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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6월 7일(화요일)
□ 출연자 : 유해근 목사 (재한몽골학교 이사장)
- 한국과 인연 깊은 몽골, 인구의 1%가 한국에 있어
- 몽골 재무부의 사무관도 배출... 한-몽골 가교 역할 할 것
- 저개발 국가에서 온 아이들 편견으로 보지 말았으면
- 몽골인들이 한국을 부르는 이름 '솔롱고스'='무지개가 뜨는 곳'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20년 넘게 외국인을 돕는 일을 해 오신 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몽골학교를 세워서 몽골 아이들에게 미래를 심어주고 계신 분인데요. 재한몽골학교 이사장 유해근 목사를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유해근 목사(이하 유해근):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재외몽골학교가 있었군요. 이게 언제 설립된 겁니까?
◆ 유해근: 1999년도에 처음 몽골학교를 시작했고요. 그러나 그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몽골학교를 생각하고 간 것은 아니에요. IMF가 터지고 우리나라에 있던 몽골 사람들도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몽골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히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죠.
◇ 정병진: 그렇군요. 일종의 공부방 같은 모임이었겠어요?
◆ 유해근: 물론이죠. 그 아이들이 갈 곳이 없으니까, 한국 학교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고, 부모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었고,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한글도 가르쳐주고, 노래도 가르쳐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거죠.
◇ 정병진: 지금은 광진구 광장동 쪽에 있는 거죠?
◆ 유해근: 네, 맞습니다.
◇ 정병진: 특별히 몽골 아이들이 눈의 띈 이유가 있을까요?
◆ 유해근: 우리나라 이주노동자들 가운데에 사실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이 없어요. 유일하게 몽골 사람들만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죠. 왜 그런고하니 몽골 사람들은 유목민족이잖아요. 유목민족은 가족과 함께 움직이는 문화예요. 그렇겠죠. 원래 몽골 집이 게르라고 하는 텐트 아닙니까? 몽골 초원에 가면 게르와 게르 사이가 약 5km에서 멀게는 50km가 떨어져 있어요. 그러니까 이웃이라고 하는 개념이 없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가족과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는 그런 문화적인 특징이 있고요. 그런 것들이 우리나라에 오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함께 데리고 들어오게 되고, 또 그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게 제 눈에 뜨인 거죠. 그래서 그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시작했는데 벌써 16년이 지났죠.
◇ 정병진: 그렇군요. 정규 외국인 학교로서 승인도 받게 되었죠?
◆ 유해근: 네, 몽골 교육부에서도 몽골 학교로 인가를 받았고, 우리 교육청에서도 외국인 학교로 인가를 받았죠.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외국인 학교라고 하면 대체로 선진국형 외국인 학교예요. 영미계를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일본, 그리고 일부 화교학교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일하게 이주노동자들의 자녀학교로 몽골학교가 하나 있는 거예요.
◇ 정병진: 그렇군요. 재학생은 몇 명 정도 됩니까?
◆ 유해근: 처음에는 8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린이집까지 해가지고 230명 정도 아이들이 있어요.
◇ 정병진: 그렇군요. 이 학생들이 잘 공부를 하고, 졸업도 하기도 하고,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처음으로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 유해근: 졸업은 2005년도부터 졸업을 했고요. 그런데 저희가 학교를 새로 건축하면서 올해에 처음 12학년, 우리로 하면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졸업을 하는 거예요. 그 전에는 저희가 중학교 과정밖에 없었어요. 그러다보니까 고등학교 과정으로는 처음 졸업을 하게 되요.
◇ 정병진: 학제가 우리나라 학제는 아닌 것 같아요. 몽골식인가요?
◆ 유해근: 원래 사회주의권은 10학년까지 있었어요. 우리는 초중고, 이렇게 나가지만 몽골은 1학년부터 10학년, 이렇게 불러요. 그런데 최근에 12학년까지로 학제가 변경되었고, 그래서 우리학교도 12학년까지로 만들어지게 되고, 졸업을 하게 되는 거죠.
