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다시 삼성 이재용 앞으로...'구체적 실천계획'이 관건

공은 다시 삼성 이재용 앞으로...'구체적 실천계획'이 관건

2020.05.09. 오전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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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 문제 ’발등의 불’ 떠올라
민주당 "사과발표 눈속임 아니지만 해고자 문제부터 풀어야"
삼성 준법위 "직접 준법 의지 밝혀 의미…세 가지 개선해야"
삼성그룹 내부, 여론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아 한숨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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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에 대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지만 여기서 그치지 말고 실천 계획까지 내놓으라는 요구에 직면했습니다.

공이 다시 삼성 앞으로 넘어간 모양새인데 얼마나 실천성 있는 개선 방안을 내놓느냐가 사회적 평가의 잣대가 될 전망입니다.

이광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 다음 날, 강남역 철탑 위에서 다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습니다.

여당은 이 회장의 사과 발표가 재판을 위한 눈속임으로는 보진 않는다면서도, 해고노동자 문제부터 풀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인영 / 前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난 7일) : 어제 선언이 김용희 씨가 긴 농성과 단식을 끝내고 동료들 곁으로, 가족의 곁으로 복귀하는 출발점으로 이어지기를 고대합니다.]

이번 사과를 권고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이 직접 준법 의지를 밝힌 점을 의미 있게 평가하면서도 세 가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경영 체계 수립, 노동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 시민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실천 방안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겁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사과 발표 이후 여론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사과에 나서 경영권의 대물림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게 일단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판단입니다.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지난 6일) :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습니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국민 사과 역시 과거처럼 다짐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약속하고 제도화하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과는 법원의 권고로 만들어진 준법감시위의 요청을 받아들인 형식이어서 재판 방패용이라는 의구심도 떨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상인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총수일가 사익 추구와 관련된 내부거래, 계열사 합병 이런 것은 소수 주주들의 다수 동의를 받을 때만 하겠다', 이런 것을 도입한다면 의미가 있는 진일보라고 생각합니다.]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도 기업의 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균형 있게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옵니다.

[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지만 그것이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배 대주주의 문제가 기업의 지배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의사결정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고요.]

삼성은 이제 국민이 바라는 눈높이에 맞춰 대국민 사과문을 실천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하고, 또 그것을 이행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YTN 이광엽[kyup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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