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앤팩트] 한국, '북한 형제국' 쿠바와 수교...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

[취재앤팩트] 한국, '북한 형제국' 쿠바와 수교...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

2024.02.15. 오후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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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가 북한과 형제국으로 불리던 쿠바와 전격 수교를 맺었습니다.

이로써 우리 수교국은 193개국으로 늘었고,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중동의 친북 국가 시리아 1곳만 남게 됐습니다.

취재기자를 연결합니다. 신현준 기자!

현지 시각으로 어제 미국에서 한국과 쿠바가 전격적으로 수교에 합의했죠?

[기자]
네, 북한과 형제국으로 불리던 공산주의 국가 쿠바가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었습니다.

외교부는 현지 시각으로 어제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 즉 공적 편지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쿠바는 우리나라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습니다.

또 유엔 회원국 중 우리와 수교를 맺지 않은 나라는 시리아 1곳으로 줄었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꾸준히 수교를 위해 물밑 작업을 해왔다며,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수교를 방해해와서 이번에 서둘러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쿠바가 우리나라와 경제협력이나 문화교류에 목말라 있었던 만큼 북한에 알리지 않고, 우리와 수교하고 싶어 한 듯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쿠바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수교는 맺지 않았지만, 교류는 지속해서 이뤄져 왔죠?

[기자]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하고 6·25 전쟁 때도 한국을 지원했던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한 이후 교류가 단절됐습니다.

공산주의 국가가 된 쿠바는 1960년 북한과 수교하면서 특수관계를 유지했고, 북한을 방북한 쿠바 카스트로는 하나의 조선만 있을 뿐이라며 김일성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카스트로 의장이 사망한 뒤 후계자들이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결함을 인정하고 노선 전환에 나서면서 기류가 바뀐 것입니다.

실제로 쿠바에는 코로나 이전 우리 관광객이 매년 1만 4천 명 정도가 방문했고요.

교역량도 2022년 기준 수출 천4백만 달러, 수입 7백만 달러로, 합계 280억 원에 달할 정도로 교류가 적지 않았습니다.

또 1921년 일제강점기 멕시코에서 쿠바로 이주한 한인 후손 천백여 명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한류 열풍도 만만치 않은데요.

쿠바 내 한국드라마와 K팝 팬클럽 회원은 만 명이 넘고 한글학교 수업에 현지인 백여 명이 몰리는 등 인식도 긍정적인 편입니다.

[앵커]
쿠바와 수교는 그동안 북한의 방해공작이 만만치 않았다던데, 그래서 이번 협의는 극비리에 진행됐다고요?

[기자]
네, 양국의 수교 협의는 그동안 극도의 보안 아래 이뤄졌습니다.

두 나라가 관계개선을 위해 물밑 작업은 해왔지만, 진전상황은 극비에 부쳐진 건데요.

쿠바가 북한과 '사회주의 형제국'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만큼 우리와의 수교 협의 공개에도 매우 민감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우리는 쿠바와의 수교에 20년 이상 긴 호흡으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1999년 한국이 유엔 총회에서 대쿠바 금수 해제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지면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미국을 의식해 결의안에 기권해 오다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입장을 선회한 건데, 이를 계기로 쿠바의 한국 인식이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처음으로 쿠바를 공식 방문했고,

지난해 5월엔 박진 전 장관이 과테말라에서 개최한 카리브국가연합 정상회의와 각료회의에 참석해, 쿠바 외교차관과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수교를 협의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나라는 중남미 지역에서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계속해왔고, 이러한 우리 노력에 쿠바 측이 호응해와서 이번에 수교에 합의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와 우리 기업 진출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쿠바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에 대한 체계적인 영사조력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북한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요. 북한 측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죠?

[기자]
네, 북한과 쿠바는 1960년 수교해 올해로 64주년을 맞았습니다.

특히 '혁명 1세대'인 김일성 주석과 피델 카스트로 의장의 유대를 기반으로 반미, 반제국주의 전선을 지지해왔는데요.

쿠바는 북한이 불법적인 핵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음에도 호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의리'를 지켰습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국가평의회 의장이던 2018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고,

김 위원장도 올해 1월 1일 쿠바 혁명 65주년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내는 등 친교를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이 한국과 쿠바의 수교 소식을 다루지 않아, 북한이 수교 논의를 막판까지 몰랐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앵커]
이번 쿠바와의 수교는 우리 외교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교국은 193개국, 북한은 159개국입니다.

남북한 동시 수교국은 157개국인데요.

북한과만 수교한 나라는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2곳뿐입니다.

우리나라와만 수교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36개 나라입니다.

외교부는 이번 쿠바와의 수교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외교 지평을 더욱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현안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쿠바 정부와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 수교 후속조치를 적극적으로 협의해나갈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외교부에서 YTN 신현준입니다.



YTN 신현준 (shinhj@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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