◇ 정병진: 초등학생 과정은 1에서 5학년까지, 중학교 과정이 6학년부터 9학년, 고등학교가 10학년부터 12학년까지, 이렇게 되는 거고요. 몽골학교에서도 12학년까지 다 진행되는 거죠?
◆ 유해근: 네, 그래서 다음주 13일, 오후 2시에 처음으로 12학년 아이들이 졸업을 합니다.
◇ 정병진: 아, 축하드립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몽골인이겠네요?
◆ 유해근: 100% 몽골 아이들이에요. 일부는 중도입국자녀라고 해서, 엄마가 몽골에서 결혼을 해서 낳은 아이가 있는데, 그 엄마가 다시 한국 남자와 재혼을 하잖아요? 그렇게 하면 이 아이가 한국 아빠에 입양이 되는 거죠. 그 아이들을 중도입국자녀라고 부르는데, 그 아이들이 일부 있고요. 나머지는 100% 몽골 부모들이에요.
◇ 정병진: 그렇군요. 이렇게 들어오고 있는 몽골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인가요?
◆ 유해근: 그렇죠. 우리나라가 저출산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이제는 이민자가 들어오는 것은 기정사실 아닙니까? 다문화 시대가 되고 세계화 시대가 되니까 더 자연스럽게 많은 이민자들이 들어오게 되는 거고요. 특별히 몽골은 우리와 굉장히 깊은 관계가 있는 나라예요.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고, 또 앞으로 우리의 앞으로의 국가적인 일들은 몽골이라는 국가의 협조가 함께 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 많은 거죠.
◇ 정병진: 그렇군요. 이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대부분 몽골로 돌아갑니까? 아니면 한국에서 취업을 합니까?
◆ 유해근: 올해 같은 경우에는 10명의 아이들이 졸업을 하는데요. 3명의 아이는 몽골로 대학을 가요. 나머지 아이들은 한국에서, 우리나라 대학에 가죠. 외국인 특례 입학으로 좋은 대학들에 입학을 하고, 이미 우리학교 출신 아이 중에는 몽골 재무부의 사무관도 나와 있고요.
◇ 정병진: 아, 그런가요?
◆ 유해근: 네, 제가 작년에 가서 만나고 왔거든요. 올해는 또 우리학교 아이가 벌써 대학을 졸업해서 우리나라 은행에 취직한 아이가 있어요. 그래서 한국과 몽골 쪽의 금융관계, 은행 업무를 돕는 그런 직장인도 생겼고요.
◇ 정병진: 아, 참 보람차시겠어요?
◆ 유해근: 네, 그러니까 저는 지금은 작은 학교지만 이 아이들이 10년, 20년 쯤 지나면 이 아이들이 몽골의 지도자가 되는 거예요.
◇ 정병진: 그렇게 되면 한국과의 가교 역할을 이 학생들이 담당할 수도 있겠네요?
◆ 유해근: 그럼요. 굉장히 중요한 아이들이죠.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한국이 몽골에 여러 가지로 의존할 가능성이 많거든요. 우리나라보다 땅이 17배가 큰 나라고, 한반도의 8배인 큰 국가이면서 세계적인 자원부국이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71년 동안 사회주의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인구는 300만 명밖에 안 돼요. 그 300만 인구 중에 3만 명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말이에요. 전체 인구의 1%가 들어와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측면에서 볼 때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앞으로 한국과 몽골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은 물론이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큰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지금 우리 안에서 자라고 있는 거죠.
◇ 정병진: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와 외모는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문화적으로 다른 측면도 많을 것이고,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학생들이 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 유해근: 그렇죠. 우리나라가 단일민족국가라고 하면서 외국인과의 관계가 잘 안 되죠. 굉장히 폐쇄적이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이 있고요. 또 우리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고, 그러다보니까 굉장히 많은 소외를 느끼고, 그런 어려움 가운데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조금은 우리 사회가 다문화 시대, 세계화 시대에 열린 마음으로 몽골학교 아이들도 안아주고, 끌어안고 간다면 우리 사회에 아마 큰 긍정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올 거예요.
