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의출발새아침] 도 넘은 '막말정치' 원로의 일성 “말은 인품이다”

[김호성의출발새아침] 도 넘은 '막말정치' 원로의 일성 “말은 인품이다”

2019.04.18. 오전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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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의출발새아침] 도 넘은 '막말정치' 원로의 일성 “말은 인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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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4월 18일 (목요일)
□ 출연자 : 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요즘 정치권이 참 뜨겁습니다. 열심히 일하느라 뜨겁다면야 큰 문제가 없겠죠. 막말 대결로 뜨겁습니다. 정치가 아무리 말로 하는 전쟁이라고 하지만요. 상대에 대한 배려, 최소한의 규범이라는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현안은 뒤로 제쳐놓은 채 점점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는 정치권을 맑게 정화할 방법은 없을지, 원로로부터 조언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고신대 석좌교수시죠. 윤리학자 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전화 연결하겠습니다.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 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이하 손봉호): 안녕하세요.

◇ 김호성: 이른 아침에 이렇게 전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손봉호: 감사합니다.

◇ 김호성: 저희들이 오늘 이사장님으로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는, 최근에 정치권에서 막말 논쟁이 워낙 심해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해법이 없을까라고 여쭤보고자 하는 것이고요. 그 이전에, 어제 진주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너무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사건사고가 펼쳐졌어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됐을까. 원로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먼저 좀 여쭤보고자 합니다.

◆ 손봉호: 우선 범인은 이미 그런 위험한 행동을 그전에 보였고, 또 이 집 소녀가 그걸 경찰에 여러 번 알렸는데 경찰이 너무 소홀히 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위험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너무 준비를 안 한 것 같아요. 대비를 안 한 것 같아요. 이번 사건은 경찰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호성: 약한 개인에 대한 공권력의 보호가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 말이죠. 우리가 사회적으로 왜 이 같은 약자들의 보호에 소홀히하게 된다고 보시는지요?

◆ 손봉호: 예, 약자들에 대한 보호도 그렇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이게 재산의 문제라든가 우리가 좀 소소한 문제 같으면 어느 정도 소홀히 해도 이해가 되지만 이건 생명과 관계되는 거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조금의 가능성만 있어도 그건 예방을 하도록 해야 되는데 이번 일은 너무 뻔한 것을 방치한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가능한 위험에 대한 대비, 이게 우리에게 너무 약하고요. 또 전반적으로 우리가 소위 설마 하는 정신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한국 사람에게 가장 큰 약점 가운데 하나가 설마인데요. 생명과 관계된 일에는 그런 설마 같은 그런 말을 하면 안 됩니다. 그건 전혀 가능성이 없도록 아예 예비를 해야지, 그렇게 무슨 위험하지 않을 거다, 이렇게 착각하는 건 이건 상상력의 부족이고 책임감의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호성: 사실 공동체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곳이 정치권이 아닌가 싶은데요. 최근 정치권에서 보면 정치를 통한 희망을 찾기보다는요. 정치권에서 나오는 막말에 대한 사람들의 실망이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 2019년 대한민국의 정치권이 어떤 것이 문제라고 보고 계십니까?

◆ 손봉호: 정치권이 즉 문제를 일으켜서 시간과 모든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즉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어떤 문제를 일으켜놓고 그 문제 가지고 시간을 대부분 보내고 있어요. 그리고 정말 우리 국민과 국가에게 중요한 문제들은 전부 뒤로 미루는 이런 상황입니다. 이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좀 분노해야 할 그런 지경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호성: 생산적인 비판이 아니라요. 말꼬리 잡는 비난, 그리고 아픔에 빠진 사람들을 더욱더 절망하도록 하는 이 같은 말의 횡포, 이런 부분에 대한 의견은 어떻게 갖고 계시는지요?

◆ 손봉호: 예, 말이라는 건 인품을 표현하는 겁니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인품이 그렇게 고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고상하지 못한 인품에서 고상하지 못한 말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고요. 그리고 논리적으로 증거를 가지고 상대를 설득시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자극적인 말로 대신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너무 이념적으로 지금 갈라져 있어가지고 그렇게 막말을 하므로 자기편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하는, 그렇게 해서 앞으로 공천을 받거나 당선하는 데 유리하다, 이렇게 판단하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정치인들 수준은 사실은 유권자들 수준을 넘질 못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유권자들이 그런 것들 받아들이기 때문에 또 그런 막말을 막 해대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요.

