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모집에 '혈안'·개인정보 보호는 '외면'

회원모집에 '혈안'·개인정보 보호는 '외면'

2008.04.24.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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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통신업체들의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회원 모집엔 혈안이면서도 정작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투자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정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객정보가 5일 동안 인터넷에 떠돌아 다녀도 전혀 몰랐던 LG 텔레콤.

대리점에 전산망을 통째로 열어준 KT.

계약업체에 개인정보를 넘긴 하나로텔레콤까지.

가입자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신성내, 서울 용문동]
"내가 이것을 믿고 사용해도 될까, 불신이 더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인터뷰:최석민, 서울 당산동]
"주민등록번호를 직접 이용해서 보내야 할 경우에 많이 불안한 게 사실이죠."

가장 큰 문제점은 통신업체들이 회원 모집을 위탁한 대리점에게 개인정보 전산망을 쉽게 열어준다는 것입니다.

통신업체들의 유통구조는 대부분 계약한 업체가 다시 위탁을 주는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본사 차원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제대로 관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일부 대리점이 개인정보를 악의적으로 이용해도 속수무책입니다.

[인터뷰:윤권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연구원]
"통신사 본사와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 한 곳에 재위탁이라고 할 수 있는 판매점들이 굉장히 많게 복잡하게 있기 때문에 관리를 어렵게 한다."

더구나 통신업체들은 법적 분쟁을 피하려고 약관에 개인정보 활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6개 통신업체 가운데 4곳이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태현, 경실련 사무국장]
"단순 서비스 계약 이행이라는 목적으로 많은 정보를 제휴사, 협력업체에 넘기고 있는데, 그 기준이 굉장히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아서 상업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여지마저 넘나들고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한 업주에게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인터뷰:황민호, 경실련 운영위원]
"동의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는, 별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취지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3년 이후 통신업체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확인된 것만 무려 1억 건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이 개인정보를 보호하려고 투자하는 돈은 1년 투자금의 채 1%도 되지 않습니다.

YTN 이정미 [smiling3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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