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질 좋은 평생 주택'...10곳 중 9곳은 40㎡ 이하

갈 길 먼 '질 좋은 평생 주택'...10곳 중 9곳은 40㎡ 이하

2020.10.16. 오후 10:1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문 대통령, 지난 8월 공공임대주택 청사진 제시
하남시 공공임대주택, 5가구 중 1가구는 16㎡
최소 주거기준 간신히 넘겨…"짐 감당 불가 수준"
당첨 행운이라 여겼는데…실제 입주민들 ’울상’
AD
[앵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정부는 계속해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그냥 싼 정도가 아니라 평생 살고 싶을 정도로 주거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현장을 직접 가보니 이전에 지어진 공공임대주택 10곳 가운데 9곳은 전용면적이 40㎡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입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문재인 / 대통령 : 공공임대주택을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 임대주택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포함하여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 주택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주거복지에 방점을 둔 공공임대주택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 주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전에 지어진 공공임대주택 현실은 어떨까요?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공공임대주택에 직접 가봤습니다.

이곳은 지난 2018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곳입니다.

5가구 가운데 1가구꼴로 16㎡, 그러니까 단 세 걸음 정도면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크기입니다.

최소 주거기준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인 만큼, 가구를 들이긴커녕 최소한의 짐조차 둘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공공임대주택에 당첨된 것만으로 행운이라 여겼던 입주민들은 그야말로 울상입니다.

[조세창 /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 급하게 입주했는데 많이 실망을 했죠. 옷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여기 하나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니까 뒤쪽에 행거를 거는데 그래도 부족해서 옷 박스를 베란다에 둔 상태거든요.]

쏟아지는 공공임대주택 대부분이 비슷한 실정입니다.

청년 1인 가구는 물론 신혼부부도 입주 대상인 행복주택의 94%가, 그리고 최저소득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의 96%가 40㎡ 이하 규모입니다.

40㎡ 이하 공공임대주택은 전체의 30%도 채 되지 않는 일본, 영국과 확연히 대비됩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공급량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지만, 진짜 문제는 현행법이 소형 공급을 부추기고 있다는 겁니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80% 이상을 60㎡ 이하로 지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여기에 평수를 넓혀 지을수록 국가보조금 지원 비율이 뚝뚝 떨어지다 보니, 사업자들도 큰 집을 지을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천준호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우리나라) 최소 주거 면적이 14㎡로 현재 돼 있는데요. (이에 따라) 입주민들의 주거 공간도 협소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형수를 확대할 필요 있다는 생각을 했고, 평단 단가도 높여야 할 것 같고, 정부 재정지원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질보다는 양'이라는 정책이 현재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근간입니다.

양도 많고 질도 좋은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정책 전환이 없다면 누구나 살고 싶은 평생 주택은 꿈같은 말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YTN 송재인[songji10@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