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오피스텔 관리비...수도요금 폭탄

어이없는 오피스텔 관리비...수도요금 폭탄

2016.11.18. 오후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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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오피스텔 관리비 문제가 심각합니다.

한달 25톤에 달하는 수도를 썼다며 요금을 부과하기도 했는데요.

이광연 기자가 취재합니다.

[기자]
영화 관련 일을 하는 40대 조영철 씨.

조 씨는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그러니까 1인 가구입니다.

10년 동안 오피스텔 생활을 해 온 조 씨는 지난 7월 이곳으로 이사했는데요.

[피해자 : 제가 여지껏 살면서 기록을 세운 거예요. 최고 기록.]

과연, 조 씨가 세웠다는 최고 기록은 무엇일까?

이상하게 생각한 조 씨는 그동안 모아둔 관리비 고지서와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8월 관리비 고지서입니다.

이사 온 후 17일가량만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전기 요금이 평소보다 두 배가 넘게 나왔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폭염 때문이라는 관리사무소의 설명에 다음 달 고지서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 : 전기가지고 태클을 걸었더니 전기는 좀 떨어졌어요. 전기는 좀 떨어졌는데. (25ton을 혼자 쓰셨네요. 혼자.)]

또,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겁니다.

이번엔 수도세였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조씨 혼자 사용한 수도요금은 무려 47,430원.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의 월평균 수도 사용량은 약 8.5㎥.

조 씨의 사용량은 약 3배에 달합니다.

영문도 모르고 과다하게 나온 수도요금을 낼 수 없었던 그는 관리사무소에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피해자 : 여기 뭔가 잘못됐다 나는 이걸 믿을 수가 없는 고지서다 그랬더니 (관리사무소에서) 이제 처음에는 계량기 핑계를 대시더라고요. 계량기가 불량인지 저기 진짜 소장님 양심이 불량인지 내가 파헤쳐야 할 것 아니냐 (그랬더니)]

물러서지 않는 조 씨에게 관리사무소장은 어이없는 제안을 합니다.

[피해자 : 앞으로 몇 개월 한 6개월이나 뭐 동안은 여기 전기하고 수도(요금)를 0으로 해주고 전기(요금)도 좀 줄여준다고 내가 만 톤을 쓰든 백 톤을 쓰든 나온 대로 적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그때 (따지니까) 막 저한테 뭐라고 그랬냐면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그리고 한 달 뒤,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 본 조 씨는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관리사무소장의 말대로 수도 사용량과 요금, 모두 0으로 청구된 겁니다.

우리는 취재 중 관리비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른 주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주민 : 연체를 해서 만약에 두 달 치를 이번 달에 같이 보내는 데 (관리비가 미심쩍어서) 연체료를 납득이 안 가서 부치지 않았어요. 그럴 때 다음 달에 수도세가 더 많이 나오는 거예요. 한 6ton 정도 더 부과돼서]

취재진은 관리사무소장에게 직접 수도요금 0원의 의혹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관리소장 녹취 : (조 씨가 이사를 오고 나서) 계량기가 망가졌는지 계량기가 엄청 돌아가는 거예요.]

[기자 : 계량기의 문제다.]

[관리소장 녹취 : 계량기가 망가졌으면 뭐 25ton이 나가거나 기계가 하는 거니까 돌아갈 수가 있지]

수도요금 0원은 잘못 부과된 25㎥에 대한 요금을 감면해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해할 수 없는 계산법을 설명했습니다.

[관리소장 녹취 : 5톤씩 감해 가지고 5톤씩만 부과시키고 그러면 0으로다가 다섯 달을 해주면 이걸 까주는 거 아니냐. 그죠? (썰렁 느낌 나게)]

조 씨는 답답한 심정으로 구청과 시청에도 문의해봤지만 권한 밖의 일이라며 관리사무실과 소송을 하든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피해자 : 점점 늘어나는 게 일인 가구 세대라고 하는데 오피스텔이 법 규정을 벗어나? 그럼 전 이해가 안 되겠거든요.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그 이유를 설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냥 그렇데요. 이게 나라입니까. 막말로]

직장인 노재훈 씨는 석 달 전 이 오피스텔로 이사를 왔습니다.

교통이 편리하고 사생활이 보장되는 공간이 마음에 들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피스텔에 대한 기대는 관리비 고지서를 확인하는 순간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입주민 피해자 : 전 집에서 한 달에 한 5천 원 나왔다고 치면 여기서 2만 7천 원 정도가 나왔더라고요. (전집보다) 다섯 배 여섯 배 좀 안 되게 나왔어요.]

5배나 불어난 수도요금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관리사무소를 찾았습니다.

[입주민 피해자 : 가서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고 이렇게 문제 제기를 했죠. 거기서 돌아오는 답변이 오피스텔은 원래 비싸다. 이러더라고요.]

노 씨가 직접 발품을 팔며 알아본 사정은 이랬습니다.

건축법에서 업무 시설로 분류되는 오피스텔에 숙식 기능이 점점 강화되면서 지금은 전입신고를 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요.

따라서 당연히 수도요금도 가정용으로 청구돼야 하지만 관리사무소가 임의로 더 비싼 상업용 요율을 적용했다는 겁니다.

[입주민 피해자 : 시청 수도과 직원들이랑 통화를 해보니까 (톤당) 2,500원씩 내고 있다니까 2,500원은 비싸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분들도 시청직원도 저희가 이야기하면 그냥 민사를 해라경찰서에 고소해라 이래요.]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재훈 씨에게는 요즘 없던 습관이 생겼습니다.

[입주민 피해자 : 수도를 아낀다고 아껴요 제가 진짜 변기도 물 덜 내리려고 그러고 수압도 제일 약하게 해놓고 일부러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한 달 나오는 거는 이렇다고 할 수 있지만 1년 정도 생각해보면 좀 짜증이 나거든요.]

계약이 끝날 때까지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부동산중개료를 감수하더라도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기자 : 앞으로 계속 오피스텔에서 사실 거예요?]

[입주민 피해자 : 아니요 절대. (계약 끝나면) 바로 이사 갈 거예요. 가정용으로 썼으면 가정용으로 내고 그냥 그리고 주택 보호법도 받고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절대 오피스텔은 안 살 것 같아요.]

아파트보단 관리비가 좀 더 나올 거라 각오는 했지만 그래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오피스텔 입주민들.

하지만 이런 답답함을 해결할 방법도 도움을 청할 정부도 현재로썬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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