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의출발새아침] “우리에게는 조용한 국회가 필요하다”

[김호성의출발새아침] “우리에게는 조용한 국회가 필요하다”

2019.06.17. 오전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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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의출발새아침] “우리에게는 조용한 국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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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6월 17일 (월요일)
□ 출연자 :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출근길에 라디오로 만나는 깊이 있는 오디오 칼럼, 월요일엔 인문학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이야기 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이택광 교수, 나오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하 이택광): 반갑습니다, 이택광입니다.

◇ 김호성: 오늘의 오디오 칼럼, 제목은요?

◆ 이택광: 요즘 상당히 시끄럽죠. “국회가 왜 이럴까” 그게 오늘 말씀드릴 주제고요. 국회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해볼까 싶은데요. 지금 세비 반납하라, 국회의원이 대체 뭘 하느냐, 이런 원성이 지금 자자하지 않습니까. 사실 하루이틀 이야기는 아니죠.

◇ 김호성: 이런 여론이 뜨거운 이유가 뭘까요?

◆ 이택광: 사실 한국에 상당히 많은 국회에 대한 반감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최근의 일은 아니고요. 한국이 말 그대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건국된 이래로 계속 국회에 대한 이런 나쁜 부정적인 이미지들은 지속되어 왔는데 그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죠. 그리고 사실 국회의 목적이라는 것은 입법이라든가 여러 가지 행정적인 정책들을 입안하는 것인데국회의원들이 그런 정책이나 어떤 입법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정말 정치인의 어떤 표준이 된 듯한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그것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서 도대체 국회의원들이, 사실 지금 제가 통계를 보니까 전 세계 국회의원 중에서 한국 국회의원들이 대우가 제일 좋더라고요. 상위권에 속합니다. 상당히 많은 세비와 돈을 받는데 도대체 하는 게 뭐냐, 이런 원성들을 듣는 것 같아요.

◇ 김호성: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보면 저희가 오늘 청소년 축구대표팀 관련된 이야기에서도 대통령께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아주 잘 논 사람들에 대한 칭찬이었잖아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잘 놀고 있는 건데 왜 칭찬을 못 받을까요?

◆ 이택광: 국회의원은 사실 놀라고 거기에 있는 건 아니죠. 그러니까 사실 국회의원들은 창조적 직업은 아닙니다. 그건 확실하죠. 기존에 있던 창조적인 여러 가지 성과물들을 입법이라는 정책이라는 제도로 만들어내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지루한 일을 해야 하는 분들인데 너무 지루하니까 이분들이 참지 못하고 이렇게 사고를 계속 치는 것 같아요. (웃음)

◇ 김호성: 교수님도 굉장히 색다른 분석이신 것 같은데. 실제로 여기에 대한 일종의 책임을 묻는 주민소환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 아니에요.

◆ 이택광: 사실 주민소환제는 국회 해산하라, 또는 세비 반납하라, 이런 것들은 사실 농담 아니겠습니까. 진짜 그것을 원하고 그렇게 청원하시진 않을 것 같고요. 다 양식 있는 시민들이시니까. 실질적으로 우리가 국회의 어떤 무한질주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주민소환제가 있죠.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국회라는 것은 국민의 대표입니다. 우리가 뽑아놨기 때문에 국회를 강제로 해산한다든가, 또는 여론조사를 통해서 국회가 해야 할 일들을 박탈한다든가, 이런 것들은 사실 말이 안 돼요. 그런 것들은 독재국가에서 일어나는 반민주적인 행태들인 거죠. 그래서 국회 해산이라는 말은 사실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순 없지만 주민소환제는 좀 다른 문제 같아요.

◇ 김호성: 이건 완전히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거예요.

