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되려면 작가부터? 대선주자 출판 열풍

대통령이 되려면 작가부터? 대선주자 출판 열풍

2017.02.10.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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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팔리면 아주 크게 도움이 됩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신간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출간하며 본인의 책이 많이 판매됐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탄핵 정국과 함께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들의 신간 출간이 이어지며 서점은 때아닌 풍년을 맞았다.
(▲영풍문고 대선주자 서적 모음(左), YES24 대선주자 서적 모음(右))

서점 내에 대선주자들의 책을 전면에 배치한 영풍문고를 비롯하여 교보문고, 알라딘, YES24 등에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들의 신간이 인기 판매 도서로 분류돼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재명의 굽은 팔',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등 올해에만 총 3권의 책을 출간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안희정의 함께, 혁'’과 '콜라보네이션' 2권의 책을 약 한 달의 간격을 두고 출간했다.
모두경선과 대선을 앞두고 본인의 정치철학을 담은 자서전이나 인터뷰, 에세이 등을 선보이는 것. 가장 열심인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다. 공저로 이름을 올린 책까지 포함하면 그는 그동안 약 20 여권이 넘는 서적을 출간했다.
안랩 CEO 출신답게 자기 계발 서적과 경영자로서의 삶을 다룬 책만 해도 5권이 넘는다.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인 V3를 만들었던 독특한 이력답게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 '안철수의 인터넷 지름길'과 같은 컴퓨터 분야의 서적도 약 4권 정도 출간했다.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경제학 박사 출신답게 그는 한국기업과 경제 분야에서만 3권의 책을 집필했다. 본격적인 대권 출마 의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권 대선주자로 급부상 중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간 이력도 독특하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집필한 서적들(上), 유승민 의원이 집필한 서적들(下))

법무부 장관 출신이라는 이력답게 그가 출간한 8권의 책은 모두 법률 서적이다. 특히 600페이지가 넘는 '국가보안법'과 집시법에 대해 다룬 '집회·시위법 해설'은 검사 생활의 대부분을 공안부에서 보낸 황권한대행의 이력을 잘 보여준다. 또한, 전도사로 활동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답게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 등과 같은 책도 집필했다.

대권 주자 혹은 역대 대통령들이 책을 출간해 인기를 끄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정계에 입성하며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을 기록한 '운명'을 출간해 약 3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그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지도 상승과 인세 수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실제로 2015년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변동내역에 따르면 그는 인세 수입으로만 1,500만 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단 한 권의 책으로 많은 도움을 받은 경우는 또 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의 생각'을 발간한 안철수 전 대표는 출간 이후 약 70만 권이 넘는 판매 실적을 올려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저자 인세를 국내 평균인 10%로만 계산해도 그는 4개월 만에 약 9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은 어땠을까? 박대통령의 자서전인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는 중국에서만 80만 권이 넘게 판매됐다. 덕분에 박대통령은 2015년 기준으로 8,000만원 이상의 인세수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계에서 대권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본인의 책을 출간하는 데는 크게 2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책을 출간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보폭을 넓히는 일환이라는 것.

정책과 비전을 담은 책을 출간하여 본인의 정치적 이념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에세이나 자서전 형식을 통해서는 인간적인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책 출간과 동시에 출간기념회와 사인회, 북콘서트 등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4일 문재인 전 대표는 북콘서트를 열어 4,000명의 좌석이 매진되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출간 기념회에서 독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출판물로 인한 '인세수입'을 통해, 선거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대선주자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있고, 책이 많이 팔릴수록 인세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선거자금 확보에 고심하는 후보들에게는 인세 수입이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책에 대한 부정적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두꺼운 선거 홍보 책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부터, 여러 내용과 정책을 다루려다 보니 '깊이가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책에 적힌 것의 절반만이라도 이행하고 실천할 수 있는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치는 이들도 많다.

한편 전문가들은 탄핵이 가결 될 경우 4월 말에서 5월 초를 가장 유력한 대선일로 예상하고 있다.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대권 주자들이 어떤 비전과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 그들의 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YTN PLUS 김성현 모바일PD
(jamkim@ytnplus.co.kr)
[사진 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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