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력갱생" 미, 제재 완화 시사...한미, 접점 찾나?

북 "자력갱생" 미, 제재 완화 시사...한미, 접점 찾나?

2019.04.11. 오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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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오늘 김정은 체제 2기를 알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합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어떤 길을 갈지 궁금했는데,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 시각으로 조금 전에 전해드린 대로 내일 새벽에는 한미 정상이 만나 북미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하죠.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지선 기자!

먼저 북한의 입장이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발전으로 정해지는 분위기네요?

[기자]
북한이 오늘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그제와 어제 주요 당 회의 잇따라 개최했는데 모두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했습니다.

메시지는 자력갱생이었습니다.

특히 어제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27번 언급됐습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한 달 동안 제재 완화에 실패한 북한이 어떤 길을 걸을지는 불명확했는데 경제 노선을 이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겁니다.

앞서 북한은 전원회의를 소집하면서 현재 정세에 따라 새로운 투쟁 방향과 방도들을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새로운 투쟁 방향이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건설이 길을가겠다"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자력갱생이라고말씀해 주셨는데 이게 원래 북한이 강조하던 내용이 아니겠습니까?

새로운 방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원래는 하노이이 북미 회담을 통해 완화를 조기에 얻어내려는 구상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대외 환경을 개선한 뒤에 경제발전을 적극 추진하겠다 이런 계획이었을 텐데 오늘 최고인민회의에도 원래는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오늘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두 번째로 열린 대의원 회의 직후의 첫 회의입니다.

사실상 김정은 정권 2기 출범을 알리는 의미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재추대가 예상되는 만큼 북한 내부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조기 제재 완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입니다.

결국 제재는 풀지 못했지만 자신들의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중에는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는 적대 세력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자력갱생이 원내 북한의 기치이기는 하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의 일괄타결식 비핵화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또 북미 협상이 길어지고 제재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서 나부 기강을 다잡고 각오를 다지는 의도도 있다고 풀이됩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대내 메시지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북한도 과거에 강경 모드로 돌아가기는 좀 부담스러운 상황 아닙니까?

[기자]
비핵화 노선은 북한 내부에서도 반대가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는 시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정세 설명 때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을 포기하지 말자는 청원이 잇따른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길과 경제 발전의 길을 가겠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라는 거죠. 북한 체제 특성상 최고 지도자의 결정을 1년 만에 뒤집는 건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핵, 미사일 개발 시도를 계속한다고 해서 미국을 압박하기도 좀 부담이 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제재는 더 강해질 것이고요. 다시 대화 국면을 만드는 데는 오히려 시간만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간을 두고 좀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북미 회담을 평가하면서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또 대미 메시지나 핵 관련 언급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이 됩니다.

일단은 트럼프 대통령과 형성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대응을 봐가며 대외 노선을 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내일 새벽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한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 같은데요.

북미 회담 재개 방안을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의 명확한 입장차가 드러났기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도 명확합니다.

바로 비핵화 방법론입니다.

북미가 미국은 포괄적 타결, 북한은 단계적 타결을 주장하면서 부딪쳤던 건데 청와대는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놓은 상태입니다.

단계적 보상을 하지 않으려는 미국과 포괄적 합의를 거부하는 북한 모두를 설득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겁니다.

협상이라는 것은 적절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서로 입장을 좁혀갈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문 대통령이 들고 올 한미 합의 결과에 따라서 멈춰 선 북미 협상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는 겁니다.

문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오면 남북 정상회담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아서 남북미 정상외교가 다시 작동을 할지 주목됩니다.

[앵커]
그런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침 미국이 기존의 완고한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내놨어요.

[기자]
폼페이오 장관이 어제 말했죠. 대북제재 해제 여지를 남겼는데 상원 외교위에서 완전한 비핵화까지 어떤 제재도 해제될 수 없다는 데 동의하냐고 묻자 여지를 남겨두고 싶다고 답한 겁니다.

사실 미국의 대북 정책 역시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 이루어지고 지난 하노이 회담 결렬도 그런 측면이 강합니다.

하노이 회담 전에도 이렇게 대북제재에 느슨한 입장을 보였지만 결국 선회한 만큼 이번 입장 역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좀 지켜봐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하노이 회담 이후 처음으로 대북 제재에 유연한 입장을 내비쳤다는 면에서는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회담 재개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통일외교안보부 김지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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