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해친 군인 살해 男은 맞고, 도둑 뇌사사건은 틀리다? 정당방위 인정 기준은?

동거녀 해친 군인 살해 男은 맞고, 도둑 뇌사사건은 틀리다? 정당방위 인정 기준은?

2025.06.26.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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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6월 26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민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그저 고요하기만 하던 어느 날 새벽이었습니다. 그 고요하던 마을의 정적을 깬 건 그날따라 유독 요란하게 울리던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였죠. 가정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 두 사람은 남성 A씨와 여성 B씨였습니다. 여성 B씨는 집주인과 함께 살고 있는 동거녀였고, 남성 A씨는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군인이었죠. 현장에서 발견된 유일한 생존자는 집주인이자, 숨진 여성의 남자친구였던 D씨였습니다. 도대체 그날 새벽,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박민희 변호사(이하 박민희):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박민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먼저 살펴볼 케이스는, 공릉동 살인사건이라 불리던 법조계에서 제법 의미가 있는 사건이거든요. 어떤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건지는 차차 말씀드리기로 하고 일단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짚어볼까요.

◇박민희: 네, 2015년 9월 서울 공릉동에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새벽에 한 군인이 만취 상태로 민가에 침입해서 잠자던 여성 B씨를 살해했고, 그 현장에서 동거남 A씨가 군인과 격투 끝에 흉기를 빼앗아 군인을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성과 군인이 숨지고, 남성 D씨만 부상을 입은 채 병원에 실려간 사건입니다. D씨와 B씨는 결혼을 약속한 예비부부였고, 숨진 군인은 군복무 중 휴가 나온 군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원화: 세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었나요?

◇박민희: 전혀 아니었습니다. 수사 결과, 숨진 군인과 숨진 여성 B씨, 그리고 D씨 사이는 일면식조차 없었던 걸로 드러났고요. 단순히 우발적인 주거침입과 살인 범죄였습니다.

◆이원화: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박민희: 초기에 두 가지 가설이 세워졌습니다. 하나는, 군인이 우발적으로 침입해 두 사람을 해치려다 저항에 부딪혀 사망한 시나리오, 다른 하나는, 남성 D씨가 예비신부 B씨를 먼저 해치고, 침입자를 연루시키려 했다는 의혹입니다. 그래서 경찰과 검찰 모두 철저한 수사와 포렌식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이게 가정집에서 벌어진 일이고, 새벽이기도 했고요. 여성이 뭐 소리를 질렀다고 해도, 일면식도 없던 남성이 불쑥 남의 가정집에 들어와서, 폭력을 막으려다 사망했다? 개연성이 좀 없어 보이긴 하거든요?

◇박민희: 맞습니다. 평범한 민가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침입해서 살인을 했다는 게 언뜻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만, 경찰, 검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했습니다. 실제로 현장 CCTV, 혈흔 패턴, 디지털 포렌식, DNA, 거짓말탐지기 결과 등을 보면 민가에 침입한 군인의 범행이라는 정황이 명확하게 나왔고, D씨는 오히려 위협에 대응한 입장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숨진 남성이 두 연인이 살던 집에 침입했던 상황이었나요.

◇박민희: 네. 사건당일 새벽 5시경, 만취한 군인이 열려 있는 현관문을 통해 D씨의 집에 들어왔고, 흉기를 부엌에서 꺼내 안방으로 가서 여성 B씨를 찌릅니다. 그 비명에 남성 D씨가 방에서 뛰쳐나오고, 격투가 벌어졌죠. D씨는 싸움 끝에 군인의 흉기를 빼앗아 대응했고, 그 과정에서 군인이 사망합니다.

◆이원화: 그러니까 본인이 살기 위해 다투는 과정에서 침입한 남성이 사망했던 거군요.

◇박민희: 그렇습니다. 일종의 생명 방어 과정에서 벌어진 불가피한 결과였죠.

◆이원화: 그러면 정당방위였네요.

◇박민희: 네, 우리는 너무나 당연히 정당방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형법상 정당방위 요건이 매우 엄격하게 설정돼 있기 때문인데요. 형법 제21조는 이렇게 규정합니다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여기서 핵심은 ‘현재성’, ‘부당성’, ‘상당성’, 이 세 가지 요건입니다. 침해가 실제로 진행 중이어야 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할 침해여야 하며, 그 침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만 방어가 인정됩니다. 그래서 상대가 이미 도망치거나 제압된 이후의 공격은 방위가 아닌 '보복'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또, 흥분해서 힘을 너무 세게 줬다거나, 흉기로 응수했을 경우에도 "과잉방위다", 또는 "상해치사다" 라고 판단되는 사례가 많았죠.


