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계관, 대남 비난 담화...남북 관계 연초부터 암운

北김계관, 대남 비난 담화...남북 관계 연초부터 암운

2020.01.13. 오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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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그제 담화에서 남측을 향해 독설을 제기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연초부터 짙은 먹구름을 만날 형국입니다.

그렇지만 담화 내용과 형식을 면밀하게 분석하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통일외교 전문기자 연결해서 관련 내용 짚어봅니다. 왕선택 기자!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에 대해 오늘 아침 우리 언론 반응을 보면 불쾌감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계관 고문 담화를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기자]
우선 형식적으로 보면 모욕적인 표현과 문장이 다수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를 심하게 조롱한 것인데 우리 입장에서 보면 매우 무례하고 불쾌한 담화다, 이렇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용으로 보면 북미관계에 남쪽이 끼어들지 말라는 요구인데 이건 지난해 4월 이후에 반복되는 내용입니다.

북한 처지에서 본다면 김계관 고문의 담화는 북한이 남한에 대해서 비교적 점잖은 방식으로 비난과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김계관 고문이 사용한 단어를 보면 설레발을 친다. 호들갑, 바보신세 이런 표현은 수위가 매우 강한 것 아닙니까?

[기자]
일반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강한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해 8월 16일 조평통 담화에서 우리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것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 북한은 삶은 소대가리, 뻔뻔한 사람 이런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김계관 고문의 담화는 한 등급이 완화된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30일에 북한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서 험담한 적이 있는데 그때 사용한 용어는 세계 초유의 천치, 최악의 못난이, 참새 수준의 계산 능력 이런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욕설이나 험담에서 본다면 그런 것들이 최고 높은 수위가 되겠습니다.

이번에 김계관 고문의 담화는 또 최고지도자가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 강한 표현이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본다면 수위 조절이 된 표현이고 매우 강한 표현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으로 강한 표현이다, 이렇게 봐야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담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북미 관계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 정부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은 끝이 났다고 봐야 하는 겁니까?

[기자]
결론적으로 보면 약간 아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

우리 정부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12일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단히 비난하는 취지의 연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으로 보면 중재자와 촉진자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을 조금 더 살펴보면 남측 정부가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거나 완화하거나 또 우회하면서 경제협력을 하거나 이런 것을 해야 되는데,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그런데 실제로 남쪽은 미국 정부에 의존해서 노력도 하지 않고 의지도 없다, 이런 식으로 해서 북한이 불만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남측 정부가 북미 관계 개선에서 중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과시하는 것에 대해서 불쾌감을 표출하는 차원인데 이것을 정리하자면 남측에 대해서 빛나는 중재자로서 존재감 과시에 집중하지 말고 조용한 촉진자로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 이런 메시지를 거칠게 표현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김계관 고문은 이제 북미 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허망한 꿈이다, 이렇게 말했는데 이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기자]
문장 그대로만 본다면 북미 대화 가능성이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식 화법으로 본다면 정반대로 대화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의미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계관 고문은 북미 대화가 성사되려면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긍해야 하는데.

미국이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긍하면 대화가 가능하다, 이렇게 알려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계관 고문의 표현은 거칠기는 하지만 미국이 크게 양보하면 대화가 가능하고 크게 양보하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하다, 이런 메시지인데 굉장히 평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민한 대응으로 북미대화가 불가능하다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요.

북한의 요구 사항을 확인하고 타협 가능한 방안을 계속해서 찾아내는 노력 이런 것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왕선택 통일외교전문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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