◇ 정병진: 네, 근처에 한국인 학교 학생들과 마찰이 생긴다든지, 뭔가 그런 일들은 없었습니까?
◆ 유해근: 몇 년 전에 있었어요. 그 근처에 중학교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싸우는 일이 있었는데요. 우리 아이들에게 왜 싸왔냐고 제가 물어보니, 한국 중학교 아이들이 ‘야, 몽골 거지OO야.’ 이렇게 욕을 하니까 거기서 견디지 못하고 싸웠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철이 없어서 그렇게 싸울 수 있어요. 그런 생각은 드는데요. 그래도 아직은 우리 사회가 외국인, 특히 저개발국가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좀 있다. 그건 제가 오래 전부터 느껴온 것이죠.
◇ 정병진: 네, 그런 것들을 어른들이 느끼기도 했을 텐데, 그걸 고스란히 아이들까지 느끼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점을 우리 사회가 더 신경 쓰면서, 우리도 똑같이 그런 시선을 받았던 경우도 있으니까요.
◆ 유해근: 사실 지금도 미국이나 선진국에 가면 한국 교민들이 느끼는 서러움이 있잖아요.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서러움이 있는데...
◇ 정병진: 그러니까요. 입장이 똑같은 겁니다.
◆ 유해근: 그렇죠. 그런데 사실 앞으로 저출산에 초고령사회가 되는, 인구 절벽의 시대라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데, 이제 이주민들을, 이제는 그들이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자산들입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사람들입니다. 함께 살아야 합니다.
◇ 정병진: 그렇죠. 지금 이런 현실을 조금 더 생각하고, 외국인들과 같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 학생들이 이런 일상에서 오는 갈등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 안에서는 잘 성장하고 있는 거죠?
◆ 유해근: 그럼요. 너무 예쁘게 잘 성장합니다. 한국 분들이 우리 학교에 오셔서 깜짝 놀라요. 아이들이 너무 밝다는 거예요. 이주노동자의 아이들이니까 어둡고 그럴 줄 알았는데 인사도 잘 하죠. 한국말은 유창하게 하죠. 아이들이 잘생기고 멋지죠. 그러니까 이런 아이들 처음 봤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교육 과정을 보니까 태권도도 있고, 우리 고유의 문화를 전수하는 과정도 있더라고요?
◆ 유해근: 특별활동, 그런 것을 통해서 우리 문화도 알리고, 태권도, 유도도 알려주고, 많은 우리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도 가르쳐주고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큰 소망이 있어요. 이 아이들이 장기적으로는 몽골의 산업과 정치, 경제, 모든 영역의 지도자가 될 거란 말이죠. 그렇게 되면 아마 우리 국가의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그런 성격의 겨자 씨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겨자 씨가 나중에 겨자 나무가 된다, 그런 말이 나오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아이들이 지금은 존재감이 없잖아요. 겨자 씨 같고요. 제가 학교 이야기하면 몽골학교가 울란바트로에 있는 겁니까? 이렇게 묻는 분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서울 광장동에 있는 거고요. 그렇게 존재감이 없어요. 지금은 미미하죠. 그러나 어느 날은 그 겨자씨가 겨자나무가 될 거라는 말이에요. 싹이 나고, 줄기가 되고, 겨자 나무가 되면 많은 유익이 생길 거 아니겠어요? 공중에 새들도 거기서 쉼을 얻고, 나그네도 쉼을 얻고, 마치 겨자 씨가 겨자 나무가 되는 꿈을 꾸죠. 그런 날이 분명히 온다고 저는 확신하고 이 일을 벌써 16년 동안 하고 있어요.
◇ 정병진: 교육이라는 게 사람을 키우고, 하나의 국가 일꾼으로 만드는 초석이니까요.