◆ 이택광: 국회의원이 사실은 면책특권이 있는 이유는 바로 입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데, 그 국회의원이 정작 입법을 할 자격이 없을 경우에는 그럼 다음 선거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그전에 이미 그 국회의원을 선출한 주민들이 모여서 다시 이제 자체로 투표를 해서, 다시 말해서 주민소환이라는 것이 확정되게 되면 국회의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그런 제도가 있습니다, 사실 실질적으로. 그래서 다음 총선까지 기다리지 않는, 다시 말하면 국회의원을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투표인데 그 투표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경우에는 긴급한 사안일 경우에는 주민소환을 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는 합의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주민소환제 도입이라는 것은 사실은 지금 상태에서는 필요하다라고 볼 수는 있어요, 많은 부분에서. 그리고 실질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사실 국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이미 상당히 오랫동안 누적돼 왔던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들은 지금 필요하지 않는가. 이런 이야기들이 좀 힘을 받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호성: 저희가 1부에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국회 공전을 끝까지 보고만 있을 순 없기 때문에 안 될 경우에는 결국에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상태에서 국회 문을 열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의 국회가 이 같은 공전 상황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 이택광: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거대 양당 체제에 있다고 볼 수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사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 똑똑하고 잘나신 분들이 사실 그 해당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국회의원이 되시거든요. 그런데 국회로 들어가는 순간 이런 호모 여의도쿠스가 된다는 거예요.

◇ 김호성: 왜 그런 거예요? 거대 양당제라는 밑바탕에 있는 원인이 뭡니까?

◆ 이택광: 가장 큰 원인은 조용히 정책을 만들고 입법을 준비하는 성실한 국회의원들은 언론이 조명하지 않는 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자기가 소속된 정당이 결정하는 것을 거스를 수 있는 용감한 국회의원이 불가능한 거죠. 사실 이런 경우는 민주주의의 이른바 척도라고 말할 수 있는데, 영국 같은 경우, 사실 우리가 일반적인 의회 민주주의의 본고장이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실제로 당론을 거스르는 국회의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보수당이라고 해서 보수당 당론을 반드시 따르지도 않고요. 노동당 의원이라고 해서 노동당의 당론을 반드시 따르는 것도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에 토니 블레어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을 때 노동당 국회의원들 상당수가 토니 블레어를 비판하면서 당론을 거슬렀어요. 정부를 비판한 거죠,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거든요.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는 만약 그랬을 경우에는 다음에 비례대표라든가 공천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그런 어떻게 보면 정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라는 상당히 이상한 어떤 원칙이 있는 거죠.

◇ 김호성: 소신발언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소신발언을 하면 본인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란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이것은 소신발언 하지 못하면 말 그대로 그냥 큰 흐름에 따라가는 이른바 포퓰리즘.

◆ 이택광: 그렇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포퓰리즘이 양당 체제의 가장 중요한 어떤 정치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결국 이제 조용하게 정책이나 입안하고 입법활동에 주력하게 되면 결국 이런 어떤 정당의 지지자들의 눈에 띄지 않게 되고. 또 사실 정책이나 입법이라는 것은 초당적인 경우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반드시 당론에 의해서 결정한다고 말할 수 없는, 그리고 한국처럼 이렇게 이념적 갈등이 겉으로는 많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내부로 들어가보면 별로 이념적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이런 정치적 국면에서는,

◇ 김호성: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이념적 갈등이 저는 있는 것처럼 요즘에 느끼는데.

◆ 이택광: 상당히 지금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죠.

◇ 김호성: 그런데 아니다, 이 말씀이세요?

◆ 이택광: 실제로 정책이라든가 입법에 들어가 보면 지금 한국당이나 민주당이나 크게 정책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실제로 모든 부분에서는 상당히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인 것이죠. 그만큼 한국 사회가 어떤 이념적 통합은 상당히 많이 이뤄져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더 오바하는 상황이 된 거죠.

◇ 김호성: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포퓰리즘이라는 것은 양 극단끼리는 서로 통하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인가요?

