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묻지마 살인, '조현병'이 부른 비극

강남 묻지마 살인, '조현병'이 부른 비극

2016.05.23. 오후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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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융, 변호사

[앵커]
여성 혐오 논란을 일으킨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에 대해서 경찰이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결론내렸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이 조현병이라는 건데 조현병 환자 관리에는 문제가 없는지 자세한 이야기, 박상융 변호사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경찰이 어제 심리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내용부터 먼저 정리를 좀 해 볼까요?

[인터뷰]
여론이 자꾸 여성 혐오에 의해서 일으킨 범죄다, 이렇게 몰고 가니까 경찰에서 프로파일러를 통해서 심층면담을 해 본 결과 범행 동기는 단순히 여성 혐오 이면에 이 범죄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이 조현병이라는 게 망상장애라는 거거든요. 특히 이 범죄자는 정신병원에 4번이나 입원한 경력이 있었다, 심지어 정신병원에 자기를 4번이나 입원시키게 만든 사람이 어머니다, 그래서 어머니까지 증오하고 있었고 퇴원 후에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상당히 여성으로부터 좀 핀잔을 많이 들어서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해가지고 그것에 대한 감정 표출에 의해서 한 것이다. 단순히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다.

[앵커]
경찰 결론은 그렇죠? 그러니까 1차적 직접적 원인은 조현병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렸는데요. 청소년기부터 이상한 증상을 보였다면서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외아들이었다고 합니다. 외아들이고 중학교 때부터 좀 이상해서 폭력적인 증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정신병원에 어머니가 입원을 시켰는데 아마 조현병 환자는 그렇습니다. 나를 왜 정신병자로 취급하느냐, 아닌데. 거기에서 약간 반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퇴원 후에 약을 복용해야 되는데 약도 복용하지도 않고 노숙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가정과 단절된 것 같습니다.

[앵커]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거죠? 피의자의 어제 발언들. 경찰이 어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조현병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는데요. 조현병이 그런데 정확히 뭔지 궁금해하시는 시청자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조현병이 정확히 어떤 질병이고 또 사회적 범죄로 연결되지 않으려면 의학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결해서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노규식 박사님, 안녕하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십니까, 노규식입니다.

[앵커]
정신분열증 조현병, 용어정리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다른 개념입니까, 같은 개념입니까?

[인터뷰]
과거에는 정신분열병이라고 불리워졌던 병명이 2011년도에 조현병이라는 병명으로 개정이 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두 개는 같은 병명이다, 병이다라고 하시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앵커]
불필요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 용어가 정리가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될까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사실 정신분열병이라고 불려지던 사람들이 분열된 상태에 있는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공포시되고 배척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좀더 올바른 의미의 이름을 붙이자, 이렇게 해서 여러 공청회 같은 것들을 통해서 개정된 이름이죠.

[앵커]
이번에 묻지마 살해사건 피의자가 보인 환청, 피해망상, 이런 증상들을 보면요, 전형적인 조현병 증상이다, 이렇게 보면 되나요?

[인터뷰]
제가 기사로만 접한 것이기는 합니다마는 그 기사에 근거해서 볼 때 이분이 겪었던 증상은 전형적인 조현병에서 보이는 피해망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근거를 들자면 피해를 받았다는 근거로서 얘기하는 게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데 앞에 있는 여성이 일부러 천천히 올라가더라, 이런 이야기들이 주로 나오는데 이렇게 실제로 있지 않은 일을 본인이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생기는 이런 피해망상 같은 것들은 조현병에서 보이는 피해망상의 상당히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강남 묻지마 살인 피의자도 조현병 때문에 19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6번에 걸쳐서 받았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조현병이라는 병, 입원치료를 받아도 치료가 잘 안 되는 겁니까?

[인터뷰]
사실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잘 하면 50% 정도 이상에서는 사회 복귀에 아무 문제없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마는 한 25% 이상 정도에서는 치료를 함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병이 심해지거나 사회적 기능을 상실해서 병세가 심해지는 그런 경우도 있죠.