◆ 유해근: 그렇죠. 결국 사람을 키우고, 사람과의 관계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사회도 지금과 같은 물질주의에 너무 매몰되면 안 돼요.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그 사람들을 귀하게 여길 때 그 사람들이 결국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어떤 힘이 되는 거죠. 오바마가 전형적인 다문화 가정 출신 아닙니까?
◇ 정병진: 알겠습니다. 목사님, 몽골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배우시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 유해근: 그렇죠. 일단 기본적으로 몽골은 제국의 경험을 가지고 있죠. 13세기에 칭기즈 칸이 세웠던 제국이 바로 몽골 제국 아닙니까? 그러다보니까 사람들의 스케일이 커요. 우리보다는 대인적인 풍모가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대륙적인 기질도 좀 있고요. 그런 부분은 우리가 좀 배워야 할 거고, 또 하나는 유목민적 기질입니다. 요즘은 노마드에 대한 이야기, 디지털 노마드니, 문화 노마드니, 유목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그 유목적이라고 하는 것은 인류 역사 발전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철학적이고 인류 문화적인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몽골 사람들을 통해서 굉장히 많이 배워요.
◇ 정병진: 네, 9274번님 같은 경우는 “지금 말씀 듣다보니까 우리 아들도 몽골 가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문의를 하시네요.
◆ 유해근: 우선 몽골학교에 보내세요. 몽골학교에 한국 분들이 오셔서 다양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어요.
◇ 정병진: 그런 식으로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국내에 있는 몽골 학생들을 위해서 분골쇄신하고 계신 재한몽골학교 이사장, 유해근 목사님과 인터뷰를 해봤는데요. 몽골에서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한다면서요? 무지개가 뜨는 나라.
◆ 유해근: 무지개 같이 환상적인 나라라고 하죠. 그만큼 우리를 다양성의 나라로 보는데, 사실 우리가 그렇게 다양하지는 못하죠.
◇ 정병진: 네, 그런 그림을 또 그리면서 차근차근 나아갈 때, 이 재한몽골학교가 그 초석을 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유해근: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재한몽골학교 이사장, 유해근 목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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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6년 6월 7일(화요일)
□ 출연자 : 유해근 목사 (재한몽골학교 이사장)
- 한국과 인연 깊은 몽골, 인구의 1%가 한국에 있어
- 몽골 재무부의 사무관도 배출... 한-몽골 가교 역할 할 것
- 저개발 국가에서 온 아이들 편견으로 보지 말았으면
- 몽골인들이 한국을 부르는 이름 '솔롱고스'='무지개가 뜨는 곳'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20년 넘게 외국인을 돕는 일을 해 오신 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몽골학교를 세워서 몽골 아이들에게 미래를 심어주고 계신 분인데요. 재한몽골학교 이사장 유해근 목사를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유해근 목사(이하 유해근):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재외몽골학교가 있었군요. 이게 언제 설립된 겁니까?
◆ 유해근: 1999년도에 처음 몽골학교를 시작했고요. 그러나 그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몽골학교를 생각하고 간 것은 아니에요. IMF가 터지고 우리나라에 있던 몽골 사람들도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몽골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히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죠.
◇ 정병진: 그렇군요. 일종의 공부방 같은 모임이었겠어요?
◆ 유해근: 물론이죠. 그 아이들이 갈 곳이 없으니까, 한국 학교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고, 부모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었고,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한글도 가르쳐주고, 노래도 가르쳐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거죠.
◇ 정병진: 지금은 광진구 광장동 쪽에 있는 거죠?
◆ 유해근: 네, 맞습니다.
◇ 정병진: 특별히 몽골 아이들이 눈의 띈 이유가 있을까요?
◆ 유해근: 우리나라 이주노동자들 가운데에 사실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이 없어요. 유일하게 몽골 사람들만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죠. 왜 그런고하니 몽골 사람들은 유목민족이잖아요. 유목민족은 가족과 함께 움직이는 문화예요. 그렇겠죠. 원래 몽골 집이 게르라고 하는 텐트 아닙니까? 몽골 초원에 가면 게르와 게르 사이가 약 5km에서 멀게는 50km가 떨어져 있어요. 그러니까 이웃이라고 하는 개념이 없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가족과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는 그런 문화적인 특징이 있고요. 그런 것들이 우리나라에 오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함께 데리고 들어오게 되고, 또 그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게 제 눈에 뜨인 거죠. 그래서 그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시작했는데 벌써 16년이 지났죠.
