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 진로회장 '불우한 말로'

장진호 전 진로회장 '불우한 말로'

2015.04.06. 오전 08:5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한때 진로소주와 카스맥주를 쌍두마차로 국내 주류시장을 이끌며 재계에서 10위까지 올랐던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3일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래서 주말에 뉴스가 계속 나왔었는데요. 10년 동안 도피생활을 했다 객사라고 해야 될 텐데요. 어떤 사건인지 설명을 해 주시죠. 어떻게 숨졌는지요.

[기자]
지난 3일 베이징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습니다.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장진호 전 회장은 사망 전에 굉장히 힘들고 괴롭다라는 말을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앵커께서 말씀을 하셨지만 지난 외환위기 때 진로가 법정관리되면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맞았고 회장에서 해임이 된 이후에 캄보디아나 이런 데를 막 전전하다가 지금은 중국 베이징에서 거주하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금전적으로 어떠한 구체적인 어려움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지인들을 통해 들은 바로는 많이 힘들다, 억울하다, 나의 명예가 회복됐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들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소주를 중심으로 해서 이런저런 주류업계를 휘어잡으면서 재계 19위, 재계 19위라는 건 상당히 높은 게 아니겠습니까? 삼성, 현대차만 얘기하다 보니까 그렇지 일반적으로 재계 19위라는 건 상당히 높은 기업이라고 볼 수 있고. 한마디로 잘나가는 기업중 하나였는데, 잘 아시는 것처럼 IMF 환란을 중심으로 문어발 확장이 독이 돼서 결국은 공중분해가 됐죠.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진로소주, 카스맥주, 주류시장을 장악을 했는데. 진로소주는 말할 필요가 없는 소주시장의 최강자였고. 카스맥주는 당시 OB맥주로 상징되던 독과점 체제에서 대항마로 나왔었죠.

그리고 하이트맥주도 있고 그랬지만 97년 외환위기로 몰락이 됐는데 예전 99년에는 진로소주, 카스맥주가 하이트에 매각이 되면서 진로소주가 하이트에 매각이 되면서 현재의 참이슬, 카스맥주는 OB에 매각이 되면서 카스맥주, 이렇게 됐네요. 저때 99년만해도 잘나가는 기업이었죠?

[인터뷰]
제가 어렸을 때 진로소주 광고가 유행이었습니다. 야야야, 차차차 이러면서 진짜 진장인들 사이에 저 광고가 히트쳐서 소주 하면 진로, 거의 닉네임이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하면 장진호 형인 장진봉 씨를 몰아내고 88년도에 진로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앵커]
저 광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인터뷰]
네. 만화형태인데 두꺼비 아닙니까.

[앵커]
진로의 상징, 두꺼비.

[인터뷰]
저는 옛날 광고가 낭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게 뽀빠이, 부루터, 올리브 나오고 하는.

[앵커]
어쨌든 간에 저 60년대에는 TV도 많이 보급이 안 된 상황에서 저렇게 TV광고를 했다는 것은 저때도 이미 잘나가던 기업이었다는 거죠?

[인터뷰]
그렇죠. 소주하면 진로, 진로하면 소주. 진로 주세요라는 말이 유행이었죠.

[인터뷰]
그러니까 당시 지역주가 있었고 전국주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소주는 지방마다 하나씩, 그러니까 지방소주는 다른 데로 가지 못하는. 흔히 알하는 금복주 같으면 대구, 경북. 전라도는 보해소주, 보배소주. 강원도는 경월, 충청도는 선양 이랬는데 가장 큰 시장이라는 서울을 진로가 잡았거든요.

그러면서 진로는 다른 지역에서 진출을 해서 술을 팔 수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소주회사들보다 굉장히 클 수 있었고 또 소주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까 다른 데 신경 안 쓰고 굉장히 좋은 회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제 무너지기 시작한 건 역시 문어발 확장, 이렇게 볼 수 있죠.

다른 분야 심지어는 건설업 이런 데까지 진출을 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고 볼 수 있죠.

[앵커]
그러니까 장진호 회장 같은 경우에는 창업주의 차남인데 통상 지금은 덜하지만 예전에는 장남승계 원칙이 있었을 때 형을 몰아내고, 몰아낸다는 표현이 좀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형을 물리치고 차남이 승계를 했는데 그때 나이가 34살이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나이에 진로라는 그룹의 회장직을 하게 됐는데 문제는 앞서 이동형 평론가님이 말씀하셨듯이 문어발 확장이 문제가 됐습니다. 사실 IMF환란 때 문어발 확장 우후죽순하던 기업들 다 뜨러지지 않았습니까. 한보가 됐든 기아차가 됐든. 한번 보시죠.

