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결렬 원인은 '스몰딜 프레임'

하노이 회담 결렬 원인은 '스몰딜 프레임'

2020.06.27. 오전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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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간행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는 지난해 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과정도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극적 타결 가능성이 상당히 있었지만, 미 행정부 내부 대북 강경파 참모들의 집요한 반대 노력과 이른바 '스몰딜 프레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렬을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왕선택 통일외교 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말 열린 하노이 북미정상 회담은 개최 2주일여 전까지는 합의문 채택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전의 시작은 2월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제1차 하노이회담 준비회의였습니다.

45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에 과도한 양보를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하다고 설득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에 동의하고, 협상 결렬 선언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월 21일 3차 준비 회의가 열렸는데, 바로 전날 아베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 북한에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2월 24일 협상 타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비건 협상 대표가 북한과 실무 협상을 하면서 은근히 북한에 넘겨준 미국 측 합의문 초안이 볼턴 전 보좌관 손에 들어간 것입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반대 작업을 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도 비건 대표 초안에 반대하는 상황이 조성됐습니다.

2월 26일 하노이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하는 미 언론 매체 비판 보도와 미 의회 청문회 때문에 불쾌한 상태였습니다.

다음 날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참모들에게 이른바 스몰딜은 받지 않겠다고 말해, 하노이 회담은 결렬 쪽으로 방향이 틀어졌습니다.

볼턴 회고록을 근거로 하노이 회담 결렬 원인을 분석하면 볼턴 전 보좌관 등 대북 강경파의 협상 반대 노력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둘째, 대북 강경파들이 영변 핵 단지 폐기와 대북 제재 일부 해제 교환을 소규모 거래, 나쁜 거래로 연상시키는 이른바 스몰딜 프레임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셋째 당초 영변 폐기 방안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됐던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 프레임의 영향과 국내 정치 영향으로 변덕을 부린 것도 원인으로 보입니다.

결국 우리 정부가 하노이 회담에 앞서 미국 내 대북 강경 세력에 대한 협조 요청과 스몰딜 프레임 대응 논리 개발, 그리고 미국 국내 정치 변화에 대한 세심한 관찰에 성공했다면 하노이 회담은 성공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YTN 왕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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