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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5월 18일 (화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이정국 영화감독
- '아들의 이름으로' 가해 책임자들에 대한 복수 감행하는 얘기
- 양심고백하는 군인들 많이 고백하길 기대하고 만든 영화
- 5.18 민주화 항쟁 덕분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있지 않나 생각
- '아들의 이름으로' 영화로 아픈 역사 겪지 않을 수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앵커 황보선(이하 황보선): YTN 황보선의출발새아침, 5.18민주화운동 41주년 특별 기획 <80년 5월, 그리고 지금>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흐르고 있는 곡은 이선희 씨가 오월의 아픔을 노래한 오월의 햇살이라는 곡인데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한 편이 만들어졌습니다. '아들의 이름으로'입니다. 이정국 감독은 영화를 통해 5.18의 가해자들의 반성을 이끌어 내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얘기합니다. 직접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정국 감독, 안녕하세요?
◆ 이정국 감독(이하 이정국): 안녕하세요.
◇ 황보선: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좀 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어떻게 다릅니까?
◆ 이정국: 제가 30년 전에 만들었던 ‘부활의 노래’를 비롯해서 최근까지 5.18 영화들은 주로 피해자 입장에서, 피해자의 관점으로 다룬 거라면 저의 영화는 피해자의 입장도 있지만 큰 줄기는 가해자의 시선을 가지고 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가해자가 가해 책임자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군인으로서 명령을 받아 가해자가 됐던 사람의 입장이죠.
◇ 황보선: 이 영화의 제목이 ‘아들의 이름으로’입니다. 상징하는 바가 뭡니까?
◆ 이정국: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과거를 뒤늦게 안 아들이 아버지한테 양심고백을 권하는 그런 건데요. 아버지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다가 결국에는 아버지로서 반성하는 의미에서 자기가 5.18 피해자를 대신해서 가해 책임자들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는 이야기입니다.
◇ 황보선: 지금 안성기 배우가 맡은 역할이 독특하네요. 방금 말씀하신 아버지 역할을 안성기 씨가 맡은 거죠?
◆ 이정국: 네.
◇ 황보선: 그럼 이 역할을 봤을 때,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대리자 역할을 맡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 이정국: 네, 맞습니다. 복수와 동시에 자기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죠. 계엄군으로 불가피하게 참여했던 군인이, 사실 수많은 군인들이 의도하지 않게 자기 시민들에게 총구를 향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고 결국에는 그 명령에 의해서 살상을 하는 도구가 되었죠. 그런데 어찌 보면, 그 사람들도 일종의 피해자일 수 있게 된 거죠. 최종적인 가해 책임자들은 사실상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사람들도 가해자이자 피해자로서 진짜 가해 책임자들에 대한 분노가 있겠죠. 그런 것을 피해자의 분노와 함께 담고 가는 일종의 장르 영화로써 제가 이 영화에 접근했습니다.
◇ 황보선: 이 감독님, 그럼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 이정국: 그 내용 자체가 그대로 실화라기보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실제로 제가 20여 분 분량의 증언록을 보고 그걸 기초로 해서 캐릭터들을 만들고 사건을 촘촘히 이어서 만들어간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황보선: 그리고 영화 끝부분에 5.18을 기억하는 분들 증언도 담으셨죠? 의도가 뭡니까?
◆ 이정국: 영화에서 주인공이 내뱉는 이야기가 있는데, 결국에는 당시에 대한 반성을 제대로 한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가 한 달 전쯤엔가 자기가 군인으로서 죽였던 사람의 유가족을 만나서 사죄를 고하는 일이 실제로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 영화하고 너무나 유사해서 깜짝 놀랐는데, 제가 이 영화를 만든 의도는 실제로 그런 군인들에게 양심고백을 하고요. 5.18에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거든요. 행불자 문제 등이 이제는 어느 정도 진상이 완전하게 밝혀져야 하지 않나 하는 측면에서 그런 양심고백을 하는 군인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만든 영화입니다.
◇ 황보선: 주연을 맡은 안성기 씨가 시나리오 보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노개런티로 하겠다고 하셨다고요?
◆ 이정국: 네, ‘아들의 이름으로’ 시나리오를 처음 쓰고 광주광역시에서 지원을 받아서 영화를 찍으려고 했는데, 예산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안성기 씨 같은 국민배우를 쓸 생각을 못하다가 누군가가 ‘이거 안성기 씨가 하면 딱인데’라는 이야기를 하길래 슬쩍 시나리오를 건네 봤죠. 그랬더니 하루 만에 연락이 와서 너무 잘 봤다고... 그래서 ‘개런티도 많이 못 드리는데 괜찮겠습니까?’ 했더니, 이건 해야지, 내가 진짜 하고 싶다고 해서요. 안성기 씨가 오고 나서 윤유선 씨, 박근형 씨, 이세은 씨 등 정말 유명한 배우 분들이 붙어서 영화가 갑자기 커지게 됐습니다.
◇ 황보선: 이 분들이 만약 이렇게 안 하셨으면 영화 제작이 힘들어졌겠습니다.
◆ 이정국: 아주 작은 독립영화가 됐겠죠.
◇ 황보선: 그리고 최근에 미얀마에서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군부, 군인들이 쏘는 총탄에 많은 시민들이 사망을 했는데요. 그래서 미얀마와의 민주화 연대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어떤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이정국: 네, 저도 당연히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고 정말 군부, 소수 군인들의 권력 욕망 때문에 그렇게 많은 국민들이 희생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하고요. 현재 우리 한국이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41년 전 5.18의 뜨거운 민주화 항쟁이 있었기 때문에 6월 항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현재 민주주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만약 그때 5.18 때 항쟁을 하지 않고 군인들에게 우리가 쉽게 승복을 했다면 미얀마의 그런 상황이 우리에게 닥쳐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5.18 민주화 항쟁 덕분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황보선: 마지막으로 민주화 시대, 말씀하신 87년 민주화 항쟁 등을 겪지 못한 요즘의 젊은층에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십니까?
◆ 이정국: 좀 전에 이야기했다시피 지금의 민주주의를 우리 젊은 사람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얼마나 과거 윗세대의 정말 뜨거운 항쟁이 있었나, 그런 과거의 역사를 우리가 제대로 알고 기억하고 있어야만 또다시 아픈 역사를 겪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라면서 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가 어떻게 보면 젊은 세대에게 그런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황보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정국: 고맙습니다.
박준범 PD[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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