88년 젊은 나이로 취임을 했는데 새그린, 진로종합유통, 진로백화점, 제약회사, 건설 인수하거나 설립을 했고 1990년대에는 진로쿠어스맥주, 진로베스토아, 진로종합식품, 하이리링 이렇게 해서 3조 5000억원, 재계 19위. 저때까지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런 것들이 곪아터져서 97년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았는데.

진로나 맥주까지만 해도 지금까지도 아마 잘나가는 기업이 됐을 텐데. 보니까 예전에 저도 진로백화점에 갔던 기억이 있는데 문어발확장의 폐해를 잘 보여준 회사네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주류업과 백화점이 정확하게 연관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물룐주류를 판매할 수는 있겠습니다마는 지금 영상도 나옵니다마는 굉장히 공격적으로 백화점을 열면서 홍보도 하고 광고도 하고 했습니다마는 결국은 당시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전문성이 없는 분야에 발을 뻗쳤거든요.

그 결과 내실이 없어졌고 결국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결국 외환위기 직전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는데요. 당시 재벌이 자신의 그런 주 업종에 전력하지 않고 너무나 다양한 방면으로 역량을 펼치다 보니까 역량이 부족함으로 인해서 무너진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 진로그룹이었고. 가장 중요한 원인 중에 또 하나가 진로백화점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인터뷰]
그렇죠. 저희가 IMF때의 기억을 한번 되돌려 보면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쓰러지지 않았습니까. 엄청나게 많은 기업들이 쓰러졌는데 그 재벌들이 어떻게 쓰러졌냐 하면 다 똑같은 이유예요. 그러니까 지금 진로가 무너질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문어발확장, 정경유착, 분식회계, 비자금횡령. 이렇게 해서 다 쓰러진 것이죠.

그러니까 장진호 회장 체제에 들어가서 자기가 아버지 사업을 좀더 키우기 위해서 문어발 확장을 했고 또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정치권하고 유착이 되어야 되는 거죠. 노태우, 전두환한테 비자금을 많이 안겨다 주고 그러다 보니까 회사에 돈이 없으니까 분식회계해서 거짓말을 쳐서 은행에서 더 많은 돈을 받아들이고 자기 혼자 스스로 비자금을 빼돌리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안 무너지면 이게 이상하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인터뷰]
고생을 안 해서 그렇습니다. 34살의 사장. 산전수전, 고생을 해야 되거든요. 창업주는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서 무리한 확장을 안 했습니다. 오로지 소주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갑자기 회장이 되고 싶은 거예요, 그룹이 되고 시킨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계열사를 많이 세우게 되고 계열사가 적자가 나니까 잘나가는 진로소주나 이런 데에다가 계열사 부당지원을 하게 됐죠. 그러니까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분식회계되고 횡령하게 되고 그러니까 처벌을 받게 되는 거죠.

[앵커]
그래서 비자금 횡령 이런 걸로 처벌을 받고 집행유예 5년을 받았는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외국에서 재기를 모색하지 않았습니까? 캄보디아도 가고 중국도 가고 이랬다고 하는데.

[기자]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해요. 하지만 그 국적으로 한인은행, 부동산개발은행 같은 것들도 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많은 수익을 내지 못했고 2010년에 캄보디아 여권을 가지고 중국으로 입국을 해서 줄곧 베이징에서 생활을 해 왔습니다. 형 집행유예는 끝났지만 세금을 납부를 못했어요. 세금을 납부를 못했기 때문에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오지를 못하고 중국에 머물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은 이렇게 쓸쓸히 돌아가셨는데요.

[앵커]
한마디로 거액체납자신분이죠, 대한민국에서는. 그래서 우리나라로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었는데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해요, 생전에. 우리나라는 워낙 세금을 많이 떼어가기 때문에 사업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캄보디아 국적까지 취득을 하고 중국에서 재기도 모색을 했는데 심장마비 전 날 만취상태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정말 힘들다, 너무 힘들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화려하게 젊은 나이에 우리 재계의 황태자로 떠올랐던 장진호 전 회장. 쓸쓸하게 타지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리고 그의 생 안에는 IMF 환란 또 환란으로 대표되는 우리 재벌기업의 잘못된 경영행태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이런 얘기들을 해 봤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