[앵커]
그러니까 50% 정도만 조기에 치료를 했을 때 치료가 되고요. 나머지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할 수 있다.

[인터뷰]
그렇습니다. 만성적인 경과를 가지는 병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병 같은데요. 현재 병원에서 이런 조현병 환자들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강제 치료할 수 있는 기관 같은 게 혹시 있습니까?

[인터뷰]
입원을 하게 되는 경우 본인의 자발적인 입원을 많이 권유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법에 정한 조항에 맞춰서 강제 입원을 하게 되죠. 강제 입원의 조항도 여러 차례 개정이 되고 보완이 되고 있는데요.

그렇게 하고 나서 현재까지는 6개월이 지속이 되면 심사를 통해서 계속 입원 여부를 심사하고 본인이 퇴원을 희망하거나 보호자가 퇴원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는 즉시 퇴원하게 되어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현재는 낫지 않아도 6개월이면 강제로 나가야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인터뷰]
본인이나 보호자, 보호의무자가 원한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큰 거죠.

[앵커]
그러면 그 이후에는 외래 진료를 받게 되는 건가요?

[인터뷰]
그 이후에는 외래 치료를 해야 합니다.

[앵커]
선생님, 그런데 조현병 환자들, 어떻습니까? 원인을 보면 선천적인 영향이 큰가요, 아니면 후천적인 원인이 큰가요?

[인터뷰]
거기에 대해서 많은 연구들이 진행돼 왔습니다마는 현재까지 정신의학계나 내과학계에서는 선천적인 영향이 더 크지 않나. 그래서 조기에 발견해서 빨리 치료할수록 이 병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그런 쪽으로 많이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어렸을 때부터 이런 증상이 조금 보인다, 그러면 일찍 치료하는 게 가장 사회적 범죄를 막는 어떻게 보면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인터뷰]
조현병이라는 것이 본인의 사회적 기능도 많이 상실하거든요. 그래서 직장을 다니기도 어렵고 대인관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데 만일 빨리 발견이 돼서 빨리 치료할 수 있다면 이러한 개인적 피해도 줄일 수 있고요. 또 이번과 같은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는 일도 훨씬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환자 인권이냐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먼저냐 지금 논란이 뜨겁습니다. 의사 입장에서 환자 인권도 보호하면서 이런 정신병력이 사회 범죄로 연결되지 않게 하려면 어떤 관리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또 효율적이라고 보십니까?

[인터뷰]
이것을 제도만으로 풀어서는 저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일선에 있는 치료진과 또 이런 환자들의 보호자분들, 환자들 그다음에 행정 당국들이 운용의 묘를 잘 살려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다음에 무엇보다도 사회에서의 관심이 중요한데요. 결국 정신질환자들을 병원에 두어서 치료하는 것은 실패했다는 건 전세계적으로 입증이 되어 있거든요.

결국은 병원에서 자꾸 나오게 해야 되고 사회에서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한번 정신과 치료를 갔다 왔다, 입원했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에서 아직까지도 큰 낙인이 되고 불이익을 받을까 봐 숨고 이런 게 현실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이 사람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지원을 해야 될까, 어떤 것에 대해서 같이 힘을 모아야 될까,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앞으로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사회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들이 좀 많은 것 같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노규식 박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변호사님, 조현병 진료 인원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거든요. 범죄와 관련성도 많이 있나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2010년도에 9만 4000명이었는데 2014년도에 10만 40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건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 아까 조현병이 있는데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까지 합치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약 한 50만 명에 추산된다고 하는데 범죄와의 상관관계는 조현병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현병이 어떤 범죄의 원인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검에서도 뭐라고 했냐면 강력범죄자 중에서 조현병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앵커]
어제 경찰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앞서 말씀해 주셨듯이 조현병에 의한 묻지마 범죄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2014년부터 피의자 진술을 보면 피해망상 대상이 불특정다수였다가 여성으로 오는 그런 진술들이 있었단 말이에요?

