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절대 술을 함께 마시거나 해서는 안 된다. 술은 감정을 극대화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


Q. 실제로 유명인의 자살 이후에 사회적으로 우울증 환자가 더 많이 일어나는가?


유명인의 자살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사건이다. 2008년 10월 유명 연예인이 자살한 이후
전해에 비교해 그달의 자살 사망자가 무려 천 명 가까이 늘었다. 또 진료실 안에서 우리가 보는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그렇게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도 죽는데 우리가 살면 뭐하냐"라는 말을 했다.


Q. 자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은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보도를 최소화하는 게 좋고, 꼭 보도해야 하는 경우에는 수단이나 방법을 절대 알리지 않는 게 좋다. 최근 있었던 연예인 자살 사건에 관해서도 해외 언론은 오히려 어떤 수단을 썼는지 보도하지 않는데 일부 국내 언론이 자살 방법을 상세하게 보도해 문제가 됐다. 유사 사건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해보니 시리즈 23]  내 마음은 건강할까? 그림으로 본 심리 상태


Q. '내가 우울증이 아닐까'라고 느껴질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국민건강검진에도 '우울증' 관련 항목에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부 콜센터는 129번, 정신건강상담전화가 1577-0199이다. 모두 비밀 보장이 된다. 내가 이런 상태인데 우울증이 맞는지 치료가 필요한지 물어볼 수 있다. 그리고 전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찾아가면 비용 걱정 없이 일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의원과 병원을 찾으면 된다.


Q. 정신과 치료 기록이 있으면 취직에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인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외국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우리나라가 50대 이상은 우울증 치료를 하면서 20대 이하가 오히려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의아해한다. 사실 그 이유는 취업에 대한 부담 때문인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일반 기업의 경우 우울증 치료 기록이 있는지 절대 알 수 없다. 국가정보원, 청와대 경호원 등 아주 일부 직종에서만 정신건강 기록을 요구한다.


Q. 일반 공무원도 우울증 병력이 취업에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전혀 관계없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진료내역을 발행할 때도 산부인과와 정신과 진료는 빼고 발행하게 돼 있다. 밖으로 드러날 수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취업 불이익) 의혹이 나오는 이유는 보험회사에서 불법으로 조회했다는 언론 기사가 과거에 나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과 진료 기록 때문에 취업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정신과 진료에 있어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은 '보험 가입의 제한' 부분 뿐이다. 보험에 가입할 때 우울증 치료 기록이 오래 있으면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Q.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과거보다 윤택하지만 정신질환을 앓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을 하면서 '안전'의 문제는 오히려 등한시하고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큰 화재 사고가 있었듯이 말이다.

신체 건강의 문제는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었지만, 정신 건강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됐다. 내가 미국에서 연수할 때 어떤 사람이 우울증 치료 진단서를 일부러 떼가는 걸 보고 매우 놀랐다. 왜 진단서를 떼느냐고 물었더니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미국에서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우울증'을 극복한 전력이 있는 사람이 더욱 건강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취업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라면 무조건 숨겼을 것이다.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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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동안 진행한 심리 검사, 심리 상담, 그리고 우울증과 관련한 의료진 인터뷰를 돌아보면서 우리나라의, 그리고 나의 정신 건강 인식이 아직 후진국에 머물러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지난 경제 성장 기간 동안 눈에 보이는 성장에만 집중하느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 문제나 정신적 문제들은 무시돼왔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현재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지뢰로 자리잡았다.

물론 단기간의 변화로 미국처럼, 캐나다처럼 정신 건강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는 없다. 국가적으로는 국민의 정신과 진료를 독려해야하며, 개인적으로도 전문가를 찾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행동을 창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나 역시도 2주 이상의 우울감이 지속되고 일상 생활이 어려워진다면, 무조건 병원을 찾을 것이다. 빠른 내원과 치료는 우울증을 가볍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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