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에 욕설, 멍드는 한글

비속어에 욕설, 멍드는 한글

2014.10.09. 오전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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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청소년들이 비속어나 뜻 모를 은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학생들은 특히 모바일 메신저를 쓸 때 더욱 과격해지는데요.

최근 비속어 등을 희화화한 이모티콘도 속속 생겨나 이런 경향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권민석 기자입니다.

[기자]

어린 학생들의 스마트폰 메시지를 들여다봤습니다.

'니상메', 모바일 메신저의 자기 소개 글을 뜻하는 말입니다.

속어에 줄임말을 덧대 일상적으로 쓰거나 느낌을 표현할 땐 습관적으로 강조를 위해 한 글자를 붙여놓습니다.

모바일 상에서 가능한 짧고 강렬하게 표현하려는 욕구 때문입니다.

[인터뷰:김하은, 고등학교 2학년]
"초성만 써도 ㅇㄷ 쓰면 어디 이런 거 다 알 수 있으니까..."

[인터뷰:강산희, 고등학교 1학년]
"비속어가 안 들어가면 애들이 진정성이 없는 그런 느낌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이런 경향에 맞춰 메신저 이모티콘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유행어나 줄임말, 비속어 등에 익살스런 캐릭터를 결합시킨 형태입니다.

말과 그림으로 의미를 키우거나, 상스런 욕설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초등학생도 마음만 먹으면 아무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유머를 앞세우고 거부감을 낮춰 되레 사용을 부추길 여지마저 있습니다.

[인터뷰:이윤도, 고등학교 3학년]
"친근함의 표현이 될 수 있는 거고, 그리고 그냥 짧게 쓰는 게 더 빨리 전달될 수도 있고."

업체 측은 이모티콘 작가들과 협의해 사회 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창의적인 표현을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이찬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런 욕설이라든지 이런 걸 재미있게 희화화하게 되면 사람들이 그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고 그럼 그게 더 확산되는 추세로 나가기 때문에..."

568돌을 맞은 한글날, 각박한 현실에 따라 더욱 어그러져 가는 우리 말글살이를 올바로 다잡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YTN 권민석[minseok2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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