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깎아달라"...세입자 품귀 현상에 '역전세' 심화

"보증금 깎아달라"...세입자 품귀 현상에 '역전세' 심화

2022.10.21. 오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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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 시세가 크게 낮아지면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는 '역전세'가 서울 아파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기화한 거래 가뭄으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거란 전망입니다.

최기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은평구에 있는 400세대 규모 아파트입니다.

전용면적 84㎡에 거주하는 한 세입자는 최근 보증금을 2천만 원 올려 전세 계약을 연장하려던 계획을 바꿨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자 오히려 기존 보증금보다 3천만 원 낮은 금액에 재계약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공인중개사 (서울 은평구) : (집주인이) 지금 다 어디 구할 수 있는 데 다 구해서 3천만 원 만들어서 내주기로 했어요. 아니면 세입자 나간다고 그러면 빼줘야 하잖아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아파트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2년 전엔 전용 59㎡ 평균 전세보증금이 3억4천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2억5천만 원입니다.

[공인중개사 (서울 서대문구) : 가격이 조금 저희 예상보다 좀 많이 떨어지다 보니까 지금 현재 살고 있던 집에서 갱신 청구권을 사용했던 임차인들도 한 번 더 연장해서 재계약해서 사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아파트에서 역전세가 발생한 전세 계약을 살펴보면 보증금은 2년 전 보다 평균 8천만 원 하락했습니다.

전세 매물도 쌓여가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년 전과 비교하면 다섯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2020년에는 9천9백 건이었지만, 올해에는 4만5천 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도 1월 말부터 내림세입니다.

10월 둘째 주에는 전주보다 0.22% 떨어졌는데, 2019년 2월 이후 최대 폭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전셋값 하락뿐 아니라 매매가 사라지면서 집값이 계속 떨어지자 매물을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도 많아졌습니다.

[김진유 /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 기존의 전세 보증금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하려는 세입자가 없기 때문에, 그런 집주인들은 계속 매물을 내놓게 되고 세입자들은 그 매물을 계약을 잘 안 하게 되고….]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를 찾는 임차인이 증가하는 것도 역전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여경희 /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 아파트는 여타 주택 유형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지만 과거 '갭투자'가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했던 지역 중심으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임차인들이 이자 비용과 월세 비용을 비교해가며 전세나 월세를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역전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YTN 최기성입니다.




YTN 최기성 (choiks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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