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울린 '희망통장' 일방 해지 물의

저소득층 울린 '희망통장' 일방 해지 물의

2016.05.23. 오전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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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호 / 사회부 기자

[앵커]
저소득층 가정에 정부가 지원금을 주면서 목돈을 마련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희망키움통장이라는 제도인데요.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가입 기준을 바꾸면서 가입자 10명 가운데 1명이 해지를 당할 위기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YTN이 취재에 나서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해 탈락자를 구제해주겠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사건 직접 취재한 사회부 조성호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일단 희망키움통장, 이게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인 것 같은데 어떤 제도인지 먼저 설명을 해 주시죠.

[기자]
정부가 저축을 통해서 저소득층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입니다. 희망키움통장이라는 제도는 1과 2로 나뉩니다. 정부가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그런데 기초생활보장수급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희망키움통장1이고요.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희망키움통장2입니다.

어느 정도 근로소득이 있는 차상위계층을 지원하는 제도인데요. 제가 직접 스튜디오에 그 통장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보시면 임급된 내용이 적시돼 있는데 한 달에 10만 원씩을 부으면 정부가 주는 근로장려금 10만 원이 매달 추가로 입금돼서 20만 원씩 쌓이게 됩니다. 5년 동안 모으면 1200만 원, 그리고 이자까지 받을 수 있는 그런 제도입니다.

[앵커]
그 통장 한번 잠깐 줘보실래요? 그러니까 이 내용을 보면 본인이 넣은 돈이 10만 원이 있으면 정부가 또 10만 원을 추가를 해 주는 거군요?

[기자]
네, 그래서 매달 20만 원이 쌓이게 되는 겁니다.

[앵커]
이런 통장을 받으신 분들이 많이 있겠습니다마는. 개인정보는 가리도록 하겠습니다. 10만 원을 부으면 정부가 10만 원을 부어줍니다.

그러니까 2배로 쌓이는 거잖아요. 그야말로 저소득층에 꼭 필요한 제도인 것 같은데. 그런데 갑자기 이것을 해지하겠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그런 분들이 많다고요?

[기자]
우선 취재팀이 만나본 55살 오 모 씨 얘기를 먼저 해야겠습니다. 80대 노모와 두 자녀를 혼자서 부양하는 오 씨는 한 달에 운전일을 해서 120만 원을 버는데 관할구청에서 희망키움통장에 가입할 요건이 된다고 해서 지난해 가입해서 지금까지 150만 원을 부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갑자기 문자메시지를 한 통 받았는데요. 중도해지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해지당하면 이자와 정부 지원금은 받지 못하게 되고 본인이 저축한 돈만 돌려받게 되어 있기 때문에 눈앞이 캄캄했다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요.

지금 한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오 모 씨 / 희망키움통장 가입자 : 자녀 등록금으로 쓰려고 부었는데 해지하라는 소리를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습니다.]

[앵커]
왜 갑자기 해지 통보를 받게 된 거죠?

[기자]
그래서 저희가 전후사정을 한번 취재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올해 바뀐 가입 기준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급이 116만 원 이상이면 통장 가입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131만 원 이상으로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기준을 지난해 가입한 사람들에게까지 적용했더니 월급이 120만 원인 오 씨와 같은 사람은 탈락자가 된 겁니다.

[앵커]
같은 이유로 탈락하게 된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 이렇게 되면 몇 명이나, 그동안 희망 심어준다고 하더니 갑자기 기준이 바뀌어서 탈락되는 겁니까?

[기자]
그 부분도 저희가 알아봤습니다. 정부가 올해 바뀐 소득기준에 맞지 않는 중도해지자를 선별하기 위해서 조사를 벌였습니다. YTN이 서울 시내 25개 구청 사정이 어떤지 전수조사를 해 봤더니 올해 바뀐 기준에 따라 해지 대상인 가입자는 전체 2800명 가운데 322명, 약 12% 정도였습니다.

전국 가입자 수가 2만 5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모두 3000명 정도가 해지 통보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당수는 오 씨처럼 지난해와 올해의 기준이 바뀌면서 갑자기 탈락자가 된 경우입니다.

[앵커]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죠, 보건복지부일 텐데 이런 일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 같은데 왜 가만히 있었는지. 그리고 YTN이 취재를 하고 나서야 뒤늦게 대책이 나왔다고요?

[기자]
조금 전에 정부가 조사를 벌였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조사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습니다. YTN이 취재에 들어간 것이 지난주 목요일, 이날은 조사 마감일이었는데요. 하지만 복지부는 바뀐 기준 때문에 중도해지자들이 이렇게 속출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막연하게 저소득층 근로자들이 지난해 소득에 비해서 올해 소득수준이 올라갔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겁니다. 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한번 같이 들어보시겠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탈락자가) 이렇게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요. 그런 부분이 워낙 많다 보니까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탈락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YTN이 복지부와 접촉한 지난 목요일 저녁에 퇴근을 앞둔 각 군청과 구청, 이쪽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다급하게 조사 마감을 미루겠다, 이런 내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대책도 함께 보냈는데요. 대책은 기존 가입자들에게는 가입 당시 기준을 유지해 주기로 방침을 바꾼 겁니다. 이에 따라 다행히 억울한 탈락자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바꾼 기준을 이미 가입해 있는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적용하려다가 생긴 문제입니다. 언론보도와 탈락자들의 빗발치는 민원, 이런 것 때문에 내놓은 미봉책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목돈마련과 생활 개선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런 고민 끝에 나온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희망통장이라는 게 본인도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분들, 통장에 어떻게든 아껴 써서 10만 원 모으겠다고 하는 분들 도와주는 제도인데 이런 분들 기준 바꿔가지고 이제 안 도와주겠습니다라고 하면 그분들은 이제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가겠습니까. 제도에 허점이 노출이 됐던 것 같습니다.

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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