◆이원화: 그러니까요. 특히 상대가 사망했을 경우, 감경은 돼도 아예 죄가 안 된다, 판단을 받는 경우가 정말 극히 드물죠.

◇박민희: 맞습니다. 특히 상대가 사망한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공릉동 사건 이전에는 1990년경, 애인을 추행한 사람을 격투 끝에 찔러 숨지게 한 사건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된 게 마지막이었어요. 그러니까 이 사건이 터졌을 때도, ‘B씨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을까?’ 이것이 가장 큰 법적 쟁점이자 논란의 핵심이었습니다. 거기다 상대방이 사망했을 경우엔, “과도하게 공격한 건 아닌가?”, “제압하고 나서 또 찌른 건 아닌가?” 같은 의심이 당연히 뒤따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 법에서는 자력구제를 신중하게 보도록 하고, 가능한 한 법률적 구제책에 따라 행동하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이원화: 결론이 궁금한데, 어떻게 됐습니까.

◇박민희: 네, 공릉동 사건은 형법상 정당방위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된 사례가 되었습니다. 먼저 ‘현재의 부당한 침해’, 그러니까 즉각적인 생명의 위협이 존재했죠. 당시 남성 D씨는 자신의 예비신부 B씨가 흉기에 찔려 쓰러진 상황에서, 가해자가 그 칼을 들고 본인에게도 달려드는 위협에 직면했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순간 D씨에게 도망치거나 도움을 요청할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새벽 시간대, 밀폐된 주택 내부, 극도의 공포와 충격 상태였고요. 또 방어 행위 자체도 과잉 보복이 아니라 생명 방어 목적의 반격 방위였다고 인정됐습니다. 실제로 국과수 부검 결과나 흉기의 상처 방향, 혈흔 패턴 등에서도 D씨가 칼을 뺏은 직후 짧은 격투 속에서 발생한 상처라는 점이 확인됐고요. 그래서 경찰과 검찰은 설령 일부 행위가 과했더라도, 그건 극도의 경악·공포·흥분 상태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방위행위로 보아 정당방위를 인정했습니다. 이처럼 정당방위의 요건을 실무에서 충족시키는 게 매우 어렵다 보니, 공릉동 사건은 1990년 사례 이후 25년 만에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된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이다 싶지만 공릉동 사건의 경우도, 경찰과 검찰이 무려 2년 가까이 수사하고 검토한 끝에, 아주 이례적으로 정당방위가 인정된 것입니다.

◆이원화: 정말 신중하게 판단을 했다, 싶은데, 청취자분들이 이 부분도 궁금하지 않으실까 싶은 게,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할지 아니면 정당방위로 불기소 처분할지를 검찰에서 2년 동안이나 고민했다, 이야기 해주셨잖아요. 그러면 이 남성 같은 경우, 2년 동안 어떻게 지내게 되는 겁니까. 구속은 안 됐더라도, 제약 같은 게 있나요?

◇박민희: 네, 이 사건의 남성 D씨는 구속은 면했지만, 2년 가까이 ‘살인 피의자 신분’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일반인이 형사사법 트랙에 올라 수사를 받는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요. 수시로 검찰·경찰의 조사 요청에 응해야 하는 신분이기 때문에 그 부담감과 피로도,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됩니다. 특히 이 사건은 사회적 관심도 컸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사실 확인도 없이 D씨를 범인처럼 묘사하기도 했고, 그 때문에 사회적 낙인과 정신적 2차 피해도 굉장히 컸습니다. 정당방위라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무려 2년 가까이 수사가 이어졌고, 그 시간 동안DA씨는 자신의 예비신부도, 명예도 삶도 잃은 셈이었죠.

◆이원화: 언뜻 생각해보면, 당연히 자신을 죽이려고 칼을 들고 덤비는 사람과 맞선다? 뭐 생각할 틈 없이 죽기 살기로 대응할 것 같긴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상대가 사망하면, 정당방위로 인정받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야길 해주셨잖아요. 실제 그래서 논란이 일었던 사건도 있었죠.

