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2017년 데자뷔(?)...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회귀전략

[와이파일]2017년 데자뷔(?)...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회귀전략

2022.10.12.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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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2017년 데자뷔(?)...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회귀전략
2017년 11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장면, 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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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도 미사일을 심하게 쏘아 올렸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과 화성-12형, 화성-14형 등 중장거리 미사일이 대부분이었다. 2017년 9월에는 마지막일 것만 같았던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그리고 11월 29일, 미국 동부지역까지 비행 가능하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15형(비행거리 13,000km)의 시험발사에 성공한다. 북한은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미사일 발사를 중단한 뒤 한달 여가 지나 남북대화에 나섰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는데 결국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리고 4년 가까이 지난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전술핵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며 전술핵무기 개발을 지시한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핵무기 소형화와 다종화를 강조했는데 몇 년 뒤 이를 더욱 구체화한 것이다. 김정은이 전술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후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이 아닌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주로 쏘아 올렸다. 언론에 등장하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KN-23), 초대형 방사포(KN-25),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미니 SLBM, 단거리 순항미사일 등이다. 미사일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한 해에만 발사를 중지했을 뿐 정상회담 이듬해인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발사해 왔다.

2017년 말에 핵무력 완성 선언을 했다면 올해 9월에는 핵무력 지휘통제나 핵사용 조건과 원칙 등을 명시한 핵무력 정책 법제화에 나섰다. ‘선언’에서 ‘법제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법을 통해 명시-확정함으로써 핵무력 개발의 강제성도 부여했다. 2012년 4월 개정 헌법에서 명시한 ‘핵보유국’이 상징적 의미라면 이제 핵개발은 법이 됐다. 이를 어기면 법에 저촉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을 이행하기 위해 북한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핵개발에 매진할 것이라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2021년 1월 북한 8차 당대회 모습, 출처 : YTN


현재 많은 전문가와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올해 계속된 단거리 미사일 도발도 핵 소형화 실험이후 만들어질 소형 핵탄두를 장착하기 위해 진행됐다는 것이 보편적 견해다. 꼭 중장거리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한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2017년 상황과 비슷한 행보다. 핵실험을 마치면 법제화도 일단락 된다. 전술핵은 폭발력이 수백kt에 이르는 전략핵에 비해 폭발력이 적다. 최소 중량이 수kt(5kt 이상)에서 최대 수십kt(20kt 이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도 폭발력이 전술핵 수준(20kt 안팎)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어찌됐든 전술핵은 단거리 미사일 탑재용이라는 점에서 순전히 대남용이다. 전략핵보다 전술핵이 우리에게 더 위협적인 이유이다. 전술핵이 비록 전략핵에 비해 피해 범위가 적다고 해도 핵무기는 핵무기이다. 핵이 주는 공포의 상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요즘 눈에 띄는 점은 북한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일거야’라는 해석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러다가 과거처럼 다시 비핵화 협상에 나서겠지 하는 전망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과거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핵협상 수단이 아니라 핵을 완성하기 위한 수단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2022년 9월 25일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저수지 발사 장면, 출처 : YTN


1990년 이후 북한은 '벼랑끝 전술'을 적절하게 사용해 왔지만 이제는 비핵화 협상카드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핵과 핵무기를 완성했으니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헌법과 법으로 핵을 강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북한의 핵보유 신념이 하늘을 찌른다. 핵군축은 폐기가 아닌 보유를 전제로 한다. 일찍이 핵군축 협상을 했던 미국과 소련은 1972년 핵무기 운반수단을 동결하는데 그친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맺은 뒤, 1980년대 들어서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을 시작했다. 핵무기의 단계적 폐기를 전제로 했는데, 협상은 지금도(New START) 계속되고 있다. 이 사례를 보면 ‘북한 비핵화’는 허망한 목표가 된다.

여기서 북한의 도발과 대화, 도발의 악순환을 떠올린다. 이른바 북한의 도발 회귀전략(resilence strategy)이다. 첫 번째 회귀는 남북대화의 롤모델로 평가받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직후다. 당시 남북대화는 지금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이 열렸고, 결국 합의서가 발표됐다. 그러나 이듬해 5월 북한은 DMZ 내로 무장공비를 침투시켰고, 이 충돌 과정에서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다. 그 1년 뒤에 준전시상태가 선포되기도 했고 그 유명한 ‘서울 불바다’ 발언도 나왔다. 두 번째 회귀는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다. 6.15 공동선언이라는 괄목한 만한 성과를 얻었으나, 2001년 파주 DMZ 사격, 2002년 2차 연평해전이 발발했다. 3차 회귀는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의 10.4선언이 나온 이듬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 대청해전 등이 발발한다. 4차 회귀는 주지하다시피 2018년 여러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이후다.

북한은 남한의 진보정권과만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도발은 보수-진보정권을 가리지 않고 감행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도발과 대화는 습관적이며 그동안 주장해 온 국방력 강화라는 수사는 남북 상황과 관계없는 핵무기 개발을 위한 전략적 용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여기에 흔들린 것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였다.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대화에 나섰던 것처럼 전술핵까지 완성하고 국제정세가 뒷받침 된다면 다시 대화에 나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러나 북한의 반복된 도발과 대화 회귀가 오로지 핵개발을 위한 일관된 전략적 선택이 된 지금, 우리도 흔들리지 않는 전략을 만들 필요성이 커진다.

김문경
통일외교안보부장

YTN 김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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