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법 고쳤나...꼼수에 파괴된 선거법 취지

이러려고 법 고쳤나...꼼수에 파괴된 선거법 취지

2020.03.15. 오전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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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까지 겪으면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건 소수정당들의 국회 진입 통로를 넓혀 다양한 목소리가 더 반영되게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다시 말해, 거대 양당 구도로 인한 대립의 정치를 해소하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비례정당, 또는 위성정당의 등장과 함께 이런 취지는 온 데 간 데 사라지게 됐습니다.

왜 그런지, 임장혁 기자가 그간의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선거법을 고친 이유는 거대양당 대립 구도를 깨자는 거였습니다.

어느 소수당의 지지율이 제법 높아도 정작 선거에선 그만큼 의석을 못 얻는 구조가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도입한 게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내용은 매우 복잡합니다.

전체 비례 의석 중 17석은 각 당 득표율대로 나누고, 30석은 지역구 개표 결과에 연계하는 방식입니다.

당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를 많이 차지한 당은 비례 의석을 덜 얻게 되고, 반대인 경우는 더 얻는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양당은 큰 손해.

민주당은 '우군' 정의당을 의식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했지만, 당시 자유한국당은 결사 반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먼저 계산을 끝내고 계획을 세운 건 한국당이었습니다.

위성정당, 당 하나를 따로 만드는 겁니다.

[김재원 / 당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 이 법이 통과되고 나면 저희들은 곧바로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결성할 것을…]

그래서 탄생한 게 미래한국당입니다.

서로 같은 편임을 알리기 위해선지 자유한국당도 미래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만 냅니다.

그러면 지역구 당선자는 자연스레 0이 됩니다.

미래통합당은 반대로 비례 후보를 내지 않는 방법으로 비례 표를 몰아줍니다.

비례대표 투표용지 미래통합당 자리엔 미래한국당이 들어서고, 통합당 의원 여러 명이 미래한국당에 합류하면서, 기호순도 높아집니다.

선거법 개정 취지를 짓밟는다는 비난이 일었지만, 선관위가 이를 허용합니다.

얼마 전 여론조사를 실제 투표결과로 가정해보면 통합당 전략은 대성공입니다.

민주당은 가장 많은 표를 얻고도 미래한국당 4분의 1 수준에 그칩니다.

이러자 통합당을 마구 욕하던 민주당도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눈에는 눈, 비례 후보만 내는 진보진영 연합 정당이 결성되면 여기에 합류하기로 합니다.

통합당과 다를 게 뭐냐는 물음엔, 정당방위 차원이라 답합니다.

[강훈식 / 민주당 대변인 : 대기업이 골목상권 침투한 거랑 골목상권이 연대해서 조합을 만드는 거는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

이 비례정당을 넣어 다시 투표결과를 예상하면 결국, 지금의 양당구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몸싸움과 고소전까지 치르고 법을 고쳤지만, 변할 건 그다지 없다는 얘기입니다.

정당의 개수가 늘어나, 유권자들이 받아들 투표용지만 길어지게 됩니다.

YTN 임장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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