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라도 그대로"...건설사 '확정 공사비' 꺼낸 이유는?

"물가 올라도 그대로"...건설사 '확정 공사비' 꺼낸 이유는?

2022.07.18. 오전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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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건축이나 재개발 같은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건설사가 '확정 공사비' 카드를 꺼내 들며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착공 직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공사비를 확정하는 관행과 다르게 물가가 올라도 처음에 약속했던 공사비만 받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 건지, 최기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월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착공 예정일인 내년 8월까지 공사비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는 이른바 '확정 공사비'를 내세워 경쟁 업체인 코오롱글로벌을 따돌렸습니다.

제안대로라면 조합원은 추가 분담금 부담을 털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롯데건설과 맞붙은 경기도 안양 한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은 확정 공사비를 제안해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이때도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 공사비를 조건으로 내세웠습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 공사비에 물가 상승 등의 요인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보다 원활히 사업을 진행하고 조합원의 분담금 걱정을 덜어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대부분 정비사업장에선 착공 직전 공사비 규모가 입찰 당시 공사비 규모보다 커지게 됩니다.

계약일 이후 착공일까지 물가 상승률이나 설계 변경 등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에도 현대산업개발이 다른 건설사와 수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확정 공사비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 반응입니다.

하지만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업계 전반으로 확대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원자잿값이 치솟으면 시공사가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어서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습니다.

물가 인상분이 공사비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결국 부실 공사 같은 피해가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대형 건설사 'B' 관계자 : 만약 원자잿값이 대폭 상승한다면 시공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원가 절감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한 손해는 입주민들이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확정 공사비를 약속한 기간이 지난 뒤 한 번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공사비를 올리면 체감하는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형 건설사 'C' 관계자 : 지금 현재 공사비를 정해놓고 일정 시간이 지났을 때 다시 물가 변동이라든가 이런 걸 반영하게 되면 조합원 입장에선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그런 공사비 구조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건설 업계에선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자잿값 급등으로 공사비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조합원 입장에서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인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YTN 최기성입니다.


YTN 최기성 (choiks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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