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봉준호 박물관"...한국당의 블랙리스트 마케팅

"대구에 봉준호 박물관"...한국당의 블랙리스트 마케팅

2020.02.12. 오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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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봉준호 박물관"…기생충 마케팅 논란
대구 출마 강효상 "봉준호 영화박물관 건립 제안"
곽상도 "봉 감독 같은 인재 양성…영화관 확충"
봉준호·송강호,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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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봉준호 박물관 건립, 동상 설치에 생가터 복원까지, 영화 '기생충'의 쾌거를 축하하며 정치권에서 내놓은 총선 공약입니다.

특히 보수 진영의 텃밭, 대구 지역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내놓은 약속들인데, 지난 정부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봉 감독을 올리더니 이제와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봉준호 감독은 대구의 아들이다'

대구에 출사표를 던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봉 감독이 대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기생충' 열풍에 올라탔습니다.

강효상 의원은 공개 회의석상에서 봉 감독과 대구의 인연을 언급했고, '봉준호 영화박물관 건립'을 제안하며 불을 댕겼습니다.

[강효상 /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11일) : 봉준호 감독은 대구 출신입니다. 1969년에 대구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닌 감독인데요. 저도 동시대에 그 이웃 동네에서 학교를 같이 다녔습니다.]

다른 예비후보들도 기념관 설립부터, 봉준호 거리 조성에 동상 설치, 생가터 복원 공약까지 내걸었습니다.

대구가 지역구인 곽상도 의원은 봉 감독과 같은 인재를 키워내겠다며 영화관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역구와 무관한 민경욱 의원까지 자신은 4관왕이 아니라 '15관왕'이라며 패러디 홍보에 나섰습니다.

곧바로 정치권이 기생충에 '기생한다'는 쓴소리까지 터져 나왔습니다.

사실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 씨, 투자사인 CJ의 이미경 부회장은 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배제당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당이 이제 와 '기생충'의 영광을 이용하려 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생충'의 주역을 지켜낸 것은 바로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이라고 꼬집었고, 정의당 역시, 다른 당은 몰라도 한국당은 이 열풍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며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박광온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불이익을 당했고 관계자들이 현업에서 쫓겨나는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높은 민주 의식과 성숙한 문화적 역량이 기생충을 만들어냈다…]

[유상진 / 정의당 대변인 : 자유한국당은 이번 국면에서 해야 할 말이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저질렀던 숱한 핍박에 대해서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맹세하는 것뿐입니다.]

정치권이 당장 영화 '기생충'의 인기에 편승해 이용만 할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으로 영화 속 저택을 사려면 547년이 걸리는 현실에 대한 책임감부터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YTN 송재인[songji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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