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포성에 줄 잇는 청각 손상...'공상' 인정 외면

총·포성에 줄 잇는 청각 손상...'공상' 인정 외면

2016.04.05.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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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병대 복무 중 사격 훈련 과정에서 청력을 잃은 전역병의 사연을 지난달 보도해 드렸는데요.

군 복무 중 청력 손상을 입어 국가에 책임을 묻는 피해자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 인과 관계 입증이 부족하다며 공무 중 부상을 뜻하는 '공상'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광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년 넘게 군 복무한 A 씨.

사격 평가 업무를 주로 담당하다 어느 날 귀에 이상을 느꼈습니다.

[A 씨 / 청력 손상 예비역 간부 : 두 사람 이상만 되면 말귀를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굉장히 귀가 울리고 (귀가 안 들리니까) 목소리가 커지고 그러다 보니까 스스로 바보가 된 느낌이었어요.]

결국, 지난 2013년 스스로 군복을 벗었습니다.

복무 중 의료 기록과 평소 청각 이상이 있었다는 동료들의 진술서까지 준비해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A 씨 / 청력 손상 예비역 간부 : 수십 개 진단서에다가 소음성 난청, 이명 공상 판정을 받아서 제출했는데, 보훈처에서 이명으로만 검사해서 (유공자) 등급을 못 받았어요. 이게 정말 국가에 헌신한 간부들한테 할 수 있는 전부인지…]

70년대 포병으로 군 생활을 한 박 모 씨도 40년 넘게 난청과 이명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도 이루지 못하고, 이제는 우울증까지 앓고 있습니다.

[박 모 씨 / 군 복무 중 청력 손상 피해자 : 24시간 동안 매미 소리나 귀뚜라미 소리 같은 이명이 계속 크게 들리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보훈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공상'조차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군 진료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 총소리가 귀에 주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와 함께 고막 모형으로 충격 정도를 실험해 봤습니다.

80데시벨 음악 소리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지만, 비슷한 데시벨의 총격음이 나오자, 한눈에 봐도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고막 모형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배명진 /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 : 충격성 소음은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있는 모든 음폭을 다 가지고 있어요. 청세포 모든 부분을 다 망가뜨려 버리기 때문에 일반 소음보다 훨씬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2009년부터 2013년 사이 군 복무 중 이명과 난청 피해 신청자 80%는 공상조차 인정받지 못했고, 국가유공자로 등급판정을 받은 건 겨우 5%에 불과했습니다.

[신경순 / 국가보훈처 등록관리과 : 총·포 소리 이외에도 과다한 이어폰 착용이라든지 혈압 이상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이고, 전역한 뒤 한참 지난 후에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인권위는 이명 피해자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 요건을 완화하고,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지난 2012년 권고했지만, 아직 예산조차 배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YTN 박광렬[parkkr08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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