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꺼진 '마이크'도 다시 보자

[앵커리포트] 꺼진 '마이크'도 다시 보자

2021.04.21. 오후 1:0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국회부의장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응하지 않으면 국회 윤리위에 징계안을 내겠다는 뜻도 밝혔는데요.

국회의장을 대신해 대정부질문 사회를 보던 김상희 부의장이 문제 소지가 있는 혼잣말을 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허은아 / 국민의힘 의원(지난 19일) : 이 포스터 보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홍남기 / 국무총리 직무대행(지난 19일) : 의원님, 이렇게 생각하시면 우리 지하철역에 전부 1번이 있는 걸 사진 찍어서 무슨 생각나느냐고 묻는 것과 똑같지 않습니까? 어느 지하철에 가든 지하철 출구 1번부터 8번까지 있는데 1번을 가져다가 보여주고 1번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편파성 논란에 대한 질의였습니다. 마친 뒤 잘했다고 격려하는 국민의힘, 여기에서 김상희 부의장의 문제 발언이 나왔습니다.

[김상희 /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소속) : (잘했어, 잘했어!) 아주 신났네, 신났어….]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한 혼잣말이 그대로 기록으로 남게 된 겁니다. 하지만 사과는 없었습니다. 다음 날, 공교롭게 또 김상희 부의장이 박병석 의장을 대신해 의장석에 섰고, 국민의힘 의원 집단 퇴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부의장님 사과부터 하세요!"

"의장석에서 내려오세요!"

"의장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어요? 아무 말 없이?"

[김상희 /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소속) : 하하 참, 나…. 양향자 의원님 질의하세요.]

[국민의힘 의원 : 부의장 자격 없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렇게 나가는 것도 사과하세요!]

[양향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 : 반도체 관한 얘기입니다. 안 들으시면 안 됩니다.]

[허은아 / 국민의힘 의원 : 여당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라도 공개적으로 하셨다면 비판받을 만한 발언인데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본회의를 위해 국회법에 따라 무소속 신분을 갖게 한 국회의장을 대리한 자리였습니다.]

말실수는 무의식의 발현이라는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말이 있습니다. 꺼진 마이크도 다시 보자, '혼잣말'로 구설에 오른 사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추미애 / 당시 법무부 장관(지난해 9월) : 어이가 없어요. 그런데 저 사람은 (김도읍 의원) 검사 안 하고 국회의원 하길 참 잘했어요. 죄 없는 사람을 여럿 잡을 것 같아.]

[진성준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해 7월) :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겁니다. 부동산이 뭐 이게…. (여당 국토위 의원님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국민은 어떻게 해요.)]

물론 적절치 못한 혼잣말에 대한 비판은 야당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검찰에 고발한 단체 협회장이 국정감사 기간 국회를 찾았습니다.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며 검찰 개혁을 강조했는데요. 당시 야당 상임위원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정식 /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2019년 10월) : 검찰 개혁을 민생 경제에서 개혁하지 않으면 어디에서 하겠습니까?]

[이종구 / 당시 국회 산자중기위원장(자유한국당 소속 / 2019년 10월) : 그러면 증인들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검찰 개혁 같은 소리…. 지○, 또○○ 같은 새○….]

[우원식 / 더불어민주당 의원(2019년 10월) : 국회에 오셨는데 국회에서 욕설을 듣고 가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위원장께서 유감 표명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종구 / 당시 국회 산자중기위원장(자유한국당 소속 / 2019년 10월) : 제가 거기에 욕설을 했다는 거, 이거는 제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들으신 분들도 없잖아요, 지금?]

혼잣말이었다, 마이크가 꺼진 줄 알았다는 건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깔끔하게 빨리 사과하는 게 좋겠죠.

'본의 아니게',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와 같은 표현을 뺀, 본인이 무엇을 누구에게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담백한 사과문을 정치권에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요?

박광렬 [parkkr0824@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