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마저 정치화하는 언론, 기후위기 대처할 첨병될 수 있나?

환경문제마저 정치화하는 언론, 기후위기 대처할 첨병될 수 있나?

2023.12.04. 오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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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마저 정치화하는 언론, 기후위기 대처할 첨병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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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12월 02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미디어 비평’ 시간입니다. 오늘 ‘미디어 비평’ 함께 해주실 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화행 교수님 모셨습니다. (인사)

◆ 이화행 교수(이하 이화행)> 네 안녕하세요

◇ 최휘> 최근 가짜뉴스 보도들이 확산되고, 뉴스 회피 현상이 일어나는 등 언론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지 못한데요. 교수님은 평소 기후이슈는 필수도보 영역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오셨는데요. 어떤 관점에서 말씀하신 건가요?

◆ 이화행> 언론을 흔히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 이은 제4의 권력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 말은 언론이 민주 시민사회 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언론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한 얘기죠. 이 같은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언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환경 등 사회의 모든 영역들에 대해 주요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기후이슈, 그러니까 환경 문제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이 환경과 기후 분야를 필수보도 영역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휘> 한국 언론의 기후 변화 보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언론계가 대체적으로 기후위기에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는데요. 이에 대한 입장은 좀 어떠십니까?

◆ 이화행>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저널리즘 학자로서 대체로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는 거 아니냐‘ 라는 평가는 좀 가혹한 비판인 것 같습니다만, 소극적인 것은 확실하고요, 이것이 무관심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봅니다. 보도의 양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피할 수 없는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휘> 최근엔 이상 기후로 인한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언론 보도의 방식도 과거의 방식과는 많이 달라졌다고요?

◆ 이화행> 세계 유수 언론들을 보면, 사후 대응 방식에서 사전 예측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상 기후로 인한 환경 문제에 대한 보도 태도를 보면 대체로 환경 재난이 발생한 후에 피해규모라든가 원인과 책임 규명에 초점을 맞춘, 사후 대응식 보도 패턴이 주를 이루고 있지요. 그런데 이상 기후가 가져온 지구 온난화는 과학적으로 검증이 된 사실입니다. 기상이변과 그로 인해 발생한 지구상의 각종 자연재해들에 대한 관련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언론의 환경보도는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서 시나리오에 따른 예측과 해결책을 사전에 모색하여 제시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연구 데이터를 활용한 전문화한 분석과 해설이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죠.

◇ 최휘> 언론이 기후 위기, 기상 이변 등의 이슈를 담당하는 환경 저널리즘을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가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아무래도 환경 관련한 문제는 과학과 밀접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겠군요?

◆ 이화행> 그렇습니다. 환경보도는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환경저널리즘이라는 게 지구 환경 이슈 전반을 다루는 환경 저널리즘은 본래 과학 저널리즘의 영역에 포함된 보도분야였습니다. 그래서 방송사나 언론사의 과학전담부서에서 다뤄져왔지요. 환경 이슈가 인류의 주요 어젠다로 부상하면서 환경 전담 기자와 전담부서가 독립되어 부각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초과학이나 기상학 등에 대한 학문적 배경지식을 갖춘 전문화한 기자가 아니라면 과학적 본질이 왜곡되는 일이 발생할 우려도 많은 것입니다.


◇ 최휘> 이런 환경 보도에서 과학적 본질이 왜곡되는 현상을 국내 언론에서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고요?

◆ 이화행> 지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이슈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심층분석보다는 정치적 지형에 편승한 정쟁적 이슈몰이에 초점을 둔 보도가 많았지 않습니까? 과학적 본질이 왜곡되고 말이죠. 해외를 말씀하셨는데요, 영국의 BBC는 기후위기 이슈 보도태도의 전향적 전환을 선언했는데요. 그간 공영방송사로서 다양한 입장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불편부당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기후 변화를 노골적으로 부인하는 반대론자들을 뉴스에 출연시켜 온 관행을 반성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계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기조를 버리겠다는 결정을 한 것입니다.


◇ 최휘> 그렇다면, 기후 위기 관련 언론보도 양이 많지 않은 이유가 환경위기 보도라는 부정적인 소식으로 인한 시청률 폭락과 직간접적 관계가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건가요?

◆ 이화행> 방송사 내부적으로 시청률 저하 요인으로 취급되어 온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에도 주류 언론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보도량이 적고, 시청률을 위해서 공익을 포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고요. 시청차, 청취자, 독자들이 소위 연성뉴스를 선호하고, 그것이 높은 시청률과 연결된다는 것이 현실이지만요.

◇ 최휘> 언론이나 방송 시청률 등락의 상관관계를 차치하더라도 기후 위기 관련 사안은 공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전해져야할 보도로 여겨지는데요?

◆ 이화행>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언론이 민주 시민사회 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언론의 기능과 역할을 생각한다면 시청률에 대한 지나친 천착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1988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된 것으로 봅니다. 언론사의 기후 이슈 보도의 양이 증가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했습니다.

◇ 최휘> 그래도 해외에서는 이러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해서 기후 이슈 전문가 채용율도 늘리는 추세라고 하죠?

◆ 이화행> 뉴욕타임스가 2021년에 80명 이상의 기후 이슈 담당 기자를 채용했습니다. 엄청난 투자입니다. 보도 기사량도 그해 4천 건으로 증가하는 변화가 나타났고요. 다수의 방송사들도 기후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전문기자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환경 기사가 1면에 배치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투자의 배경을 보면 기성 세대에 비해 기후 문제에 더욱 민감한 젊은 세대를 미래 독자층/시청자층으로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 최휘> 교수님 마지막으로, 세상의 다각면에 있어서 스피커가 되어주는 우리의 언론과 미디어가 앞으로 어떻게 기후이슈에 대처해야 한다고 보세요?

◆ 이화행> 언론사들이 기후 이슈를 필수 보도 영역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보도의 태도 변화도 필요한데요, 경고와 갈등 중심에서 해결 중심으로 보도의 프레임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문제 해결의 과정을 추적해서 보도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지향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상응해서 언론사들이 환경분야 전문기자의 채용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학에서 언론학 전공 학부나 대학원에서 환경저널리즘 교과목이나 코스가 개설되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고, 정부나 유관기관에서 진흥정책을 펼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 최휘> 오늘날 한국읜 언론 미디어가 환경기후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잘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 미디어 비평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화행> 네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이화행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였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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