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RT 지하터널 구간, 안전시설 실태 '심각'

단독 SRT 지하터널 구간, 안전시설 실태 '심각'

2019.10.04. 오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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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3년 SRT…안전시설 먹통·책임 전가
비상 엘리베이터 가동 중단…고장 난 채 방치
엘리베이터 8곳 멈춰…습기 심해 문제 발생
코레일·철도시설공단, 책임 떠넘기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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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수서역을 출발하는 고속철 SRT가 개통한 지 곧 만 3년이 됩니다.

특히 세계에서 4번째로 긴 50여km의 지하터널 구간은 화재나 지진 등에 대비해 대피 시설이 매우 중요한데, 상당 부분이 무용지물인 것으로 YTN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합니다.

백종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6년 12월 개통된 고속철 SRT는 반드시 50여km가량 이어지는 '율현터널'을 지나야 합니다.

율현터널은 지하 50m 아래에 있어 화재나 지진 등의 재난에 취약해 대피 시설이 필수입니다.

대피 시설은 모두 17곳!

개통 3년을 앞두고 직접 현장을 찾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비상용 엘리베이터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아파트 15층을 오가는 셈이지만, 운행한 시간보다 멈춘 시간이 훨씬 오래됐습니다.

터널 안 습기가 심해 전기·전자 장치가 자주 문제가 생겨 엘리베이터 8개가 멈춰선 겁니다.

이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면 1분 안에 지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나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면 5분 이상이 소요돼 그만큼 위험해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휴대용 소화 장비 등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돼 있고, 일부 이동통신사 휴대전화는 아예 불통입니다.

선로 옆 대피시설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지하수가 새어 나와 곳곳에 물이 흥건했고, 벽까지 습기가 올라와 곰팡이까지 잔뜩 피었습니다.

비상등과 대피등은 일부가 꺼져 있어 대피로 확보는 쉽지 않았고, 연기를 막는 방연문은 녹이 잔뜩 슬어 제대로 열리지 않습니다.

이처럼 형편없는 안전시설 관리 행태는 지난 4월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지적됐지만, 6개월이 지났는데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

SR이 속해있는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하자 보수 문제를 놓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도엽 / 코레일 통탄시설사업소장 : 그 전에 있었던 하자 건에 대해서 보수가 되면 저희는 바로 인수인계를 받을 생각입니다.]

[서윤식 / 철도시설공단 수도권 사업단 부장 : 철도공사와 합동 점검하면서 추가로 나온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들을 계속 보완 조치하고 있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시설물 제조사의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이 올해 말로 끝나, 내년 초부터는 자칫 무방비로 방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강훈식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책임 떠넘기기에 결국은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두 기관이 머리를 맞대서 승객을 위해서 어떻게 안전을 책임질 것인지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이동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슈퍼고속열차, SRT!

그 속도와 편안함 만큼 국민과 승객의 안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입니다.

YTN 백종규[jongkyu8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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