◆ 이택광: 결국 포퓰리즘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소신과는 상관없이 일반적인 정당의 지지자들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끌려가게 돼 있는 거예요. 그러면 결국 그 정당 내에서 가장 극단적 그룹들이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그 정당의 어떤 색깔을 과대 대표하게 되는 것이죠. 그 결과 목소리가 큰 자가 이긴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인데, 거기에 결국 국회의원들이 휘둘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게 가장 큰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고. 겉으로 이념적 대립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미 많은 청취자분들이 아시겠지만 막말정국이란 말까지 있을 정도로 굉장히 과격한 수사들이 난무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수사들의 내용들은 사실 공허하죠. 이념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념적이라는 것은 지금 현재의 처지들을 극복할 수 있는, 지금 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 실현돼야 하는 그런 이상 같은 것을 이념이라고 부르는 것이거든요. 그런 이상을 위해서 헌신하는 정치인들이 많을수록 사실은 제대로 된 소신발언들이 많이 나올 수가 있는 거잖아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그런데 사실 이런 포퓰리즘적인 정치라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면 낙오시켜버리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는 발언들을 계속 하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념적 갈등들을 계속 과대대표 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아무리 똑똑하고 아무리 전문성이 뛰어나신 분들이라도 국회를 들어가서 본인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런 막말이라든가 그런 포퓰리즘적인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 김호성: 예를 들자면 의사라든가 변호사라든가 또는 어떤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일을 하는 분들도 예비군복 입혀놓으면 옛날에 군대 시절이랑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식이네요.

◆ 이택광: 여의도만 들어가는 순간, 배지를 다는 순간 그런 정당이 요구하는 포퓰리즘적인 발언들에 동조하지 않으면 사실은 자신의 힘을 정당 내에서 잃게 되고, 결국 그 안에서 계파갈등이잖아요. 계파 문제잖아요. 자기가 소속된 계파의 이야기들을 앞장서서 과격하게 대변해내지 않으면 상당히 다음에서 주목받기 어렵게 되는 겁니다.

◇ 김호성: 그런데 이게 비단 정치 현장에서만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막말파문의 예를 들자면요. 최근에 정치 현장에서 이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참으로 많았는데 종교계에서도조차도, 물론 결국 이슈가 정치계 이슈입니다.

◆ 이택광: 그렇죠. 그게 모두가 국회로 수렴된다는 거예요. 사실 지금 가장 우려스러운 게 지금 일부 종교단체가 정치적 발언들을 마구마구 하고 있는 것인데요. 사실 근대정치의 핵심이 신정분리거든요. 신정분리란 입장에서 봤을 때 결국 특정 종교단체라는 것이 말하자면 이익단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그런 정치적 발언들은 좀 자제하는 게 좋고. 결국 말씀하신 대로 한국 사회의 모든 이익단체들의 발언들은 국회로 수렴돼버리는 겁니다. 국회의원이지만 그 개인의 국회의원의 개성들은 사라져버리고 정당이 가지고 있는 색깔만 도드라지는, 그런 굉장히 기형적인 모습들이 되풀이되고 있는 거죠. 이러니까 결국 정치가 정지되고 국민들이 원하는 그런 선진국회의 모습들은 지금 상당히 요원한 일이 되고 있는 겁니다.

◇ 김호성: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념이 사라지고 포퓰리즘만 난무하는 국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라는 것에 대한 조언을 주실 수 있다면요?

◆ 이택광: 사실 선진국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사실 국회가 뭐 하는지 잘 모릅니다. 국회의원들은 항상 이웃과 함께 있죠. 그리고 이웃에 문제가 발생하면 옆에 내려와서 그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고. 과거에 제가 살던, 제가 유학하던 동네에서 교통사고로 어떤 한 어린아이가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불행을 겪은 적이 있는데 거기에 지역 국회의원이 와서 위로도 하고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그런 모습을 보고 굉장히 감동했거든요. 그런데 신문에 난다든가 이런 건 전혀 없어요. 저는 그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몰랐고 누가 그 지역구 국회의원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차라리 그런 국회의원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 아닌가, 언론에 모습을 많이 드러내는 것보다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호성: 굉장히 의미심장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오늘 오디오칼럼을 마무리해주신다면요?

◆ 이택광: 정치적 이념갈등, 사실 우리는 굉장히 국회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은 이념이 없기 때문에 공허한 그런 제스처라고 말할 수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국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좀 조용한 국회, 그리고 말 그대로 착실하게 국민들이 원하는 국민들에 이익이 되는 그런 법안이라든지 정책들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비록 정당 내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또는 지금 당장은 비난을 받는다 할지라도 그런 소신 결정들을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질수록 국회는 정상화되고 더 좋은 정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 김호성: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이택광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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