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영상] 문재인 대통령, 스페인 상원 연설 (전문)

[현장영상] 문재인 대통령, 스페인 상원 연설 (전문)

2021.06.16. 오후 11:0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스페인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스페인 상원에서 연설을 합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한국과 스페인이 저탄소와 디지털 협력, 제3국 시장 진출에 힘을 모으자고 제안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연결해 문 대통령의 연설 들어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존경하는 스페인 국민 여러분, 욥 상원의장님과 바텟 하원의장님, 의원 여러분, 양국의 새로운 70년을 여는 첫해,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매우 뜻깊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스페인 의회에서 연설할 기회를 마련해주신 두 분 의장님과 의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때 스페인은 ‘세상의 끝’이라고 불렸습니다. 그러나 스페인 국민들은 ‘세상의 끝’에서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만들었습니다. 500년 전, 마젤란과 엘카노의 세계 일주를 시작으로 근대사의 전환을 이끌어갔습니다. 지금 스페인은 그 힘으로 다양한 문명을 포용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 고대부터 현대의 시간대가 스페인의 품속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2005년, 스페인이 주도하여 출범한 ‘문명의 연대’ 역시 인류 역사에 ‘새로운 시작’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마드리드 열차 테러 사건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지만, 스페인 국민들은 정의와 비폭력 정신으로 맞섰습니다. 오히려 ‘문명의 연대’를 주도하는 미래지향적인 선진국으로 도약했습니다. 한국은 ‘문명의 연대 우호국 그룹’의 일원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포용과 연대의 정신’은 코로나를 극복하며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지난해 11월, ‘다자주의 지지 이니셔티브’ 출범을 주도하며 ‘유엔 75주년 기념선언’을 앞장서 실천했습니다. 이베로아메리카 공동체를 주도하며, 중남미 국가들에게 백신 공여를 약속했습니다.

한국은 이베로아메리카 공동체에 옵서버로 가입한 이래 실질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의 옵서버 가입 5주년을 기념하여,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상·하원 의장님, 의원 여러분, 이번 스페인 방문을 통해, 역동적이고 창의적이며, 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가치를 사랑하는 양국 국민들의 공통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은 포용과 상생, 이해와 협의를 통해 국제적 분열을 해소하는 ‘연결국가’를 추구합니다. 한국은 대륙과 해양을 잇고,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며,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선도하는 ‘교량국가’를 꿈꿉니다.

진실로 스페인과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닮은 점은 ‘민주주의 정신과 실천’입니다. 양국 국민들은 20세기 내전과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반세기의 짧은 시간에 민주화를 이뤄냈으며, 세계에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웃을 깊이 존중하며 아끼는 마음에서 시작한 민주주의의 힘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스페인 국민들이 매일 저녁 8시 정각에 창문을 열고 의료진에 대한 감사와 연대의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난 5월 9일 새벽 0시, 반년 만에 방역 봉쇄령이 풀려 기뻐하는 스페인 국민들의 모습에 나 역시 지구 반대편에서 같은 기쁨을 느꼈습니다. 한국 국민들도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며 일상을 회복하고 ‘한국판 뉴딜’로 경제 도약을 이뤄낼 것입니다.

서로를 응원하며 고비를 넘어온 스페인 국민들께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동질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상·하원 의장님, 의원 여러분, 오늘 우리 두 나라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는 소식을 기쁜 마음으로 전합니다. 이제 우리는 지난 70년간 굳건히 쌓아온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더 강화된 협력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 세계의 공동 번영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선도국가인 스페인과 디지털 강국 한국의 만남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핵심인 그린·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경제협력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이미 스페인 기업은 한국의 해상풍력 발전소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한국의 기업들은 스페인 태양광 발전사업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오늘 양국이 체결한 인더스트리 4.0, 스타트업, 청정에너지 분야 MOU를 통해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가속화되길 기대합니다. 제3국 공동진출도 고도화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건설·인프라 분야 협력에 더해 5G,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함께 진출하여, 아시아, 중남미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동반 성장해 나가게 되길 희망합니다. 양국 의회가 긴밀히 교류하면서 힘을 실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은 ‘상호 방문의 해’를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산티아고 길을 사랑합니다. 한국 국민들은 스페인이 창조한 불멸의 캐릭터 ‘돈키호테’를 읽으며 유머와 해학을 넘어선 인간적 고뇌에 공감합니다. 20세기 최고의 천재화가 피카소의 작품에서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그린 인류의 예술적 DNA와 이념을 넘어선 사랑의 가치를 되새깁니다.

가우디의 자연을 닮은 곡선에서는 위대한 포용의 정신을, 타레가의 음악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의 고색창연함을 만납니다. 스페인 국민들도 한국의 문화예술을 사랑합니다.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으며, 태권도를 통해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접하고 있습니다. K-팝과 한국 영화를 즐기는 스페인 국민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합의한 ‘상호 방문의 해’ 연장을 통해, 양국 국민들의 우정과 신뢰가 더욱 깊어지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스페인 국민 여러분, 욥 상원의장님과 바텟 하원의장님, 상·하원 의원 여러분, 양국의 새로운 70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스페인과 한국은 포용과 상생, 연대와 협력으로 새로운 도전에 함께 대응하며 공동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것입니다.

영광스러운 국회 연설의 기회를 주시고,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환대에 감사드리며, 스페인 의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