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제판 분리' 바람..."갑질 피해" 부작용 우려

보험사 '제판 분리' 바람..."갑질 피해" 부작용 우려

2022.12.04. 오전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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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악사손해보험에서 나와 보험대리점 설립
보험상품 판매 수수료 1,650% 지급받는 조건
"악사손보, 감액 요구…고객정보 제공 중단 통보"
악사손보 측, 조정 불수용…대리점, 공정위 제소
이해충돌 가능성…고용 불안·불완전 판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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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부터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보험업계에 상품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 분리'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인데, 보험사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공정위에 신고한 보험대리점이 나오는 등 부작용도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어떤 일인지, 강희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외국계 보험회사인 악사손해보험에 다니던 A 씨는 지난 2020년 보험대리점 '휴랑'을 설립했습니다.

장기보험 상품을 판매해주고 수수료 1,650%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악사손보 소속 설계사와 자체 설계사 800명 규모로 회사를 꾸린 겁니다.

그러나 악사손보 측은 영업 시작 한 달여 만에 수수료 측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수수료 감액을 요구했습니다.

이어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고객 데이터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A 씨 / 보험대리점 '휴랑' 관계자 : 숫자로는 굉장히 공신력이 있어야 하는 회사인데도 이렇게 큰 사업에 대해서 본인들이 계산을 잘못했다는 말을….]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 신청을 한 결과 악사손보가 휴랑 측에게 16억 원을 지급하란 결정이 나왔습니다.

수수료 지급 조건 변경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상당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악사손보 측이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대리점 측은 공정위에 제소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A 씨 / 보험대리점 '휴랑' 관계자 : 지금 상태는 저희가 파산 직전 상태이고요. 수수료율이 너무 높은 것 같고 우리가 어렵다, 그러니까 깎아야겠다고 했을 때 중소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악사손보와 휴랑의 대립은 최근 보험업계에 불고 있는 '제판 분리' 움직임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상품 설계·제조는 본사가, 판매는 판매전문회사가 전담하는 것으로, 지난해 말 기준 14개 보험사에서 자회사 형 보험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 감축이 가능하고, 대리점 입장에선 여러 회사 상품을 팔 수 있어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더 전문적인 채널을 통해 다양한 상품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다만 이처럼 보험사와 대리점 간 이해충돌 가능성이 큰 데다 규모가 작은 보험사일수록 설계사 고용 불안 문제도 불거질 수 있습니다.

수수료 극대화를 위한 '불완전 판매'도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힙니다.

[김동겸 /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 판매자는 소비자보다 본인의 이익을 우선시해서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기보다 수수료가 많은 상품을 추천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판 분리가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려면 무엇보다 소비자 보호와 고용 안정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YTN 강희경입니다.




YTN 강희경 (kangh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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