◇ 정병진: 그렇군요. 정규 외국인 학교로서 승인도 받게 되었죠?
◆ 유해근: 네, 몽골 교육부에서도 몽골 학교로 인가를 받았고, 우리 교육청에서도 외국인 학교로 인가를 받았죠.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외국인 학교라고 하면 대체로 선진국형 외국인 학교예요. 영미계를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일본, 그리고 일부 화교학교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일하게 이주노동자들의 자녀학교로 몽골학교가 하나 있는 거예요.
◇ 정병진: 그렇군요. 재학생은 몇 명 정도 됩니까?
◆ 유해근: 처음에는 8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린이집까지 해가지고 230명 정도 아이들이 있어요.
◇ 정병진: 그렇군요. 이 학생들이 잘 공부를 하고, 졸업도 하기도 하고,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처음으로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 유해근: 졸업은 2005년도부터 졸업을 했고요. 그런데 저희가 학교를 새로 건축하면서 올해에 처음 12학년, 우리로 하면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졸업을 하는 거예요. 그 전에는 저희가 중학교 과정밖에 없었어요. 그러다보니까 고등학교 과정으로는 처음 졸업을 하게 되요.
◇ 정병진: 학제가 우리나라 학제는 아닌 것 같아요. 몽골식인가요?
◆ 유해근: 원래 사회주의권은 10학년까지 있었어요. 우리는 초중고, 이렇게 나가지만 몽골은 1학년부터 10학년, 이렇게 불러요. 그런데 최근에 12학년까지로 학제가 변경되었고, 그래서 우리학교도 12학년까지로 만들어지게 되고, 졸업을 하게 되는 거죠.
◇ 정병진: 초등학생 과정은 1에서 5학년까지, 중학교 과정이 6학년부터 9학년, 고등학교가 10학년부터 12학년까지, 이렇게 되는 거고요. 몽골학교에서도 12학년까지 다 진행되는 거죠?
◆ 유해근: 네, 그래서 다음주 13일, 오후 2시에 처음으로 12학년 아이들이 졸업을 합니다.
◇ 정병진: 아, 축하드립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몽골인이겠네요?
◆ 유해근: 100% 몽골 아이들이에요. 일부는 중도입국자녀라고 해서, 엄마가 몽골에서 결혼을 해서 낳은 아이가 있는데, 그 엄마가 다시 한국 남자와 재혼을 하잖아요? 그렇게 하면 이 아이가 한국 아빠에 입양이 되는 거죠. 그 아이들을 중도입국자녀라고 부르는데, 그 아이들이 일부 있고요. 나머지는 100% 몽골 부모들이에요.
◇ 정병진: 그렇군요. 이렇게 들어오고 있는 몽골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인가요?
◆ 유해근: 그렇죠. 우리나라가 저출산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이제는 이민자가 들어오는 것은 기정사실 아닙니까? 다문화 시대가 되고 세계화 시대가 되니까 더 자연스럽게 많은 이민자들이 들어오게 되는 거고요. 특별히 몽골은 우리와 굉장히 깊은 관계가 있는 나라예요.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고, 또 앞으로 우리의 앞으로의 국가적인 일들은 몽골이라는 국가의 협조가 함께 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 많은 거죠.
◇ 정병진: 그렇군요. 이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대부분 몽골로 돌아갑니까? 아니면 한국에서 취업을 합니까?
◆ 유해근: 올해 같은 경우에는 10명의 아이들이 졸업을 하는데요. 3명의 아이는 몽골로 대학을 가요. 나머지 아이들은 한국에서, 우리나라 대학에 가죠. 외국인 특례 입학으로 좋은 대학들에 입학을 하고, 이미 우리학교 출신 아이 중에는 몽골 재무부의 사무관도 나와 있고요.
