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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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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1호 혁신안'?
보통 '1호'란 큰 상징성을 갖는다. '1호 국정과제', '1호 공약'이 그렇다. 1호 내용만 보면 나머진 볼 것도 없을 정도로 인식된다. 어떤 정치세력이든 힘주어 '1호'를 만들어 내는 이유다. 그런데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1호 혁신안은 좀 달랐다. 처음부터 갸우뚱하게 했다.
민주당의 1호 혁신안이 나온 건 지난달 23일.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 및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내걸었는데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후 당 지도부가 최고위 회의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임시국회를 소집하지 않고 회기 중이라도 체포동의안을 부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1호 혁신안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하지만 혁신위는 의원 전원 서약을 요구하며 압박했다.
1호 혁신안 내용 자체도 그런데 처리도 미진하니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국회의원 31명은 지난 14일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더 이상 혼란은 안 된다는 판단하에 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 소속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했다. 국민의힘이 소속 의원 112명 가운데 110명이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에 서명한 데 이어 민주당도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하면서 여의도 정치인들이 '방탄 국회'의 오명을 벗으려 한다는 모양새를 갖춘 셈이다. 적어도 겉으론 그렇다.
과연 '정당한 영장'이란?
그런데 조건이 달렸다. '정당한 체포영장'. 민주당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하면서 이렇게 취지를 설명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과 원내지도부가 별도로 논의한 결과 국민들이 민주당에 가진 기대와 함께 민주당이 (지향)해야할 도덕적 정당의 위치를 고려해 (불체포 특권 포기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8일, 김한규 원내대변인). 여기서 강조하고 싶었던 건 '국민의 기대'일 거다.
'정당한 영장'이란 조건도 결국 국민 여론과 맞닿아 있다. 조건부 논란이라는 불씨가 남자 민주당은 정당성의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라고 규정했다. "향후 검찰의 영장 청구가 있을 때 정당한지 여부는 여론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때그때 여론조사를 하겠다는건지 객관화 자체가 쉽지 않다. 이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이유다. 1호 혁신안이 처음부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태생적 한계로 보인다.
다른 당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먼저 정의당은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는 '검찰 독재', '야당 탄압' 프레임 안에 숨는 짓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없다"며 "민주당은 제 손톱도 못 깎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끌고 추인한 안이 고작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붙인 하나 마나 한 '껍데기 혁신안'이라니 차라리 특권을 포기하기 싫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겠다"며 민주당 결의를 한껏 깎아내렸다. 현재는 사법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국민의힘 입장에선 자유롭게 나올 수 있는 수준이다.
'이름 까자! 말자!' 놓고 또 논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당한 영장 기준도 논란인데 기명 투표를 놓고도 민주당 안이 시끄럽다.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기명으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이재명 대표는 "필요하다"며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입법 사안인데 조기에 기명 투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임 정치라는 측면에서 투표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이재명 대표가 직접 말한 찬성 취지다.
이른바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공격을 당하는 비명계가 당장 발끈했다.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 대표 불체포 특권(체포동의안)이 들어올 때 누가 찬성했고 반대했는지 알겠다는 것"이라며 "동료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 이름을 밝히라는 선동"이라고 비판했고, 조응천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에 동의한 사람들에 대해 '수박'이라고 하면서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낙선운동이 벌어지지 않겠나"라고 발끈했다. 낙인 효과를 우려한 것이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자는 1호 혁신안 취지는 한마디로 '다 내려놓자'는 건데 내려놓을 때 이름을 공개하자고 하면 의원 개개인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비명계 입장에선 당장 내년 총선에서 낙선 대상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친명계에도 난감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체포동의안에 대해 이름을 걸고 반대했을 때 총선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호'부터 방향을 잃다
결국 민주당의 1호 혁신안 탄생 자체가 갸우뚱한 이유다. 조건부 포기이자 정치적 선언이 될 거라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처음부터 반향이 없었던 이유다. 불체포 특권은 엄연히 헌법에 명시된 사안이다. 한 개인이 포기할 수 있다고 포기되는 게 아니다. 민주당 안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용하면 될 일"이라는 반대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1호 혁신안 처리 과정 자체가 이처럼 미진하고 시끌시끌하다는 건 결국 1호의 상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것 외에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정자동 관광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등 여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재작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민주당 의원 20명의 검찰 수사도 본격화할 상황에서 '조건부' 불체포 특권 포기는 여러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면 민주당에 바라는 민심은 무엇일까? 개혁 입법을 통한 거대 야당의 견제력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사법 리스크 프레임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민심이 대안 세력으로 인정해 줘야 하는데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완전히 새롭게 바꾼다'는 의미를 가진 혁신이 성공하려면 방어보단 공격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과감해야 한다는 의미다.
원래 제1야당은 총선 1년 전쯤부터 대안 세력으로서의 큰 그림을 먼저 짜고 정국 이슈를 선점하려 해야 한다. 그리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각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계파 간 갈등이 증폭되거나 해소되거나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거꾸로 하고 있다. 방향을 못 찾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앞으로 큰 선거에서 이른바 '되치기'는 없다. 오래 기간 해오던 대로 평가받는 것이다. 그게 바로 '여의도 정치인들'만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는 이미 '성숙된 민심'이다.
