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봉합 이틀 만에...한일, 지소미아 설전

[취재N팩트] 봉합 이틀 만에...한일, 지소미아 설전

2019.11.25. 오전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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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靑 안보실장 "트라이 미" 경고성 발언
"아베, 日 지도자로서 양심 갖고 하는 말인가"
日 "지소미아와 시점 겹치는 건 ’우연’"
日 "퍼펙트 게임"…韓 "원칙과 포용외교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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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소미아 문제가 봉합된 지 이틀 만에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서 설전이 오가고 있습니다.

한일 정상회담 계획까지 거론되며 대화가 물꼬를 트는가 했는데요.

어제 청와대가 일본의 태도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고 일본 외무성도 '일본이 사과했다'는 청와대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지소미아 합의 이후 양국의 신경전을 취재기자와 함께 돌아봅니다. 장아영 기자!

먼저 어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발언부터 살펴보죠.

부산에서 기자들을 만나서 한 이야기군요?

[기자]
오늘부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부산으로 많이 움직였는데요, 어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 회의가 아닌 지소미아에 대한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냈습니다.

'트라이 미', 번역하면 '우리를 시험해 보라'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일본이 계속 터무니없이 주장하고 자극하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말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고 미국이 매우 강경했기 때문에 한국이 물러났다'도 보도된 아베 신조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센 발언을 내놨습니다.

[앵커]
지소미아 합의 당일에도 두 나라의 말이 엇갈리면서 갈등의 조짐이 있었죠?

[기자]
일단 지소미아 종료 시한 당일이었던 지난 금요일 오후에 청와대가 지소미아와 관련한 입장 발표를 오후 6시에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1시간 앞서 NHK가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안 하겠다고 통보했다'는 내용을 속보로 전합니다.

일단 두 나라가 양해 사안에 대해 동시에 발표한다는 모양새가 무너졌고, 실제로 일본은 청와대의 관련 발표 시간보다 7, 8분 정도 뒤에 경제산업성에서 발표했습니다.

발표 내용 잠시 들어보시죠.

[이다 요이치 /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 : 한국이 수출관리 개선에 대해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마디로 지소미아와는 상관없이 한국이 수출 관리 개선 의지를 보이니까 일본이 받아준다는 내용입니다.

그 뒤에 한 일본 기자가 이번 수출규제 관련 일본 발표가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연장한다는 한국 발표와 시점이 겹치는 건 왜인지 질문하는데요.

요이치 부장은 "우연일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둘 사이의 연관성을 부연했습니다.

[앵커]
바로 다음 날 일본에서 두 나라 외교 장관이 만나지 않았습니까?

여기서 사과를 했느냐 마느냐를 두고도 양국 입장이 다른데요.

[기자]
네, 그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만났는데요.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항의가 있었고 그에 대해 일본이 사과를 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입니다.

우리 정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일본 경제산업성 발표가 사전에 조율한 내용과 달랐던 점이었는데요.

일본은 "3개 품목에 대한 개별심사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을 했지만, 실제 양해 내용은 "3개 품목에 대해서 한일 간의 건전한 수출 실적의 축적 및 한국 측의 적절한 수출 관리 운용을 통해 재검토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외교부는 이 내용을 지금 개별 허가 상태인 규제 품목에 대해서 신뢰성이 제고되면 포괄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방향성'을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청와대의 발언이 나오자 일본 외무성은 "사과를 한 일이 없다"고 맞받았습니다.

여기에 우리 청와대가 다시 나서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는 일본에 항의했고 일본은 사과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한일 양국이 합의를 하고도 계속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합의가 없었던 일로 될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자]
말 그대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앞서 신문 보도를 통해 "일본 외교의 승리, 퍼펙트 게임"이라는 표현으로 이번 지소미아 사태를 평가했는데요.

이에 대해 청와대는 "원칙과 포용의 우리 외교가 판정승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퍼펙트 게임, 판정승, 이런 말로 서로가 이겼다고 자평하고 있는 겁니다.

정의용 실장은 이번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 조치가 최종 합의가 아니고, 앞으로의 협상은 일본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소미아 연장 조치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지소미아와 관련한 미국의 압박과 앞으로의 한미 관계 등을 고려해보면, 실제 이 결정을 철회하기는 무척 힘들어 보입니다.

일본 또한 미국의 압박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대로 수출규제를 유지하기 힘들고, 실제로 개별 허가 등을 통해서 규제 품목을 사실상 수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 등을 놓고 한일 사이에 계속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양국의 강경 발언과 자평은 국내 정치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금까지 통일외교안보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장아영 [jay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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