◇ 정병진: 아, 그런가요?
◆ 유해근: 네, 제가 작년에 가서 만나고 왔거든요. 올해는 또 우리학교 아이가 벌써 대학을 졸업해서 우리나라 은행에 취직한 아이가 있어요. 그래서 한국과 몽골 쪽의 금융관계, 은행 업무를 돕는 그런 직장인도 생겼고요.
◇ 정병진: 아, 참 보람차시겠어요?
◆ 유해근: 네, 그러니까 저는 지금은 작은 학교지만 이 아이들이 10년, 20년 쯤 지나면 이 아이들이 몽골의 지도자가 되는 거예요.
◇ 정병진: 그렇게 되면 한국과의 가교 역할을 이 학생들이 담당할 수도 있겠네요?
◆ 유해근: 그럼요. 굉장히 중요한 아이들이죠.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한국이 몽골에 여러 가지로 의존할 가능성이 많거든요. 우리나라보다 땅이 17배가 큰 나라고, 한반도의 8배인 큰 국가이면서 세계적인 자원부국이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71년 동안 사회주의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인구는 300만 명밖에 안 돼요. 그 300만 인구 중에 3만 명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말이에요. 전체 인구의 1%가 들어와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측면에서 볼 때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앞으로 한국과 몽골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은 물론이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큰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지금 우리 안에서 자라고 있는 거죠.
◇ 정병진: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와 외모는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문화적으로 다른 측면도 많을 것이고,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학생들이 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 유해근: 그렇죠. 우리나라가 단일민족국가라고 하면서 외국인과의 관계가 잘 안 되죠. 굉장히 폐쇄적이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이 있고요. 또 우리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고, 그러다보니까 굉장히 많은 소외를 느끼고, 그런 어려움 가운데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조금은 우리 사회가 다문화 시대, 세계화 시대에 열린 마음으로 몽골학교 아이들도 안아주고, 끌어안고 간다면 우리 사회에 아마 큰 긍정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올 거예요.
◇ 정병진: 네, 근처에 한국인 학교 학생들과 마찰이 생긴다든지, 뭔가 그런 일들은 없었습니까?
◆ 유해근: 몇 년 전에 있었어요. 그 근처에 중학교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싸우는 일이 있었는데요. 우리 아이들에게 왜 싸왔냐고 제가 물어보니, 한국 중학교 아이들이 ‘야, 몽골 거지OO야.’ 이렇게 욕을 하니까 거기서 견디지 못하고 싸웠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철이 없어서 그렇게 싸울 수 있어요. 그런 생각은 드는데요. 그래도 아직은 우리 사회가 외국인, 특히 저개발국가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좀 있다. 그건 제가 오래 전부터 느껴온 것이죠.
◇ 정병진: 네, 그런 것들을 어른들이 느끼기도 했을 텐데, 그걸 고스란히 아이들까지 느끼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점을 우리 사회가 더 신경 쓰면서, 우리도 똑같이 그런 시선을 받았던 경우도 있으니까요.
◆ 유해근: 사실 지금도 미국이나 선진국에 가면 한국 교민들이 느끼는 서러움이 있잖아요.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서러움이 있는데...
◇ 정병진: 그러니까요. 입장이 똑같은 겁니다.
◆ 유해근: 그렇죠. 그런데 사실 앞으로 저출산에 초고령사회가 되는, 인구 절벽의 시대라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데, 이제 이주민들을, 이제는 그들이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자산들입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사람들입니다. 함께 살아야 합니다.
◇ 정병진: 그렇죠. 지금 이런 현실을 조금 더 생각하고, 외국인들과 같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 학생들이 이런 일상에서 오는 갈등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 안에서는 잘 성장하고 있는 거죠?
