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화 입는다" 무속인 말에 170여억 원 뜯겨

"가족 화 입는다" 무속인 말에 170여억 원 뜯겨

2011.01.27. 오후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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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가족이 위기에 빠지면 억만금을 쓰고라도 구하려 하는 것은 인지상정인데요.

이런 사람 심리를 이용해 170억 원이 넘는 돈을 빼앗은 사이비 무속인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무속인에게 돈을 갖다 바친 여성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400차례 넘게 회사 공금을 횡령했습니다.

김평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반평생을 홀로 지내다 쉰 살이 넘은 3년 전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 최 모 씨.

하지만 행복은 잠시뿐,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사고로 입원하더니 여든이 넘은 시댁과 친정 부모님도 줄줄이 쓰러졌습니다.

그때 최 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용하다고 소문난 점 집이었습니다.

[인터뷰:이웃 주민]
"(점집이 소문난 곳이라고 하던데?) 그렇다고 하대요. 잘 맞춘대요."

다급한 최 씨의 마음을 읽은 무속인 김 모 씨는 남편의 죽은 전 부인에게 천도재를 지내줘야 가족이 화를 면할 수 있다며 꼬드겼습니다.

최 씨는 집까지 팔아 마련한 5억 원으로 천도재를 지냈습니다.

하지만 재차 천도재를 지내야 액운을 완전히 떨칠 수 있다는 말에 자신이 경리과장으로 근무하던 병원의 공금까지 빼돌렸습니다.

[인터뷰:김수환, 서울 중부경찰서 경제팀장]
"병원 일일 운용 자금을 부풀려서 지출 결의서를 위조하고, 건강보험 공단 청구금이 자금부로 넘어가기 전에 인출한 거죠."

최 씨가 3년 동안 병원에서 횡령한 돈은 170억 원이 넘지만 동료들은 36년 동안 성실하게 근무해온 최 씨의 범행을 쉽게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병원 관계자]
"병원 사람들도 많이 알지 못해요. 저희도 지금 기사보고 알았기 때문에..."

무속인 김 씨는 최 씨에게서 받은 177억 원으로 특급호텔에 장기 투숙하고 서울과 부산에 호스트바를 운영하는 등 호화롭게 생활했습니다.

경찰은 두 사람을 구속하고 무속인 김 씨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더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YTN 김평정[py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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