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8585] 무리한 잔해 수거...일부는 폐기물 처리장으로

[YTN 8585] 무리한 잔해 수거...일부는 폐기물 처리장으로

2008.02.14. 오전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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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YTN 8585.

오늘은 불에 탄 숭례문의 잔해를 중장비로 끌어모아 폐기물로 버리는 현장을 고발합니다.

당국은 숭례문 화재 현장에 쌓여있는 잔해들을 위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서둘러 수거해, 크기가 작은 것은 그대로 폐기물 처리장에 내다버리고 있습니다.

김웅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무너져 내린 기왓장과 서까래로 뒤덮인 숭례문 앞.

장비 한 대가 부지런히 오가며, 잔해들을 퍼나르고 있습니다.

굵직굵직한 부재들은 한쪽에 쌓여있지만, 나머지는 중장비로 끌어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폐기물 취급을 받으며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보내졌습니다.

[인터뷰:이연우, 서울 개포동]
"폐기물로 처리하기보다는 어떤 박물관 같은 곳에서 보관해서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조금 부끄럽지만 하나의 역사로서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터뷰:이덕순,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아직 놔둬야지 그렇게 처리할수가 있는거예요? 모르겠어요. 나는 시민으로서 그렇게 생각하는데...처리하기가 바쁜게 아니잖아."

확인 결과 숭례문에서 나온 잔해들은 서울 외곽에 있는 한 폐기물 처리장으로 옮겨졌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반 건축폐기물들을 조금 파헤쳐 봤습니다.

검게 그을린 기왓장이 금방 손에 잡힙니다.

기와에 새겨진 전통 문양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숭례문 화재 현장에서 수거해온 잔해들입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 얼이 스며있던 것 들이지만 지금은 이처럼 일반 쓰레기들과 함께 무참히 버려지고 있습니다.

길이가 50cm가 넘는 부재도 여러 개 눈에 띱니다.

폐기물 처리장 직원들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입니다.

[녹취:폐기물 처리장 직원]
"저희는 저희도 몰랐어요. 저기 뭐야 누가 이야기해 가지고 알았는데... 여기 뭐 하루에 수백대 들어오니까 차가..."

재사용을 위해 모아놓은 큼직한 부재들도 정확한 수거위치도 확인하지 않은 채 서둘러 치워졌습니다.

문화재 전문가들조차 당국의 무리한 숭례문 잔해 처리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당분간 현장을 보존하면서 잔해의 위치를 표시하면서 수거하는 기본절차가 무시됐다는 겁니다.

[인터뷰:강찬석, 문화유산연대 위원장]
"현장감식이라는 것은 있는 상태로 그대로 놔놓고 전문가들이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들어가 보니까 포크레인으로 밑에 떨어진 것들 퍼담고 있어요."

문화재청은 현장정리에 앞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폐기처리 되는 잔해들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것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분류 기준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답변했습니다.

[인터뷰:김상구, 문화재청 건축문화재과장]
"분류 기준은요, 일단 복원 시에 그 사용할 수 있는 자재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복원할 때 고증 자료가 될수 있느냐를 구분하고 그리고 사용할 수 없는 자재는 폐자재로 분류해 장외 반출할 계획입니다."

국보 1호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 잔해를 수거하고 복원에 나서겠다던 문화재청.

하지만 중장비까지 동원한 무리한 방식이 놀란 국민들의 가슴에 또한번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YTN 김웅래[woongra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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