[인터뷰]
그러니까 이 사람이 정신과 치료를 거부하고 약을 안 먹고 생활하는 것을 보십시오. 노숙을 했습니다. 그다음에 교회를 다니면서 사람을 접촉하고. 또 범행이 이루어지기 전날에는 식당에 있었는데 식당에서 주방보조, 서빙에서 주방보조 역할로 전락을 합니다.

그 원인에는 무엇이 작용하냐면 다 여성이 자기를 무시했다는 그게 작용한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이거를 꼭 묻지마 범죄라고 하기보다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지만 이 조현병의 원인을 촉발하게 된 것은 이 사람이 생활하면서 접하게 된 사람들이 여성이었고 여성들이 자기를 무시해가지고 어떤 범행을 촉발하게 되었다, 이렇게 보는 것이 정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면 앞으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 피의자가 여성에게 특별히 불만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이런 거를 밝히는 게 주요하지 않겠습니까?

[인터뷰]
그러니까 저는 이 사람에 대해서만 조사하지 말고 이 사람이 생활했던, 그러니까 교회에서의 관계라든가 또는 식당에서 종업원들과의 관계라든가 또는 이 사람을 치료했던 정신과 의사라든가 또는 어머니라든가 이런 사람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뇌에 문제가 있다면 뇌 MRI도 찍어서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지난 주말에는 강남역에서 추모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전국으로 확산이 되기도 했었는데요. 이런 추모 분위기, 좀 이례적인 일 아닙니까?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아주 이례적입니다. 옛날 같으면 그냥 묻힐 뻔한 사건이었는데요. 이게 전국민이 추모를 한다는 뜻은 그 메시지를 우리는 정부나 국회가 인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겠습니까?

사회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겁니다. 이 사회안전망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거거든요. 제일 중요한 것은 보호와 감시와 관찰입니다. 이 사람도 교도소에 수감되면 교도소에서 치료할 만한 시설이 있나요?

또 이 조현병 범죄자가 치료가 우선입니까, 처벌이 우선입니까? 이런 것도 우리가 생각해 봐야 되고요. 지금 국립치료감호시설이 공주에 하나밖에 없습니다. 감정유치하려고 했다 어렵다는 겁니다. 이런 거를 인식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이례적인 추모 열기 현장에서 보면 순수하게 추모를 할 때까지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다, 이렇게 저희가 받아들였었는데 또 이게 남성 혐오냐, 여성 혐오냐, 묻지마 범죄냐, 이런 논란 때문에 현장에서 또 다른 갈등을 야기시키는 건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저는 이 범죄의 원인을 여성이 사회적인 약자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안전보호망이 필요하다, 이런 쪽으로 이슈가 돼가지고 서로 토론하는 것은 건전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게 아니라 일종의 여성만을 노린 범죄다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여성 혐오 범죄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찬성, 반대 시위도 많았고 그랬는데요. 앞으로 그러면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면 대책을 어떻게 세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보십니까, 전문가 입장에서?

[인터뷰]
현장에 문제가 나와 있습니다. 뭐겠습니까? 이 어머니가 아들을 병원에 위탁했습니다. 병원에서 6개월 이상 못하지 않습니까? 나와서 약을 먹도록 해야 하는데 아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지금 각 보건소에 보면 정신건강보건센터라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계해가지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도록 해야 하고 보호와 관찰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이런 사람들이 교도소에 수감되고 난 다음에 출소 후에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관리와 관찰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러한 것이 없습니다.

[앵커]
재발 방지를 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거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남녀 공용화장실, 이것을 분리해야 한다, 이거는 근시안적인 대책입니다.

[앵커]
이것이 핵심이 될 수는 없죠.

[인터뷰]
그렇죠. 범죄예방대책에는 보호와 감시와 관찰, 이 세 가지 관점에서 해야 되는데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하면 재범을 낮추기 위해서 감시와 관찰이 없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조현병 환자들이 본인이 내가 이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의 관리와 도움, 이런 것들이 더 필요하다는 의사선생님 말씀도 있었는데요. 앞으로 이런 대책들은 사회가 함께 고민해서 실질적인 대책들이 나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박상융 변호사와 함께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에 대한 얘기 들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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