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 '천정부지'...라면·칼국수 가격에 영향

밀가루값 '천정부지'...라면·칼국수 가격에 영향

2022.05.17. 오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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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1위의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밀가루의 가격 폭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3위 밀 수출국 인도가 자국 시장 보호를 이유로 밀 수출을 금지하면서 연쇄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경제부 이승윤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밀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오른 것 같은데 얼마나 올랐습니까?

[기자]
지난 3월 밀 선물 가격은 t당 407달러로, 1년 사이에 73.9% 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4월에 밀가루는 1년 전보다 16.2% 뛰고 서울에선 냉면 한 그릇 값이 만 원을 넘는 등 곡물 수입단가 상승의 영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대체 왜 그런 건가요?

[기자]
세계 밀 공급의 30%를 책임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국제 제재와 전쟁으로 밀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 영향이 큽니다.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도가 식량 안보를 내세워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하면서 비상이 걸린 겁니다.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금지한 이유와 비슷합니다.

국제 시장 밀 가격이 내수 시장보다 훨씬 높을 경우 밀 생산·유통업자들이 수출에 집중하면서 내수시장 밀가루 가격이 따라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국내 밀 도입량의 51.1%를 미국에서, 44.5%를 호주에서, 5.4%를 캐나다에서 들여오고 있어서 당장 우리나라에 바로 직격탄이 날아오진 않을 전망입니다.

[앵커]
최근 현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우크라이나가 세계적인 식용유 산지인 만큼 식용유 가격이 줄줄이 올랐습니다.

콩기름, 카놀라유 등 다른 식물성 유지류 가격도 흉년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오를 가능성은 있습니다.

일부 창고형 할인점에서 1인당 식용유 구매 수량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식용유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지난달 30일부터 1인당 식용유 구매 수량을 2개로 제한했고, 코스트코는 일부 식용유 제품에 대해 구매 수량을 카드 1개당 1개로 제한했습니다.

밀가루와 식용유를 많이 쓰는 분식과 냉면, 칼국숫집 등 외식업계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빵집과 한식집의 고충을 직접 들어보시죠.

[신흥중 / 빵집 운영 : 최대 한도로 버텨보고, 우리가 (예전처럼) 마진을 보려고 한다면 아마 더 어려워질 것 같아요.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는 그만큼 움츠리잖아요.]

[김정숙 / 한식집 운영 : 한식집이니까 식용유를 많이 쓰고 전 종류 이런 것도 많이 나가고 하니까….]

[앵커]
이승윤 기자도 밀 창고 등 여러 곳을 취재했는데 전반적인 현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으로, 전체 곡물 수요량의 8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곡물 가격 변동성에 매우 취약합니다.

국제 옥수수 가격은 t당 293.9달러로 36.6%, 콩은 614.8달러로 18.4% 오르며 모두 역대 최고치를 넘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옥수수와 콩 수입단가는 평년보다 43~59.3%, 1년 전보다는 21.2~47.2% 상승했습니다.

제가 취재했던 경기도 이천 농산물 비축 기지는 국내에서 식량 안보 차원에서 재배된 밀 2,101톤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6만 5천 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에 불과합니다.

국내 업계의 밀 재고량을 보면 제분용 밀은 8월 초까지, 사료용 밀은 10월 초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앵커]
라면과 칼국수 등 타격을 받는 품목들은 뭐가 있나요? 가격이 얼마나 최근 빨리 오른 건가요?

[기자]
밀가루와 팜유, 식용유가 들어가는 품목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보면 됩니다.

분식, 돈가스, 치킨, 빵집, 중국집, 칼국숫집이 대표적이죠.

서울 지역의 평균 냉면값은 1월엔 9,808원이었는데 4월엔 10,192원을 기록하며 만 원 선을 넘어섰습니다.

서울 지역의 칼국수도 1월엔 7,769원이었는데 4월엔 8,269원으로 올랐습니다.

자장면도 1월엔 5,769원이었는데 4월엔 6,146원으로 6천 원 선을 돌파했습니다.

[앵커]
업체들이 언제 도미노처럼 인상할지 걱정인데요, 주요 식품 회사들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기자]
국제 곡물 가격은 수입 곡물 가공업체의 선도 구매로 3~7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 단가로 옮아갑니다.

이후 배합 사료와 외식, 가공식품 물가에 반영됩니다.

수입 단가 10% 상승은 가공식품과 외식 소비자 물가를 각각 3.40%, 0.58% 끌어올리고,

배합 사료 생산자 물가는 5.3%, 축산물 소비자 물가는 1.72~2.94%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 900㎖는 1년 전엔 4,215원, 2주 전만 해도 4,403원이었는데 이번 주 4,477원으로 올랐습니다.

옛날 국수 소면 900g은 1년 전엔 2,661원, 2주 전엔 3,281원이었는데 이번 주 3,641원으로 상승했습니다.

1년 전 5,573원이었던 포스트 콘푸라이트 600g은 2주 전엔 6,848원, 지금은 7,113원으로 오른 상태입니다.

[앵커]
이렇게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인상은 언제까지 갈까요?

[기자]
일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끝날 때까진 지속될 전망입니다.

올해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최소 35%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수확해야 하는 겨울 밀의 49%가 러시아군에 점령됐거나 전쟁 영향을 받는 지역에 있는 것으로 추정돼 수확 타격이 불가피한 겁니다.

러시아군에 점령된 경작 지역이 다음 달에 해방된다고 해도 파종에서 수확을 재개하는데 2~3년 걸릴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옵니다.

일단 국내 업체들은 몇 개월 치 분량을 비축하고 있어 단기간은 버틸 수 있지만 장기간 버티는 건 힘들 전망입니다.

예를 들어, 팜유의 경우, 국내 식품 업체들은 3∼4개월 치 물량을 비축해 두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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