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도 못할 음식 쓰레기 주는 '몹쓸 기부'

먹지도 못할 음식 쓰레기 주는 '몹쓸 기부'

2016.12.19. 오전 09:4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먹지도 못할 음식 쓰레기 주는 '몹쓸 기부'
AD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6년 12월 19일(월요일)
□ 출연자 :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유통기한 임박 제품 기부받은 복지시설, 소외감 더 느꼈을 것
-시설, 먹지도 못할 식품 기부에 대신 버려주고 세제혜택 준 격
-푸드뱅크 규정 상 후원 식품 유통기한 철저
-후원 식품 직접 전달 시 규정 어기는 경우 많아
-일반 사회복지 시설에 직접 후원, 정부 관리 사각지대
-韓, 외국 비해 기부 규정 엄격하나 시민의식 문제
-의류 기부 시 폐기할 옷 세탁 안하고 보내기도
-비인간적 기부로 받는 사람의 증오심 오히려 키우기도
-안전하고 좋은 제품 기부해야 한단 시민의식 배양해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2016년 딱 두 주 남았습니다. 올해가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긴데요. 연말연시가 되면 훈훈한 기부 소식들 슬슬 들려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요,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은 식품을 복지시설에 기부해서 받은 입장에선 다 먹지도 못하고, 오히려 불쾌감만 생기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해서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무성 교수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죠. 정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하 정무성): 네, 안녕하세요.

◇ 신율: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올린 글이 지금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요. 유통기한이 5일밖에 남지 않은 초코파이를 후원물품으로 누가 줬다는 얘긴데요. 이것이 5일밖에 안 남았으니까 5일 동안 다 먹으라는 얘긴지, 아니면 버리라고 주는 것인지 이런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정무성: 네, 정말 공분을 살만한데요. 안 그래도 지금 경제도 안 좋고, 시국도 어수선해서 소외계층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예년만 못하거든요? 사회복지시설들이 올겨울 날 걱정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껏 기부 물품으로 들어온 것이 유통기한 임박한 제품이라고 하니까 더욱더 소외감을 느꼈을 것 같고요. 혹자는 그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배고픈 것 보다 낫지 않냐 이렇게 얘기하지만, 사실 기부도 좀 인간적이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마음이 좀 전해지고 겨울이 따뜻해지는 것인데, 이번 사례 같은 경우는 정말 말씀하신 것처럼 유통기한 5일 남은 것을 수십 상자를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결국 못 먹으니까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졌는데 소득공제 혜택까지 받으려 했다니까 이건 대신 버려주고 세제혜택 주는 그런 꼴이 된 것이죠.

◇ 신율: 참, 이것은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이런 사례들이 좀 자주 있나요?

◆ 정무성: 사실은 이렇게 안 팔려서 폐기할 것을 넘기고 후원품 영수증으로 공제 받으려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요 작년에 지역 아동 센터에서 냉동 닭 600여 마리를 기부 받았어요. 그런데 결국 얼마 못 먹고 폐기 처리를 했는데, 보니까 5년간 냉동 보관된 닭이라 냄새가 굉장히 심했다고 해요. 사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장 닭고기 냉동 보관 기간이 12개월이거든요. 그런데 5년간 냉동보관 했다가 그곳에 주니까 결국 폐기처분 했고요. 또 모 식품업체가 떡 재료에 애벌레가 생기면 훈증해서 털어낸 뒤에 떡을 만들곤 했거든요. 그리고 대장균이 검출됐는데 2700kg가 반품 된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이것을 복지 단체에 기부한 것이에요. 그리고선 세제혜택 받으려고 기부금 영수증 받았겠죠? 그래서 결국은 대표 다 경찰에 입건되고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는데, 이렇게 기부 식품 중에서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상품 뜯어보면 상한 냄새 나서 못 먹고 버리고 이런 것이 계속 지금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 안타깝고, 요즘 겨울이라 김치 종류도 많이 오는데 또 이런 경우도 상한 제품이 오는 경우가 있어서 하소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 신율: 그런데 있잖아요. 이런 것 지켜야 될 규정 같은 것 있어야 되는 것 아니에요? 식품 후원하고 이럴 때?

◆ 정무성: 있습니다. 사실은 복지부에서 식품, 생활용품 전달하는 데 푸드뱅크 규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제과류나 음료 후원 시에는 최소 30일 이상 유통기한이 남아 있어야 된다든가 아니면 신선식품이어야 하는 육가공품이나 농산물 같은 경우 예를 들면 햄이나 소시지 같은 경우는 최소 15일 이상 남아있어야 된다. 농산물 같은 경우 두부나 이런 것은 최소한 5일 이상 남아있어야 된다. 또 제빵 같은 경우 3일 이상 남아있어야 된다 이런 기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푸드뱅크라는 공식적인 조직을 통해서 전달이 되면 그곳에서 그런 것을 다 따지는데 대게 이런 규정을 어기는 식품을 전달하는 곳을 보면 직접 전달을 합니다. 직접 사회복지 시설에서는 고마워서 받는데 받고나서 보니까 그런 사례들인 것이죠.

◇ 신율: 그러면 이것을 정부가 만약에 사후라도 이런 문제가 있으면 나서서 제재를 가하거나 이래야 되는 것 아니에요?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이게 뭡니까 대체?

◆ 정무성: 예방적인 차원에서는 정부가 관리를 합니다. 그런데 그 관리가 푸드뱅크에 집중적으로 관리를 하거든요. 그래서 기부식품에 대해서 유통기한을 준수했는지, 또 관계자들이 식품 위생 교육을 제대로 받았는지, 보관 창고 위생 현황 같은 것, 저장 설비에 대한 위생 상태 이런 것들을 점검을 합니다. 그런데 말씀드렸던 것처럼 일반 사회복지 시설에서 직접 받는 것에 대해서는 관리 사각지대 인 것이죠. 그런데 기탁자가 준 것에 대해서 사고가 났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사실 별로 없습니다.

◇ 신율: 그것이 사실 문제에요. 외국은 어떻습니까?

◆ 정무성: 사실 우리나라에도 기부식품 관련된 규정들이 외국에 비해서 엄격해요. 엄격한데도 시민의식의 문제인 것 같아요. 결국은 기부라는 것이 자발적인 행위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시민의식인데 지금 외국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 일부 선량한 식품 기업에서는 새 제품을 만들 때 기부할 제품을 덤으로 만들어서 기부하는 곳도 있어요. 사실은 그러니까 기부에 진정과 정성이 담겨 있는 것이죠. 또 외국에서 보면 식품 말고 의류 같은 경우에도요 옷을 중고라도 잘 세탁해서 보내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 폐기할 옷을 세탁도 안하고 보내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건 시민의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신율: 이것이 이제 시민의식을 고쳐야 되는 것 아니겠어요? 기부라는 것은 사실 함께 살아가는 과정으로서 기부를 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 이것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세요?

◆ 정무성: 상한 것 주게 되면 두드러기도 나고 배탈도 나고 이러는데 사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까우니 먹게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탈이 났을 경우에는 자존심도 상하게 되고, 말씀하신 것처럼 기부라는 것이 더불어 살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증오심을 키우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좀 우리가 기부할 때도 어려운 사람들의 자존심을 키워주는 그런 기부여야 될 것 같습니다. 사실은 어려운 사람일수록 건강에도 더 민감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좋은 제품을 좀 더 안전한 제품을 주는 그런 시민의식을 배양해야 되고요 그래서 몸과 마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우리가 세심한 주의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신율: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무성: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무성 교수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