◇ 김호성: 이념적 양분에 대한 우려를 하셨는데요. 우리 사회가 어떻게 그렇게 이념적으로 양 극단으로 치달았다고 보고 계십니까?

◆ 손봉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특별히 분단이 아주 큰 문제고요. 그다음에 우리 교육이 사고하는 교육, 비판하는 교육, 우리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그런 교육을 시키지를 못했어요. 계속 그저 외우기만 해놓으니까 자기를 객관화하는 그런 능력이 부족합니다. 즉 다른 사람의 위치에 서보는 능력이 부족하니까 자기가 생각하는 그것만이 독선적으로, 아주 독단적이고 독선적이 돼버리는 겁니다. 거기에다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본·미국과 그리고 또 다른 편의 중국과 러시아, 이념이 서로 다른 나라들과 우리가 주로 교류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이 아주 합쳐져 가지고 결국 우리 사회를 가장 이념적으로 갈등이 심한 그런 사회를 만들어놨다고 저는 봅니다. 거기에다가 정치권이 이념을 주장하며, 내세우면서 또 부패하고. 그러니까 상대방에 대해서 저 나쁜 이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부패했다, 이렇게 또 비판할 수 있는 그런 빌미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우리 한국으로 하여금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이념갈등이 심한 그런 사회를 만들어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 김호성: 과거에 대한 적폐를 청산하는 방향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 손봉호: 예, 과거의 잘못은 들춰내서 처벌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데요. 그걸 할 때 우리 국민들이 느끼기에 그거 참 공정하다, 마땅히 벌 받아야 할 사람들이 벌을 받는 것이다, 그렇게 느끼게 하면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그렇지 않다는 느낌을 자꾸 줘요. 너무 편향적으로 이념에 따라서 적폐청산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되면 이건 완전히 실패하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정부는, 검찰이나 법원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아주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호성: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수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신 바가 있는데요. 박 전 대통령의 석방 요구가 지금 한국당으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 손봉호: 한국당으로서는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 그건 어느 당이라도 자기 당에 속했던 사람이 지금 감옥에 들어있으면 석방 요구를 하는 건 저는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에 따라서 법원이 공정하게 판단을 해야겠죠. 저는 피의자들의 수사 과정에서 구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저는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피의자들도 적어도 두 가지, 즉 도주할 우려가 없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면 구속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주장이고요. 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도주를 할 시도를 했겠습니까. 모든 언론과 사회가 다 지켜보는 가운데서 증거인멸을 시도를 하겠습니까. 바로 그런 이유로 저는 구속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거지, 무슨 이념이나 다른 판단 때문에 그렇게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 김호성: 형집행정지를 요청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형 집행을 중지하는 것이 옳다라고 생각하십니까?

◆ 손봉호: 그게 법에 따라서 돼야 되는데요. 지금 건강이 좋지 못하다고 그러니까 일단 아픈 사람은 고쳐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법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습니다만 만약 법이 허용하면 법에 위법이 아니면 병든 사람을 좀 고칠 수 있는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호성: 마지막으로요. 이 같은 현재 막말 정국이다, 이런 이야기들도 있습니다만, 언론에게도 한 말씀 주신다면 어떤 말씀 주시겠습니까?

◆ 손봉호: 예, 막말이 자꾸 계속되는 것은 언론이 그걸 보도해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언론이, 가능할는지 모르지만 지나친 막말을 하는 것은 보도하지 말고, 어떤 의원이 어떤 내용으로 막말을 했다. 그러나 내용은 우리가 차마 보도하지 못하겠다. 이런 코멘트를 해줬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되면 그게 상당한 자성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좀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 언론이 이제는 단순히 보도의 기능뿐만 아니라 계몽의 기능도 해야 하고 교육적 기능도 있으니까요. 이제는 정치권이 저렇게 잘못돼가는 것은 언론들이 조금 그걸 좀 견제하고 비판을 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에요. 저는 언론뿐만 아니라 우리 시민운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민운동조차도 이념적으로 편향적이 돼가지고 제대로 비판적 기능을 행사하지를 못해요. 자기 이념에 동의하는 쪽은 전혀 비판하지 않고, 정 반대쪽만 비판하니까 아주 신임이 다 상실돼버립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이른 아침에 인터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손봉호: 감사합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손봉호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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