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당장 물품 빼"...수협마트, 납품업체에 '횡포'

[취재N팩트] "당장 물품 빼"...수협마트, 납품업체에 '횡포'

2017.10.16.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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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공기관인 수협이 마트를 운영하면서 납품 업체에 '갑의 횡포'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명 생활용품 판매 업체가 입점해야 한다면서 계약 기간이 남은 기존 납품 업체를 몰아내다시피 했고, 배상도 한 푼도 안 해주겠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차유정 기자!

수협과 납품업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수협은 현재 여러 자회사를 통해 각종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유통업계에도 진출해 전국 22곳에 '바다마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중소 유통업체 대표로 바다마트에 생활용품을 10년 넘게 납품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쯤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유명 생활용품 판매업체 다이소가 입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불안하긴 했지만, 계약이 아직 6개월이나 남은 시점이었고 수협과 워낙 오래 거래했기에 미리 언질이라도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본사와 지점을 번갈아 찾아가 봤는데 기다려보라고만 했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7월쯤 갑자기 수협 측으로부터 일주일 만에 납품 물건 대부분을 빼라는 청천벽력같은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습니다.

피해 업체 말 직접 들어보시죠.

[피해 중소 유통업체 관계자 : (본사 갔더니) 점에 지점장이랑 얘기해서 상의하라고, 갔더니 점장님은 본사랑 얘기하라고 하고 서로 미루다가 갑자기 일주일 전에 날짜가 결정됐으니까 철수하라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앵커]
다른 업체를 입점시킨다 해도 기존 업체 계약이 끝난 이후에 해야 하는데, 무리하게 입점을 추진한 배경이 궁금하네요.

[기자]
수협유통 고위 관계자가 중소 유통업체들을 상대로 설명했던 녹취를 확보했는데요.

수협유통 관계자는 다이소가 이례적으로 입점한 배경에 현직 사장이 다이소 경영진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를 털어놨습니다.

이전부터 다이소가 입점을 원했지만, 조율이 잘 안 됐다가 새 사장이 부임한 이후로 일이 일사천리로 추진됐다는 겁니다.

물론 다른 업체를 새롭게 입점시키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기존 업체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다이소 입점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은 논란이 있습니다.

공공기관인 수협이 중소업체들을 몰아내다시피 하며 갑의 횡포를 부린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수협 유통 측에선 뭐라던가요?

[기자]
수협유통 측은 다이소 입점 경위와 관련해 회사 경영 문제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 중소업체에 나중에 납품 우선권을 주는 조건과 다이소와 겹치지 않는 물품은 납품할 수 있게 했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피해 업체는 판매처가 끊겨 당장 문을 닫을 처지인데 나중의 기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수협 측의 조건 제시는 서류가 아닌 구두상으로만 이뤄져서 믿을 수 없었다는 게 피해 업체 측 설명입니다.

[앵커]
지금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기자]
일단 중소 유통업체는 매출 대부분을 바다마트에 의존했던 터라, 지금은 거래 대부분이 끊겨 폐업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래서 석 달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지금은 공정위 심사 전 절차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조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피해 업체는 수협에선 금전적인 배상도 한 푼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만약 조정이 잘되지 않을 경우엔 민사 소송을 제기할 준비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금까지 경제부에서 YTN 차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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