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건군절도 아닌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북한은 왜 기념할까?

[와이파일] 건군절도 아닌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북한은 왜 기념할까?

2022.04.19.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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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건군절도 아닌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북한은 왜 기념할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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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110번째 생일을 맞은 북한은 축제를 즐기며 끝냈다. 그러나 여지없이 그 다음 날 핵탑재 가능성을 운운하며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제 북한의 마지막 4월 기념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이다. 조선인민혁명군은 김일성 주석이 1932년 4월 25일 창건했다는 이른바 ‘항일 빨치산 유격대’의 다른 말이다.

북한은 이를 ‘반일인민유격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해로 딱 창건 90년이 됐다. 북한은 이 ‘항일 빨치산 유격대’의 싸움에 대해 “가장 높은 형태의 혁명투쟁”이라고 추켜세우며, 김일성을 신격화하는 이데올로기로 활용한다. 주체사상도 장기간의 ‘혁명투쟁’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장투쟁’을 강조한 조선인민혁명군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김일성 주석이 실제로 항일운동을 얼마나 했는지는 이 글에서 제외한다.

북한의 건군절은 2월 8일이지만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정부수립(1948년 9월 9일) 7개월 전인 1948년 2월 8일을 건군절로 정해 기념해오다 1978년부터는 다시 4월 25일로 바꿨다. 그러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1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갑자기 2월 8일로 되돌렸다. 북한 스스로도 계면쩍었는지 4월 25일은 국가 명절로 지정한다.



어찌됐든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90년 전에 결성된 조선인민혁명군은 북한 정규군의 모태인 셈이다. 조선인민혁명군이건 조선인민군이건 정부 수립보다 군대가 먼저 창건된 것을 보면 또 해괴하다. 이와 관련해 남한에 정부가 수립(1948년 8월 15일)되기 전에 인민군을 창설해 북한은 물론 남한 내 공산당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리 국군의날은 각 군에서 개별적으로 창립일을 기념하던(육군 1946년 1월 15일, 해군 1945년 11월 11일, 공군 1949년 10월 1일, 해병대 1949년 4월 15일)날을 한데 모아 1956년 9월 21일 대통령령 1173호에 의해 10월 1일로 제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군의날을 바꾸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당 일각에서 임시정부가 중국 충칭에서 광복군을 출범시킨 1940년 9월 17일을 국군의날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북한은 건군절을 2월 8일로 돌린 이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을 특별히 챙기지 않았다. 하지만 9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다시 대대적으로 기념할 태세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는 한참 전부터 열병식 준비를 벌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전례를 보면 열병식 행진 맨 마지막에 최근 쏘아 올렸거나 앞으로 쏘아 올릴 아마 그럴싸한 ‘신식 무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조선인민혁명군은 조선인민군으로 발전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대가 국가의 기본이라는 선군정치를 앞세우며 많은 도발을 일삼았다. 김정은 시대 들어 이른바 당의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지만, 국방력 강화를 지속하고 위협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군대가 국가의 기본이라는 틀은 여전히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연일 강조하고 있는 ‘국방력 강화’ ‘핵무력 강화’는 북한의 오래된 위협수단이다. ‘국방력 강화’는 ‘국방에서의 자위’ 개념을 떠받치는 구조다. ‘국방에서의 자위’ 개념은 1962년 2월 당 중앙위원회 제4기 5차 전원회의에서 확립됐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사상에서의 주체’ ‘경제에서의 자립’ ‘정치에서의 자주’ 등의 개념과 연결된다. 그렇다면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핵무력 강화’는 북한의 ‘혁명전통’을 이어가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되는 셈이다.

북한은 ‘혁명전통’에 대해 “당의 지침이자 혁명의 역사적 뿌리”이며 “대를 이어 발전시키는 것은 당원과 근로자들의 숭고한 임무”라고 강조한다. ‘항일유격대’를 ‘혁명군’으로 부르고, 조선중앙TV는 지금도 방송 맨 첫 화면에 백두산을 보여준다. 북한은 백두산을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유격대 무대’로 선전한다. 그러면서 이곳을 혁명전적지로 부른다. 창군일도 아닌 90년 전 조선인민혁명군을 이렇게 기념하는 것을 보면 북한은 여전히 ‘김일성 신화’에 갇혀 사는 것으로 보인다.



YTN 김문경 (mk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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