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백억 횡령' 판 깔아준 우리은행..."1년 무단결근 몰랐다"

'7백억 횡령' 판 깔아준 우리은행..."1년 무단결근 몰랐다"

2022.07.26. 오후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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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은행 직원이 7백억 원 가까이 빼돌리고 10년 동안 들키지 않았던 건 허술한 내부 감시망 탓이 크다는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1년이나 무단결근을 한 것조차 몰랐던 우리은행, 대규모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권남기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은행 차장급 직원 전 모 씨는 지난 2019년 외부 기관 파견을 간다고 말한 뒤 1년 넘게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은행에서 빼돌린 돈이 이미 690억 원을 넘어간 때로, 파견 얘기는 거짓말이었습니다.

1년 넘게 무단결근을 한 건데, 전 씨의 보고만 믿고 있던 우리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의 조사 과정에서야 속았단 걸 알았습니다.

[이준수 / 금융감독원 부원장 : 파견 허위 보고 후 무단결근 하였음에도 근태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등 인사관리에 있어서 허점이 발견되었습니다.]

7백억 원 가까운 내부 횡령을 10년 동안 몰랐던 우리은행의 허술함, 이것뿐이 아니었습니다.

전 씨가 10년 동안 같은 부서에서 같은 업체를 담당했지만, 순환보직이나 직원을 휴가 보낸 뒤 업무 이력을 조사하는 '명령 휴가'는 없었습니다.

또, 내부 결재나 외부 공문은 전산 등록조차 안 됐습니다.

전 씨는 이런 빈틈을 횡령에 활용했습니다.

네 번이나 수기 결재를 통해 돈을 빼돌렸고, 공문을 위조해 출금 요청이 있는 것처럼 꾸몄으며, 은행장 직인까지 속여서 썼습니다.

[이원덕 / 우리은행장 (지난 5월) :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횡령 사건이 불거진 건 우리은행뿐이 아닙니다. 신한은행과 새마을금고, KB저축은행 등에서 직원 횡령 의혹이 잇따랐는데, 농협은 상반기에만 무려 9건에 달합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시중은행에서 많게는 수조 원의 수상한 외환거래 정황이 포착된 상황.

당국은 금융권의 내부 통제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고, 우리은행은 횡령 사고에 따른 대규모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YTN 권남기입니다.



YTN 권남기 (kwonnk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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