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출 '꽁꽁' 묶어놓고 금융 공기관 사내 대출은 오히려 늘어

단독 대출 '꽁꽁' 묶어놓고 금융 공기관 사내 대출은 오히려 늘어

2021.06.07. 오전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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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돈 빌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정작 금융 공공기관 직원들은 '사내대출'을 통해 계속해서 억대의 돈을 손쉽게 빌리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마다 도돌이표처럼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도리어 대출 규모는 점점 더 늘고 있는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부장원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현재까지 25차례 나온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대출 규제입니다.

[은성수 / 금융위원장(지난 2019년 12월) : 9억 원 초과 15억 원까지 LTV를 20%로 줄이면 당연히 대출을 통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힌 돈줄에 국민 불만은 갈수록 커지는데 대출 규제에 앞장선 금융위원회의 산하 기관들은 사내기금으로 억대의 대출을 해오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YTN 뉴스 보도 : 정부 산하의 다수 공공기관들이 사내 기금으로 직원들에게 주택자금을 많게는 2억 원까지 빌려주고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기관을 감시하는 금융감독원은 주택자금용 사내대출을 아예 없앴습니다.

하지만 금융위 산하에 있는 공공기관 대부분은 여전히 사내대출 제도를 유지하고 있고, 오히려 대출 규모도 더 늘린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YTN이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실과 함께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서민금융진흥원을 뺀 7개 기관은 여전히 주택과 생활자금 명목의 사내대출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낮게는 1%대 저금리로, 최대 1억 원 후반까지 빌릴 수 있는데, 이렇게 지난 5년 동안 쌓인 대출 액수만 6,441억 원, 건수는 만7천 건에 이릅니다.

해당 기관들은 사내기금으로 사원 복지를 한 거고 사기업도 이런 제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빌릴 때 담보인정비율, LTV 같은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 일반 국민과 달리, 자체 기금으로 대출을 받는 공공기관 직원들은 규제 자체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돈을 이용해 '갭 투자'에 나서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유의동 / 국민의힘 의원 : 대출규제라는 앞문은 막아놓고, 자신들을 위한 뒷문을 열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고, 공정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기관마다 대출 요건을 따지는 규정을 두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느슨했습니다.

아예 LTV나 DTI를 따져보지도 않거나, 심지어는 다른 금융권 주택 대출과의 중복심사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내 대출이 직원 복지라는 반박 논리도 있지만, 공공기관 복지제도는 사회 통념에 비춰 과도해선 안 된다는 게 정부 지침입니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로 돈줄을 묶어놓고선 정작 정부 대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들은 규제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방관하는 게 공정한지는 따져볼 문제입니다.

YTN 부장원[boojw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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