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의원 주식 심사대상 절반이 규정 위반

단독 국회의원 주식 심사대상 절반이 규정 위반

2019.06.25. 오전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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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위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된 주식을 갖고 있으면, 심사를 받고 직접 매각하거나 금융회사에 맡겨 처분해야 합니다.

바로 '주식 백지신탁제도'인데 올해로 시행 14년이 됐습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도 당연히 대상인데요.

YTN이 조사 결과, 심사 대상의 절반 이상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함형건, 이승배 기자가 연속해 보도합니다.

[기자]
[남민지 / 경기도 부천시 : 당연히 그러면 안 되고, 정당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하영 / 인천 부평구 : 우선 화도 나고요. 그분들한테 일을 믿고 맡길 수 없을 것 같아요.]

[유동기 / 경기도 안양시 : 오얏나무에서 갓끈을 메지 말라는 속담이 있듯이 빨리 처분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이 가진 주식이 국가의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은 주식 총가액이 3천 만원을 넘을 때입니다.

주식이 공직자의 일과 관련됐으면, 금융기관에 맡겨, 혹은 본인이 직접, 주식을 처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은 상임위에 배속된 시점이나 주식이 3천 만원을 넘은 때부터 한 달 내에 직무 관련성 심사를 의무적으로 신청해야 합니다.

의원들은 이 법 규정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을까?

YTN이 입수한 국회 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본인이나 가족의 주식이 3천만 원을 초과한 사람은 86명.

이 가운데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주식 백지신탁과 직무관련성 심사 관련 규정을 위반한 의원은 44명으로 파악됐습니다.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법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겁니다.

심사 신청 대상인 201건 중 신고가 누락되거나 조치가 늦는 등의 이유로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60건에 달했습니다.

[이상묵 / 국회 미디어 담당관 : 파악한 바로는 (위반한 의원) 일부 숫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일단 들었어요. 그런 사실이 있고, 인지도 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개선할까 노력하는 부분도 있고, 향후에 대책도 좀 마련해보고 있다.]

국회의 주식 이해상충 관리 실태가 드러난 것은 제도 시행 이후 14년만에 처음.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YTN의 잇따른 정보공개청구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구체적인 자료는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대신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올해 재산공개 기준으로 주식이 3천만 원이 넘은 20대 국회의원들을 직접 취재해 조사했습니다.

분석 결과, 주식 심사 청구를 누락했거나 법정 시한보다 신청이 늦었던 의원 23명의 이름과 세부적인 위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주식 이해상충 방지는 공직자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걸린 문제입니다.

고위공직자라면 누구나 숙지해야할 윤리 규정인데, 잘 지키지 못하기는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이유에서 위반한 것일까요?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들고 있는 주식이 소속 상임위와 명백히 관련성이 있는 데도, 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았을 때입니다.

YTN은 의원 다섯 명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위반 횟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2017년 6월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새로 맡았지만, 알루미늄 회사 주식 1억천만 원어치를 반년 넘게 그냥 들고 있었습니다.

예결위는 국가 예산을 총괄적으로 조정하고 심의하기 때문에, 경제 부문을 담당하는 기획재정위·정무위와 함께 대부분 주식과 직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지난해 7월, 공정위와 금융위 등을 담당하는 정무위원이 됐을 때는 심사 신청이 두 달, 그리고 결과를 통보받은 뒤 매각 조치도 두 달 늦었습니다.

[김병욱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국회 관련 규정을 놓친 행정 업무 처리에 실수가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직무 관련성 심사를 늑장 청구했습니다.

지난 2016년 6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었을 때 관련성 있는 주식을 1억3천만 원어치 들고 있었지만, 열 달이 지나서야 청구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항공 주식을 30억 원어치 매입해 심사를 받아야 했지만, 여덟 달 늦은 올해 2월에야 심사를 청구했습니다.

상임위 활동이 활발한 국정감사 기간 내내 해당 주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유섭 /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 두 번째는 내가 인지를 했어요. 늦게. 그래서 (심사 신청을) 한 거예요. 그래서 내가 늦었으니까 그거는 내 불찰이고 인정을 한다. 그리고 (처분은) 국회 심사를 따르겠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위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예산결산위원으로 일했는데, 배우자가 가진 주식의 심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세 종목을 합쳐 3천8백만 원어치입니다.

뒤늦게 주식을 매각하긴 했지만, 일곱 달이 넘게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 결산과 예산 심사에 참여했습니다.

[김종대 / 정의당 국회의원 : 제 개인에 대해 변명할 생각 전혀 없습니다. 변명할 생각 전혀 없고, 법 어긴 건 어긴 거예요. 그리고 알고 어겼든 모르고 어겼든 결과적으로 (법을) 어긴 겁니다.]

자유한국당 유재중 의원은 지난해 7월 행안위에서 보건복지위로 이동했지만 11월에야 심사를 청구했습니다.

배우자가 업무와 관련성 높은 신약 개발 업체 주식을 4천5백만 원어치 갖고 있었지만, 심사를 석 달 늦게 신청했습니다.

이 주식을 보유한 채 국정감사도 참여했는데, 해당 주식은 심사 결과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정받았습니다.

[유재중 /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 (기자 : 주식 백지신탁 제도 관련해서 (여쭤보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그거는 할 말 없어요. 나는 그대로 따랐고, 비서진에서 조금 신고를 늦게 했던 거 같던데 (전화) 끊겠습니다. 네네 (기자 : 그거 관련해서 만나 뵈려는 데 이렇게….)]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도 관련성 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석 달 동안 예결위에서 활동했지만, 배우자 주식 1억4천만 원어치에 대해 심사 청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권 의원은 간사직도 맡으면서 상임위 활동을 마칠 때까지 결산 심사에 참여했습니다.

[권은희 /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 예결특위와 관련해서는 저도 그리고 저희 의원실에서도 이 특위가 주식 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공개한 의원 다섯 명의 순서는 위반 횟수와 위반 기간을 종합해 판단했습니다.

YTN은 국회의원의 이해상충 관리 실태와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계속해서 보도하겠습니다.

YTN 이승배입니다.

함형건 [hkhahm@ytn.co.kr]
이승배 [sb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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