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전 거부 없으면 장기 기증"...대기자 4만 명, 우리는?

영국 "사전 거부 없으면 장기 기증"...대기자 4만 명, 우리는?

2020.08.16. 오전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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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재 우리나라에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사람은 한 해 4만 명이 넘지만 실제 기증 사례는 이에 훨씬 못 미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에서는 본인이 사전에 거부하지 않았다면 사망 후 장기 기증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기 기증 관련 법안이 그동안 수차례 발의돼왔지만 대부분 처리에 실패하면서 입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7년 영국의 메이 총리는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장기 기증을 기다리다 죽어가는 현실을 두고만 보지 않겠다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이후 '장기기증법 2019'라는 이름의 법 개정안이 추진됐고, 지난해 통과돼 올해 5월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핵심은 자신이 생전에 장기기증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히지 않는다면 기증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본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18세 미만 어린이나 숨지기 전 1년 동안 영국에 살지 않은 사람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서은철 /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관 : (영국 같은 경우는) 6천 명 이상의 장기이식 대기자들이 지속적으로 있고, 매년 수백 명이 사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여, 장기기증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법률개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프랑스나 네덜란드에서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시행 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는 지난해 기준,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고작 7% 조금 넘는 사람들만이 이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90% 이상은 기약 없이 기증자를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장기 기증이 지지부진한 데는 법 조항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현행법 상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약속했더라도 사후에 가족들이 반대하면 서약을 철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미래통합당 박인숙 의원이 이 조항을 없애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고, 그보다 이전 국회에서도 근본적인 기증 활성화 법안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김동엽 /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처장 : (우리 장기기증법은) 장기기증 활성화보다는 장기 매매를 방지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아직도 장기기증을 활발하게 하는 쪽 법보다는 통제하고 관리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의료비 부담 문제, 문화 차이 등 영국식 장기기증법을 바로 도입하기에는 숙고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만 명의 이식 대기자를 위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우리의 현실입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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