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만 남은 '반쪽 귀순'...행적·경위, 곳곳에 남은 의문점

2명만 남은 '반쪽 귀순'...행적·경위, 곳곳에 남은 의문점

2019.06.20. 오후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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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항으로 들어온 북한 선박.

사흘간 동해를 휘젓고 다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거기에 북한 선원은 아무 제지 없이 육지로 올라와 주민과 대화까지 나누면서 군의 해상 감시망이 뚫렸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어민의 말부터 들어보지요.

[삼척 어민 목격자 (CBS 라디오 '김현정이 뉴스쇼') : 이분들이 육지로 들어왔어요. 일단 들어와서 대놓고 난 뒤에 낚시하시는 분들한테 저희들이 월남했는데 신고를 좀 해 주시오. 이렇게 이야기를 한 것 같더라고요. 일반인이 봤을 때는 작업선이라고, 작업하는 배라고는 볼 수가 없죠. 경운기예요, 경운기 엔진, 경운기 엔진. 한국 어선들은 그런 거 싣고 다니는 배도 없어요. 그렇게 엔진 쓰는 배도 없어요. 목선이고 나무배고. 아주 옛날 배죠. 사람들 많이 갔죠, 배 구경하러. 어민들이 엄청 많이 갔는데요. 그래서 사람들 구경하고 배 사진도 찍고. 여기 사진 찍어간 사람 많이 있어요. 경찰들은 뒤에 왔어요, 뒤에. 20-30분 걸렸을 거예요.]

그런데 의아한 점들이 많습니다. 북한 선박의 운항 과정을 분석하면 처음부터 귀순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명만 남측에 남은 점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또 최초에는 4명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뒤늦게 선장 등 2명이 귀순하겠다며 입장을 바꾼 것으로 파악되면서 귀순 의도에 의문이 남습니다.

김영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국가정보원은 국회 보고를 통해 북한 목선에 타고 있던 선원 가운데 선장은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귀순 동기로는 가정불화를 꼽았습니다.

[이은재 / 국회 정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 : 선장이 부인과 가정불화로 인해서 (귀순)하게 됐다. 아무튼,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얘기를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에 남겠다고 밝힌 또 다른 한 명은 한국영화를 본 혐의로 북한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선원 가운데 가장 젊은데, 상습적으로 한국영화를 시청하다 적발돼 향후 처벌이 두려워 귀순을 결심했다는 겁니다.

[이혜훈 / 국회 정보위원장 (바른미래당) : 한국 영화 시청혐의로 국가보위성의 조사를 받고 현재 처벌이 내려질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국정원은 여러 귀순 동기가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자세히 설명했지만, 드러나지 않은 의혹도 여전합니다.

먼저 선원들이 목숨을 걸고 울릉도 근처에서 닻까지 내렸는데, 왜 다시 삼척항으로 방향을 틀었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선원 가운데 일부만 귀순 의지를 보인 것도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국정원은 당초 네 명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두 시간 뒤 선장이 한국에 남겠다고 진술을 번복했고 뒤따라 다른 한 명도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귀순을 결심한 두 명에게 이끌려 북한으로 송환된 선원들이 원치 않는 동행을 했다는 설명이지만, 선뜻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도읍 / 자유한국당 의원 : 두 사람은 귀순 의사를 밝히고 두 사람은 돌아가겠다고 하는 자체도 저희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국정원은 다만 전투복을 입은 선장과 북으로 돌아간 선원 모두 체격과 근육 발달 상태를 봤을 때 전투 요원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경계작전 실패가 아니라는 군의 입장과 달리 112신고를 받고서야 파악한 건 기가 막힌 일이라며, 명백한 실수라고 진단했습니다.

YTN 김영수[yskim24@ytn.co.kr]입니다.

'군의 실수'였다는 진단처럼 우리 해상 경계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북한 선박이 소형 목선이어서 레이다 감시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보안 장비들이 있기에 경계에 최선을 다했다면 충분히 선박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군도 감추려고 할 것만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경계 시스템의 문제점을 확실히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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