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3개월 된 딸 굶어 죽게한 부부

'게임 중독' 3개월 된 딸 굶어 죽게한 부부

2010.03.03. 오후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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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인터넷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된 딸을 굶어 죽게 한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인터넷 게임 중독의 부작용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고한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부는 매일 밤 인터넷 게임 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태어난지 3개월 된 어린 딸은 반지하 셋방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집 앞 PC방에서 밤을 새고 돌아온 아침이었습니다.

아이는 마치 아프리카 난민처럼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고, 냉장고에서 발견된 반쯤 먹다 남은 젖병에서는 악취가 풍겼습니다.

[인터뷰:이상봉, 수원 서부경찰서 수사관]
"이불을 벗겨 보니까 완전히 애가 미라 같았고, 굉장히 말라 있었습니다. (우유병을) 국과수에 의뢰를 했더니 곰팡이균이 발견 됐고, 굉장히 상해있었습니다. 분유를 탄 것도 굉장히 오래된거죠."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결혼한 부부는 친정에서 살다 분가한 20여 일 동안 일정한 수입 없이 캐릭터를 키우는, 온라인 게임에만 매달렸습니다.

주로 밤에, 길게는 12시간 동안 게임에 몰두했고, 아침에 집으로 돌아와 분유를 한 번 정도 주는 것이 아이를 돌보는 일의 전부였습니다.

2.25kg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의 체중은 3개월이 지났지만 2.5kg을 넘지 못 했습니다.

경찰이 숨진 아이가 지나치게 마른 점이 이상해 부검을 의뢰하자 부부는 도망쳤고 친정인 경기도 양주에서 5개월 만에 붙잡혔습니다.

[녹취:김 모 씨, 아버지]
"하늘나라에 가서 영원히 아프지 않게 잘 지냈으면 좋겠고, 아빠로서 죄송합니다."

아이를 잃은 뒤 부부는 죄책감에 인터넷 게임을 끊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고, 철창 신세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YTN 고한석[hsgo@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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