YTN digital 이대건 (dglee@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보통 '1호'란 큰 상징성을 갖는다. '1호 국정과제', '1호 공약'이 그렇다. 1호 내용만 보면 나머진 볼 것도 없을 정도로 인식된다. 어떤 정치세력이든 힘주어 '1호'를 만들어 내는 이유다. 그런데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1호 혁신안은 좀 달랐다. 처음부터 갸우뚱하게 했다.
민주당의 1호 혁신안이 나온 건 지난달 23일.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 및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내걸었는데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후 당 지도부가 최고위 회의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임시국회를 소집하지 않고 회기 중이라도 체포동의안을 부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1호 혁신안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하지만 혁신위는 의원 전원 서약을 요구하며 압박했다.
1호 혁신안 내용 자체도 그런데 처리도 미진하니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국회의원 31명은 지난 14일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더 이상 혼란은 안 된다는 판단하에 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 소속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했다. 국민의힘이 소속 의원 112명 가운데 110명이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에 서명한 데 이어 민주당도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하면서 여의도 정치인들이 '방탄 국회'의 오명을 벗으려 한다는 모양새를 갖춘 셈이다. 적어도 겉으론 그렇다.
지난 18일 민주당 의원총회 (사진출처 = 연합뉴스)
과연 '정당한 영장'이란?
그런데 조건이 달렸다. '정당한 체포영장'. 민주당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하면서 이렇게 취지를 설명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과 원내지도부가 별도로 논의한 결과 국민들이 민주당에 가진 기대와 함께 민주당이 (지향)해야할 도덕적 정당의 위치를 고려해 (불체포 특권 포기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8일, 김한규 원내대변인). 여기서 강조하고 싶었던 건 '국민의 기대'일 거다.
'정당한 영장'이란 조건도 결국 국민 여론과 맞닿아 있다. 조건부 논란이라는 불씨가 남자 민주당은 정당성의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라고 규정했다. "향후 검찰의 영장 청구가 있을 때 정당한지 여부는 여론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때그때 여론조사를 하겠다는건지 객관화 자체가 쉽지 않다. 이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이유다. 1호 혁신안이 처음부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태생적 한계로 보인다.
다른 당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먼저 정의당은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는 '검찰 독재', '야당 탄압' 프레임 안에 숨는 짓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없다"며 "민주당은 제 손톱도 못 깎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끌고 추인한 안이 고작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붙인 하나 마나 한 '껍데기 혁신안'이라니 차라리 특권을 포기하기 싫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겠다"며 민주당 결의를 한껏 깎아내렸다. 현재는 사법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국민의힘 입장에선 자유롭게 나올 수 있는 수준이다.
사진출처 = YTN
'이름 까자! 말자!' 놓고 또 논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당한 영장 기준도 논란인데 기명 투표를 놓고도 민주당 안이 시끄럽다.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기명으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이재명 대표는 "필요하다"며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입법 사안인데 조기에 기명 투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임 정치라는 측면에서 투표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이재명 대표가 직접 말한 찬성 취지다.
이른바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공격을 당하는 비명계가 당장 발끈했다.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 대표 불체포 특권(체포동의안)이 들어올 때 누가 찬성했고 반대했는지 알겠다는 것"이라며 "동료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 이름을 밝히라는 선동"이라고 비판했고, 조응천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에 동의한 사람들에 대해 '수박'이라고 하면서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낙선운동이 벌어지지 않겠나"라고 발끈했다. 낙인 효과를 우려한 것이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자는 1호 혁신안 취지는 한마디로 '다 내려놓자'는 건데 내려놓을 때 이름을 공개하자고 하면 의원 개개인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비명계 입장에선 당장 내년 총선에서 낙선 대상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친명계에도 난감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체포동의안에 대해 이름을 걸고 반대했을 때 총선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1호'부터 방향을 잃다
결국 민주당의 1호 혁신안 탄생 자체가 갸우뚱한 이유다. 조건부 포기이자 정치적 선언이 될 거라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처음부터 반향이 없었던 이유다. 불체포 특권은 엄연히 헌법에 명시된 사안이다. 한 개인이 포기할 수 있다고 포기되는 게 아니다. 민주당 안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용하면 될 일"이라는 반대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1호 혁신안 처리 과정 자체가 이처럼 미진하고 시끌시끌하다는 건 결국 1호의 상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것 외에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정자동 관광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등 여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재작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민주당 의원 20명의 검찰 수사도 본격화할 상황에서 '조건부' 불체포 특권 포기는 여러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면 민주당에 바라는 민심은 무엇일까? 개혁 입법을 통한 거대 야당의 견제력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사법 리스크 프레임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민심이 대안 세력으로 인정해 줘야 하는데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완전히 새롭게 바꾼다'는 의미를 가진 혁신이 성공하려면 방어보단 공격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과감해야 한다는 의미다.
원래 제1야당은 총선 1년 전쯤부터 대안 세력으로서의 큰 그림을 먼저 짜고 정국 이슈를 선점하려 해야 한다. 그리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각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계파 간 갈등이 증폭되거나 해소되거나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거꾸로 하고 있다. 방향을 못 찾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앞으로 큰 선거에서 이른바 '되치기'는 없다. 오래 기간 해오던 대로 평가받는 것이다. 그게 바로 '여의도 정치인들'만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는 이미 '성숙된 민심'이다.
YTN digital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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