◆ 유해근: 그럼요. 너무 예쁘게 잘 성장합니다. 한국 분들이 우리 학교에 오셔서 깜짝 놀라요. 아이들이 너무 밝다는 거예요. 이주노동자의 아이들이니까 어둡고 그럴 줄 알았는데 인사도 잘 하죠. 한국말은 유창하게 하죠. 아이들이 잘생기고 멋지죠. 그러니까 이런 아이들 처음 봤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교육 과정을 보니까 태권도도 있고, 우리 고유의 문화를 전수하는 과정도 있더라고요?
◆ 유해근: 특별활동, 그런 것을 통해서 우리 문화도 알리고, 태권도, 유도도 알려주고, 많은 우리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도 가르쳐주고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큰 소망이 있어요. 이 아이들이 장기적으로는 몽골의 산업과 정치, 경제, 모든 영역의 지도자가 될 거란 말이죠. 그렇게 되면 아마 우리 국가의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그런 성격의 겨자 씨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겨자 씨가 나중에 겨자 나무가 된다, 그런 말이 나오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아이들이 지금은 존재감이 없잖아요. 겨자 씨 같고요. 제가 학교 이야기하면 몽골학교가 울란바트로에 있는 겁니까? 이렇게 묻는 분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서울 광장동에 있는 거고요. 그렇게 존재감이 없어요. 지금은 미미하죠. 그러나 어느 날은 그 겨자씨가 겨자나무가 될 거라는 말이에요. 싹이 나고, 줄기가 되고, 겨자 나무가 되면 많은 유익이 생길 거 아니겠어요? 공중에 새들도 거기서 쉼을 얻고, 나그네도 쉼을 얻고, 마치 겨자 씨가 겨자 나무가 되는 꿈을 꾸죠. 그런 날이 분명히 온다고 저는 확신하고 이 일을 벌써 16년 동안 하고 있어요.
◇ 정병진: 교육이라는 게 사람을 키우고, 하나의 국가 일꾼으로 만드는 초석이니까요.
◆ 유해근: 그렇죠. 결국 사람을 키우고, 사람과의 관계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사회도 지금과 같은 물질주의에 너무 매몰되면 안 돼요.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그 사람들을 귀하게 여길 때 그 사람들이 결국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어떤 힘이 되는 거죠. 오바마가 전형적인 다문화 가정 출신 아닙니까?
◇ 정병진: 알겠습니다. 목사님, 몽골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배우시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 유해근: 그렇죠. 일단 기본적으로 몽골은 제국의 경험을 가지고 있죠. 13세기에 칭기즈 칸이 세웠던 제국이 바로 몽골 제국 아닙니까? 그러다보니까 사람들의 스케일이 커요. 우리보다는 대인적인 풍모가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대륙적인 기질도 좀 있고요. 그런 부분은 우리가 좀 배워야 할 거고, 또 하나는 유목민적 기질입니다. 요즘은 노마드에 대한 이야기, 디지털 노마드니, 문화 노마드니, 유목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그 유목적이라고 하는 것은 인류 역사 발전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철학적이고 인류 문화적인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몽골 사람들을 통해서 굉장히 많이 배워요.
◇ 정병진: 네, 9274번님 같은 경우는 “지금 말씀 듣다보니까 우리 아들도 몽골 가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문의를 하시네요.
◆ 유해근: 우선 몽골학교에 보내세요. 몽골학교에 한국 분들이 오셔서 다양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어요.
◇ 정병진: 그런 식으로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국내에 있는 몽골 학생들을 위해서 분골쇄신하고 계신 재한몽골학교 이사장, 유해근 목사님과 인터뷰를 해봤는데요. 몽골에서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한다면서요? 무지개가 뜨는 나라.
◆ 유해근: 무지개 같이 환상적인 나라라고 하죠. 그만큼 우리를 다양성의 나라로 보는데, 사실 우리가 그렇게 다양하지는 못하죠.
◇ 정병진: 네, 그런 그림을 또 그리면서 차근차근 나아갈 때, 이 재한몽골학교가 그 초석을 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유해근: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재한몽골학교 이사장, 유해근 목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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