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남매의 난'...정말 주주들에게는 희소식일까?

한진家 '남매의 난'...정말 주주들에게는 희소식일까?

2019.12.31. 오후 12:4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깨진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여성의 팔에는 상처가 나 있고 밑에는 핏자국이 선명합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언쟁 과정에서 나온 사진들입니다.

이 같은 '크리스마스 악몽'에 가족 공동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수습에 나섰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입니다.

한진그룹,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이 한국전쟁 직후 미군 납품 수송업을 따내고, 베트남 전쟁에서 군수 물자를 수송하면서 크게 성장했습니다.

재계 13위, 운수업을 기반으로 한 회사 중에는 단연 선두권입니다.

이번 갈등 포문은 조원태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열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다 같이 기업을 운영하라고 했는데 왜 혼자 하려고 하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물컵 갑질'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현민 전무가 복귀한 것과 달리, '땅콩 회항' 사태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자신의 이름은 2020년도 그룹 인사에서 언급되지 않았고, 여기에 돌아가신 선대 회장의 최측근도 대거 탈락했습니다.

문제는 가진 지분이 서로 엇비슷하다는 겁니다.

3남매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포함한 총수일가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식의 29% 남짓을 통해서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빠지면 22%, 어머니 이명희 고문 지분까지 빠지면 17%대까지 떨어집니다.

조 회장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을 장담할 수 없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게 토종 사모펀드 KCGI입니다.

한진칼 지분 17%를 가지고 있는데 아직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분쟁 속 총수 일가 한 명이라도 자신들 쪽으로 넘어오면 최대 세력이 됩니다.

다만 그동안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을 비판하면서 퇴진을 요구해놓고, 비판 당사자 일부와 손을 잡는다는 지적은 부담입니다.

분쟁 속 한진칼 주가는 올랐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입장문을 발표한 지난 12월 23일 하루에만 20% 넘게 급등했는데,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 당장 좀 손해를 보더라도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집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물음표가 남습니다.

경영권 다툼으로 제때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만큼 제대로 된 기업 운영이 힘들고, 일시적으로 올랐던 주가도 경영권 다툼이 끝나면 원래보다 더 떨어지기도 하는데요.

당분간은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집안 단속'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주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