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용전지, 사용 중에도 '펑펑'...軍 사실상 방관·은폐

단독 군용전지, 사용 중에도 '펑펑'...軍 사실상 방관·은폐

2020.04.28. 오전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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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군용전지 폭발 문제를 집중 보도합니다.

무전기 등에 들어가는 군용 리튬 1차 전지는 군 장병들이 실제 사용하는 도중에도 폭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폭발 사고는 최근 10년 동안 한 해 평균 10건씩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도, 군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한동오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군용 리튬 1차 전지 폭발 사고 사진입니다.

수십 킬로그램에 이르는 무전기가 날아갈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YTN은 정보 공개 청구 등을 통해 폭발 사고 현황을 입수했습니다.

대부분 군 장병들이 무전기나 탐색 장비 등을 사용하던 중 갑자기 배터리 부분이 터졌습니다.

이렇게 최근 10년 동안 육군에서 모두 95건의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한 해 평균 10번꼴입니다.

[박철완 / 전 한국전지학회 상임이사 : (배터리를) 무기 다루듯이 하지 않은 거예요, 군인들이. 이것도 무기 다루듯이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했던 거예요. 즉, 부주의가 더 컸던 거예요.]

특히, 지난해 군용전지 폭발이 대형 화재로까지 번진 이유는 군의 현대화 추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레이저를 이용한 가상 전투 장비 도입과 신형 무전기 교체 등으로 군용전지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창고에 쌓아만 두고 제대로 관리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신종우 /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 무전기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서 리튬 배터리 같은 것들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배터리의 문제 때문에 화재가 난 거냐, 보관과 관리 때문에 문제가 난 거냐 따져봐야겠죠.]

10년 치 군용전지 폭발사고 현황을 분석해 보면, 눈에 띄는 점이 또 있습니다.

전체 95건 가운데, FM 무전기에 들어가는 특정 전지에서 절반이 넘는 50건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전지는 A사가 독점하다시피 납품하고 있습니다.

최근 A사의 군납 실적은 급증하고 있어서, 지금도 같은 제품이 군에서 널리 쓰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A사는 리튬전지는 단락과 과방전 등으로 파열될 수 있다면서, 제품 결함 가능성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YTN 한동오입니다.

[앵커]
군용전지 폭발은 군대뿐만 아니라 제조 공장에서도 발생해 그 위험성을 이미 업계에서도 알고 있지만, 정작 군은 사고를 덮고 숨기는 데만 급급합니다.

폭발 위험이 없는 신형 전지로 교체하는 사업도 5년째 표류하는 가운데 별다른 안전 조치도 없이 리튬 전지는 계속 쓰이고 있습니다.

이어서 이정미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2015년 10월 군용전지 생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리튬전지가 연쇄 폭발하면서 마치 전투라고 벌어진 듯 굉음이 쉴새 없이 이어집니다.

2017년에도 군용전지 생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군용 리튬 1차 전지의 폭발 위험성은 이미 업계에서는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배터리 판매업체 A : 지금은 안 나와요. 왜 그걸 못쓰게 했느냐 하면 그게 폭발력이 되게 커요. 리튬이라는 게 원래.]

[배터리 판매업체 B : (민간) 시장에 공급을 안 한 건 한 5년은 됐을 것 같아요." (폭발 사고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성능도 좀 떨어져요.]

과거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당시 군은 안전한 '공기 아연 전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국회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품질과 운용 적합성 검사까지 진행하고도 정작 교체 사업은 5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에는 군용 리튬전지를 쌓아 둔 창고에서 화재까지 잇따랐습니다.

군은 숨기는 데만 급급합니다.

[소방서 관계자 A (군용전지 화재 출동) : (군에서) 신고를 지연했어요. 보안상이라고 해서 자기들끼리 처리하려고 했는데 엄두도 안 나는 불을 자기네가 처리하겠다고 해서 다 태운 거죠.]

[소방서 관계자 B : 국가 기밀이라고 해서 (군에서) 정확한 리스트(화재 피해 규모)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군용전지 품질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도 의문입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전압과 무게를 재고, 낙하 실험 등을 통해 군에서 사용하기 적합한지를 검사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시험성적서조차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 : 시험성적서 위변조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는 저희가 시험성적서를 안 받았어요. 말 그대로.]

국방규격에 맞는 성능 위주로 업체에 의존해 확인하다 보니 안전성 검사는 사실상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안규백 의원 / 국회 국방위원장 : 리튬배터리는 폭발 위험을 내재하고 있는 만큼, 군은 철저한 품질검사와 안전성 평가를 통해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군의 방관과 은폐 속에 시한폭탄 같은 군용전지는 지금도 장병들 손에 들려있습니다.

YTN 이정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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