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 사망에 이재명 "피 말리면서 모욕...근로감독권 달라"

쿠팡 노동자 사망에 이재명 "피 말리면서 모욕...근로감독권 달라"

2021.01.22. 오전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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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노동자 사망에 이재명 "피 말리면서 모욕...근로감독권 달라"
사진 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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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자체에도 근로감독권을 공유해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근로감독 권한은 고용노동부가 갖고 있는데, 이 지사는 과거부터 근로감독권을 지방 정부에 공유해달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21일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에 우리 사회 현주소가 고스란히 응축돼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가장으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다. 늘 생활은 빠듯했고 차가운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핫팩 하나로 영하 11도 겨울을 버텼다"며 사망한 노동자에게 애도를 표했다.

이 지사는 "논란이 되는 이 기업의 UPH(Unit per Hour·시간당 생산량) 시스템은 한 시간에 몇 개의 물건을 처리하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개별 노동자 현황이 실시간으로 측정되고 생산 속도가 떨어지는 노동자를 전체 방송을 통해 독촉한다"고 설명했다. 또 "관리자에게 불려가 사실관계 확인서를 쓰기도 하고 이것이 누적되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근무 환경을 두고 이 지사는 "제가 어릴 적 공장 다닐 때도 이유 없이 군기 잡히고 두들겨 맞으면 맞았지, 이렇게 사람을 매 순간 피 말리게 하면서 모욕하진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측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항변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불가피함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대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온풍기를 마련하든 더 두꺼운 발열 방한복을 제공하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며 지자체에도 근로감독권을 공유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로 미처 하지 못하는 영역을 샅샅이 조사하고 개선하겠다"며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새벽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단기직으로 야간 근무하던 노동자 A 씨가 사망했다. 추운 날 야간 업무를 하던 A 씨는 이곳에서 함께 일했던 친언니와 퇴근을 하기 전 화장실에서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세상을 떠났다.

1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는 쿠팡 동탄 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통제 방식이 이런 죽음을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인천 물류센터와 칠곡 물류센터, 목천과 마장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까지 쿠팡 물류센터에서만 다섯 번째 죽음이 발생했다"며 "반복되는 죽음은 결코 우연일 수 없고 개인의 탓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정부를 향해 제대로 된 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쿠팡 측에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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