◇박민희: 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0년에 벌어진 ‘도둑 뇌사 사건’입니다. 당시에도 정당방위 여부를 두고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논란이 있었죠. 주택에 절도범이 침입했고, 집주인과 가족들이 이 도둑을 붙잡아서 제압합니다. 그런데 도둑이 움직이지 못하게 몸을 꽉 누르거나 때리는 과정에서 뇌사에 빠지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돼요. 이 사건에서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도둑이 잘못이지, 정당방위 아니냐"고 했지만, 법원은 정당방위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당시 도둑이 이미 제압된 이후에도 폭행이 계속됐고, 그것이 상해치사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즉, 정당방위의 요건 중 하나인 "급박한 침해 상황"이 이미 끝났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집주인이 상해치사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이게 왜 유죄냐"며 형사법 해석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정당방위는 단순히 '누가 잘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순간 침해가 진행 중이었는지, 그리고 방어행위가 과하지 않았는지를 굉장히 정밀하게 따져서 판단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언뜻 보기엔 정당방위가 당연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이원화: 재판 진행 중에 이 도둑이 사망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박민희: 네, 맞습니다. 이 도둑은 사건 직후 바로 뇌사 상태에 빠졌고,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던 중간에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중상해로 기소되었지만, 도둑이 사망하면서 ‘상해치사죄’로 공소장이 변경됐습니다. 최초 중상해로 기소되었지만 도둑이 사망하게 되면서 법원은 “이미 제압된 도둑에게 과도한 힘을 계속 가했다”고 판단하게 된 것입니다. 도둑의 사망이 ‘방어행위 이후의 과잉한 폭력’에 의한 것이었다고 본 점이 정당방위를 부정하는 핵심 이유였어요. 결과적으로 집주인에게 실형이 선고됐고, 이 판결은 당시에도 "정당한 방어조차 처벌하냐"는 국민적 반발과 법적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이원화: 앞서 살펴본 사건과 좀 차이가 있어 보이긴 한데 왜 앞서 살펴본, 공릉동 살인사건은 정당방위가 인정됐는데 이 사건은 왜 인정이 안 된 건지, 그 차이가 뭔지, 살펴볼까요.

◇박민희: 네, 두 사건 모두 타인이 침입했고, 그에 대응하다 상대가 사망에 이른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정당방위 인정 여부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 핵심 차이는 ‘위협이 진행 중이었느냐’, 그리고 ‘대응의 정도가 적절했느냐’에 있습니다. 먼저 공릉동 사건에서는, 군인이 여성 B씨를 살해한 직후, 칼을 들고 남성 D씨에게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D씨가 칼을 빼앗아 방어하다 벌어진 반격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은 위협이 현재진행형이었고, 극심한 공포·혼란 속에서 나온 즉각적 대응이었기 때문에 설사 대응이 과했더라도 정당방위로 보호받을 수 있었던 거죠. 반면에 도둑 뇌사 사건은 달랐습니다. 이미 도둑은 여러 명에게 붙잡혀 제압된 상태였고, 그 이후에 계속된 누름·폭행 등으로 뇌사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즉, 법원은 “당시에는 더 이상 ‘급박한 위협’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그래서 이건 방어가 아니라 처벌이나 보복으로 해석된 거죠. 결국, 정당방위냐 아니냐는 ‘상대가 공격을 멈췄느냐’, ‘방어가 그에 비례했느냐’를 기준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시간 차이, 대응 수위, 상황의 긴박성 같은 요소가 두 사건의 결과를 완전히 갈라놓은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런 소식 접하시면, 앞서도 잠시 이야기 했지만 당장 눈앞에 날 죽이려드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 급소는 건드리지 말아야지, 너무 세게 때리진 말아야지, 이런 거 판단할 시간이 어딨냐, 이거죠. 그래서 혹시라도 이런 상황이 오면 뭘 어떻게 해야하는거냐, 궁금하단 분들이 많으실 것 같거든요. 변호사로서 어떤 조언 주시겠습니까.

◇박민희: 네, 정말 많은 분들이 “나라도 그 상황이면 똑같이 행동했을 거다” 하시겠지만, 정당방위가 법적으로 인정되기까지는 매우 까다로운 기준들이 있다는 점,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변호사로서 드릴 수 있는 조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금 이 상황이 정말 즉각적인 위협인지’를 판단하는 게 핵심입니다. 상대가 무기를 들고 있거나, 내 생명·신체에 실제로 위해를 가하고 있는 중이라면 방어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둘째, 방어는 필요한 만큼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맨손으로 밀친 상대에게 흉기로 대응했다면 정당방위가 아닌 폭행치상으로 판단될 수 있어요. 감정이 격해져도, 방어를 넘어서는 행동은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셋째, 상황 직후에는 당황하지 말고 정확히 진술하고, 법률적 조력자를 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수사 초기 진술이 정당방위 판단에 결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정당방위는 나를 지키는 기본권이지만, 그 권리를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무거운 문제입니다. 평소에 이 기준들을 마음속에 새겨두시는 게, 실제 상황에서 가장 큰 방어가 될 수 있습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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