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낙인 찍힌 소나무...아직 먼 식물 광복

일본 낙인 찍힌 소나무...아직 먼 식물 광복

2015.08.11. 오전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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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의 영문 이름이 '일본 붉은 소나무'라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 우리 식물의 진정한 광복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진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비바람 모진 고난을 묵묵히 이겨내는 소나무.

거북등처럼 갈라진 껍질을 하고 있지만, 그 끝에는 향기로운 파란 잎을 피워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삶을 그대로 투영한 듯합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해 애국가에도 들어갔지만 해외에서 불리는 소나무의 이름은 '재패니즈 레드 파인', 일본 붉은 소나무입니다.

[장민정, 서울시 광장동]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소나무인데도 일본이라는, 재패니즈라는 이름이 붙어있다는 것에 놀랐고 불쾌했습니다."

소나무가 자생하는 식물 분포의 중심지는 한반도지만, 일본 소나무가 세계에 먼저 소개됐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밤길을 밝히는 등롱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금강초롱.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고유종이지만 이 꽃의 학명에는 한·일 합방 당시 초대 일본 공사인 '하나부사'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일본의 잔재가 남아 있는 나무와 꽃은 이 밖에도 많습니다.

단풍나무와 동백나무, 광릉 요강꽃과 산딸나무에도 이름에 일본이 따라다닙니다.

산림청이 우리 '식물 이름 광복 사업'을 추진합니다.

소나무는 코리안 레드 파인으로 바꾸고 개나리나 쑥, 냉이 등은 우리말 이름 그대로 영문으로 바꿨습니다.

[신원섭, 산림청장]
"우리나라 희귀 특산식물을 포함해 자생식물 4,173종에 대해서 비정상적인 영어 이름을 검토해 정상화하고 새 이름을 붙여서 알리는..."

라틴어로 된 학명은 바꿀 수 없지만, 한국을 표현할 수 있는 영어로 된 일반명을 지어 세계인이 즐겨 부르도록 하자는 겁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소나무에서 보듯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일본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식물 이름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문화와 역사적 가치의 상징입니다.

우리가 하루 속히 식물 주권을 되찾아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YTN 김진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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